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편집국 기자들의 월급날이었다. 기사에 지쳐있는 그들의 얼굴에 피곤에 쩐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월급봉투를 어루만지며 위로를 받는 것처럼 보였다. 요즘은 계좌이체로 월급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월급봉투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촉각적 만족감이 없기에 월급 받는 맛이 덜하다. 그런데 이 월급봉투는 머지않은 미래에 영영 없어질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이 성공한다면 말이다.

돈은 인간의 생활공간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취하며 발전해왔다. 조개껍데기, 소금, 가죽, 비단, 콩, 금, 은, 동, 종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지폐와 동전은 그 겉모습이나 속성 모두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 우리의 생활공간에 맞춰서 발명된 것이다. 우리의 생활공간이 변했으니 지폐나 동전도 변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라 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가상 화폐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정착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비트코인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비트코인을 돈으로 쓰기에는 불안한 면이 많이 보인다. 일확천금을 부추기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에 휩싸인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돈이라기보다는 로또로 생각해서 당첨금을 잔뜩 올려놨다. 비트코인 발행량의 70%가 이처럼 복권으로 묻혀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복권은 꽝일 것이다. 화폐로 쓰이지 않고 있는 미래의 화폐라니. 어불성설이다.

비트코인의 높아진 명목가치를 보고 도벽이 도지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해커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이들의 공격에 마운트곡스를 비롯한 많은 거래소들이 탈탈 털렸다고 한다. 거래소들이 털린 원인으로 누구는 거래소들이 문단속을 잘못해서 그렇다고 하고 누구는 가상 화폐의 존재론적 결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뭐든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는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의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화폐에 대해 우리가 상상하게 만들었다는 공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기존 화폐가 무슨 문제가 있느냐’ 하고 반문할 수 있지만, 국민들을 가난하게 만들면서 은행에게 돈을 퍼줬던 2008년 미국의 통화당국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한다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비트코인이 야기한 상상력이 어떤 미래를 만들지 기대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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