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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2[할원,약정금: 0대]사당, 이수역 내방!
75요금, 124유지, 부가무…

국내의 휴대폰 단말기 유통시장(휴대폰 유통시장)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일반인은 그 뜻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최근 휴대폰 유통시장은 ‘대란’으로 들썩이고 있다. 27만 원의 보조금 상한선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불법 보조금을 줘 공짜나 다름없게 휴대폰을 유통한 날을 대란이라 부른다. 1·23대란(1월 23일) 때는 실제로 출고가가 100만 원에 달하는 휴대폰이 20만 원에, 70만 원 상당의 휴대폰이 무료로 유통되는 등 기기당 약 80만 원 상당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지난 2·11 대란 때 휴대폰을 구매한 대학생 전수민 씨(자유전공학부·13)는 “평소 갖고 싶었던 아이폰5S를 3만 원에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당장 달려가 구매했다”며 굉장히 만족스러워 했다. 반면 직장인 강기한 씨(29)는 “아무 정보도 없이 새 휴대폰을 구매했는데 1주일 만에 대란이 터졌다”며 “같은 휴대폰을 직장 동료는 헐값에 샀다는 말을 듣고 내가 바로 ‘호갱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호갱님은 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로 잘 모르고 물건을 비싸게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조금이 많아지면 소비자는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에게 똑같이 보조금의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같은 휴대폰의 가격이 오늘, 내일 다르고 앞집, 옆집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출고 가격으로, 누군가는 공짜로 사게 된다. 보조금의 법정 상한선인 27만 원은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음지에서 온갖 편법을 동원해 보조금이 뿌려지고 있다. 그리고 사실 그 보조금은 소비자가 부담해오던 것이다

호갱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이동통신 3사의 출혈경쟁=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사실상 포화상태다. 휴대폰 보급률(인구 대비 휴대폰 등록 대수)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때문에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 와야 하는 제로섬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월 한 달 동안 번호이동 건수가 총 123만 건에 달할 만큼 이동통신사는 출혈을 감수하며 서로 고객을 빼앗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국내의 이동통신사는 서비스 가입과 단말기 유통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을 번호이동 시키기 위해선 보조금을 제공해 휴대폰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수단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한국의 단말기 교체율은 2012년 67.8%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며, 가계 통신비 중 통신 장비 지출은 2011년 2.5만 원에서 2012년에 6.7만 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폭탄이 국민들의 휴대폰 교체를 부추기는 것이다.

◇복잡하고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 구조=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은 원칙적으로 요금제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6만 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에게 보조금으로 2만 원이 책정돼 있다면 이 고객의 청구서에는 4만 원이 입력된다. 고객은 요금이 줄어서 좋고, 통신사는 보조금을 주고 신규 고객을 모집하면 최소 2년의 고가 요금제를 약정하게 되므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보조금은 휴대폰을 만드는 제조사에서도 지급한다. 제조사는 이동통신사에게 ‘판매 장려금’의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대리점이나 판매점과 같은 휴대폰 유통업체에게도 보조금을 이중으로 지급한다. 이미 휴대폰 보급률이 100%가 넘은 상황에서 새로운 신제품을 팔기 위한 유인책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휴대폰 유통업체는 이동통신사에서 지급되는 ‘요금 보조금’과 제조사에서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을 모두 휴대폰 판매 가격에 적용해 100만 원대 출고가의 신형 휴대폰 가격을 대폭 낮춰 팔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휴대폰 유통시장의 보조금 규모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휴대폰 유통업체들조차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이 언제, 어느 정도로 나올지 짐작조차 못 하고 있다. 다만 대형 유통업체일수록, 다른 신제품이 출시되기 전일수록 보조금의 규모가 커진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객들에게 제공돼야 할 보조금이 엉뚱한 주머니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휴대폰 유통업체가 보조금을 양쪽에서 지원받으면서 정작 고객에게는 쥐꼬리만 한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강서구의 휴대폰 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 모씨(24)는 “보조금의 지급은 사실상 정하기 나름이라 모든 대리점이 서로 다른 보조금을 얘기한다”며 “어수룩한 고객을 속이고 고객에게 가야 할 보조금을 대리점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부작용만 키운 정부규제=정부는 지난 2000년부터 보조금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이에 대한 규제 정책을 시행해왔다. 수차례의 조정 끝에 지난 2008년부터는 27만 원의 상한을 둔 보조금 규제가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보조금 지급을 음성화시켜 아는 사람만 혜택을 받고 모르면 못 받는 부작용을 낳았다. 업체들은 평소엔 정상가로 팔다가 단속이 없는 주말이나 심야에만 은밀히 보조금을 지급하는 ‘스팟’, 온라인상에서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리점으로 방문할 것을 요구하는 ‘내방’ 등의 편법으로 장사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의 과징금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징금은 소비자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뿐더러 악화된 수익을 회복하기 위해 이동통신사가 요금인상을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1,0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동통신사들은 또 다시 보조금을 살포하는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의 영업정지 처분은 이동통신사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이동통신 3사가 다 같이 영업정지를 받으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차례의 대란으로 KT와 LG유플러스, SK텔레콤은 3월 13일부터 5월 19일까지 45일 동안 돌아가며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에 대한 영업정지 소식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오히려 휴대폰 대리점과 같은 영세 사업체만 임대료, 인건비 등의 지출로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이동통신사와 일부 소비자만 이익을 보고 대부분의 소비자와 영세 사업체는 피해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휴대폰 보조금으로 사용되는 마케팅 비용은 통신 요금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제조사에서 지급되는 장려금도 마찬가지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원가에 제조사의 마진과 장려금까지 추가되니 휴대폰 출고 가격은 갈수록 상승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혜택을 받아 온 보조금은 사실 소비자가 부담해 온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 간에 불평등이 커진다는 점에 있다. 현재의 구조에선 누군가는 공짜로, 누군가는 수십만 원을 주고 같은 휴대폰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5월, 이러한 구조를 시정하기 위해 조해진 의원(새누리당)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발의했다. 단통법에는 △단말기 보조금 세부공시 △보조금 부당 차별 금지 △제조사 장려금 보고 의무 △단말기 관련 특약 무효화 △보조금 지급 형평성 마련 등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제조사, 통신사, 판매점은 모두 정부의 강도 높은 사전규제를 받게 된다. 이들은 모든 단말기 유통 관련 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를 통해 보다 투명하게 보조금 제도를 운영해서 소비자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제조사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조금의 지급 규모와 출고원가까지 보고하라는 것은 기업의 영업 비밀을 모두 공개하란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지나친 규제로 휴대폰 유통시장 생태계가 붕괴되고 업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대체로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다. 통신사끼리 서로 물어뜯는 보조금 출혈경쟁이 없다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절감돼 영업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시장 안정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도입 등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시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모든 소비자가 단통법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 박현태 씨(경제학부·12)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단말기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며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가 받아 온 혜택을 정부가 빼앗는 격”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직장인 신재원 씨(27)는 “평소에 바쁜 나머지 들쑥날쑥한 보조금 시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어려운 편이었다”며 “단통법이 시행되면 보조금이 평준화되는 만큼 상대적 박탈감도 덜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도 수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할 것이라 기대된 단통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에 계류돼 연내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징벌적 할인 요금제=미래창조과학부는 이동통신사에 대한 과징금, 영업정지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자 과징금에 상당한 금액만큼 통신 요금을 할인해주는 ‘징벌적 할인 요금제’를 검토하고 있다. 현행 과징금이 소비자에게 아무런 보상도 되지 않는다는 점, 영업정지 조치로 인해 이동통신사보다 휴대폰 유통업체, 소비자 등이 피해를 본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소비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대학생 이송윤 씨(정치외교학부·12)는 “궁극적 피해자가 소비자인 만큼 소비자에게 보상하는 것이 형평에 맞다”며 환영했다. 이와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 담당자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마케팅을 규제하는 등 비용을 절감시키는 정책을 추진해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지속적으로 경감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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