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서울대는 문화의 불모지라고 생각한다. 밤에도 밝게 빛나는 조명과 거리공연이 연상되는 홍대 부근(홍대)이나 대학로와 달리 서울대는 등산객과 공부하는 학생들이 모인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때문에 음악을 듣기 위해 서울대 근처로 간다고 하면 아마 ‘거기에 뭐가 있다고 간다는 거지?’라고 질문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과는 달리 서울대 근처에도 음악인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다. 기자는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는, 그러나 일반인에겐 아직은 생소한 낙성대의 음악 공간들을 찾아가 보고 이들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을 알아보았다.

◇다양한 음악의 장이 되다=과거에 홍대는 무명의 예술가들의 등용문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홍대가 점점 상업화되면서 임대료는 급격히 상승했고 신진 음악가들의 무대가 있던 장소엔 유흥업소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은 조금씩 홍대 밖으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혹자는 이를 ‘문화백화현상’이라 정의하기도 했다. 인디 음악계 역시 홍대를 떠나려는 시도를 해왔다. ‘GET(Great Escape Tour) 인 제주’, ‘눈뜨고 코베인’과 ‘아침’의 조인트 콘서트 등이 대표적이다.

▲ 재즈앨리

상업화된 홍대를 떠난 음악가들은 이태원, 문래동 등지에 자리 잡았으며 낙성대 역시 이들의 눈을 사로잡은 곳 중 하나다. 낙성대 ̒탐앤 탐스̓ 카페를 건너 뒤쪽 골목으로 가면 라이브 카페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사운드 마인드’, ‘재즈앨리’, ‘롤링락70’s’는 낙성대의 대표적인 라이브 카페다. 이런 다양한 라이브클럽이 들어서도록 하는 낙성대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낙성대는 홍대나 대학로 등에 비해 상업주의가 덜 진행됐다. ‘롤링락70s’의 이용준 사장은 “홍대나 대학로, 신촌 등지와 비교했을 때 낙성대는 임대료가 저렴하다”고 말했다. 또 낙성대 주변엔 초중학교가 있기 때문에 유흥업소가 없어 낙성대가 음악인의 주목을 받는 데 한 몫 했다.

▲ 사운드마인드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도 낙성대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던 이유다. 다양한 장르가 공존했던 홍대는 상업화와 함께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은 밴드만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낙성대의 라이브 클럽들에서는 인기 있는 밴드 외에 다양한 음악인들의 공연을 열고 있다. 인헌초등학교 건너편에 위치한 ‘사운드 마인드’는 밴드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꿈카)의 기타리스트 이재훈 씨가 그 지인들과 함께 뭉쳐 운영하는 라이브클럽이다. 이재훈 사장(지구과학교육과 2012년 졸)은 “홍대에서 2009년부터 활동했는데 어느 순간 홍대가 아닌 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운드 마인드에선 올해 2월부터 ‘오픈마이크’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오픈마이크’는 마이크를 잡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오디션 없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행사에 참가한 ‘민네쟁어’의 보컬 이재훈 씨(영어교육과·10)는 “사운드 마인드는 서울대와 가깝다는 이점도 있지만, 마음 맞는 사람이 있으면 즉흥적으로 공연할 수 있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운드 마인드 건너편에 위치한 라이브재즈카페 ‘재즈앨리’ 역시 거의 매일 재즈 공연이 열리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보컬 잼 데이’라고 하여 아마추어 재즈 연주자들이 별도의 오디션을 거치지 않고 공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즈앨리의 박창덕 사장은 “스윙, 라틴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재즈를 무대에 올린다”고 말했다. 이 외에 재즈앨리에선 낙성대의 또다른 재즈클럽 ̒모베터블루스̓와 함께 매년 가을 ‘골목재즈페스타’라는 작은 축제를 연다. 낙성대 골목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길거리 공연 팀, 클럽공연 팀으로 나뉘어 음악가들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된다. 관객들은 축제 기간 동안 블루스에서 재즈힙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재즈를 만날 수 있다. 박창덕 사장은 “대규모 행사도 중요하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선 소규모의 축제가 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롤링락70s’역시 낙성대의 음악을 풍부하게 만드는 곳이다. 클럽 안은 LP판이 벽면 가득 꽂혀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대로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연은 음악을 했던 사장님의 인맥을 통해 즉흥적으로 이뤄지며 장르에 제한을 두진 않는다. 롤링락70s에선 1962년 알텍 스피커 모델을 써서 LP판의 음악을 당시 소리와 가장 가깝게 들을 수 있다. 이용준 사장은 “특히 나이 드신 손님들이 예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라는 말을 해주신다”고 말했다.

◇낙성대에 모인 서울대의 음악인들=낙성대에 라이브카페가 자리 잡게 된 데엔 서울대에 음악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대 내에는 ‘타마린’, ‘발악’, ‘972hPa’ 등 40여 개가 넘는 밴드가 활동 중이며 지금도 새로운 밴드들이 생기고 있다. 이전부터 김창완, 유희열, 이적, 버벌진트, 빈지노 등의 서울대 출신의 음악가가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것도 이런 기반이 있어 가능했다.

낙성대는 서울대와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상 서울대를 기반으로 하는 많은 음악가들의 무대이자 쉼터의 기능을 한다. 밴드 동아리 ‘FUZE’의 경우 매년 재즈앨리에서 망년회를 한다. FUZE의 조재영 씨(기계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는 “재즈앨리는 다른 공연장들에 비해 무대 단이 높지 않아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라고 말했다. 사운드마인드의 이재훈 사장 역시 서울대 내의 밴드에서 활동했으며 같은 밴드 출신과 다른 지인들과 함께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사운드 마인드를 열었다. 이곳에서 2013년 12월에 서울대 학생들의 주최로 열린 DJ파티 ‘잡스 패어(JOBS FAIR)’는 서울대 내에서도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높음을 보여준다. 이재훈 사장은 “서울대를 중심으로 ‘관악 씬’이 형성되고 있다”며 “서울대를 베이스로 하는 ‘브로콜리 너마저’나 ‘장기하와 얼굴들’ 등 좋은 팀들이 많이 생겼는데, 이런 팀들이 계속 생겨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낙성대의 라이브클럽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음악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마저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낙성대에 갈 곳이 식당 혹은 술집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번 주는 이곳, 각자의 개성이 살아 숨 쉬는 라이브 클럽에 가보는 건 어떨까.                          사진: 전근우 기자, 김유정 기자

▲ 사운드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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