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씨알 제공
쏟아 붓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아가며, 대원들이 한발 한발 용감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대구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이 걸음의 주인공은 ‘파란2004’의 도보여행 참가자들이다. ‘파란2004’는 고속철도 2차 개통을 반대하고, 졸속 환경영향평가로 터널이 뚫리는 천성산을 보호하려는 지율스님의 단식투쟁을 지지하고자 2차 KTX공사구간을 도보로 걷는 행사다. 이 여행에는 서울대 환경동아리 ‘씨알’ 회원 5명이 동참했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8박 9일의 긴 장정은 때로는 녹아내리는 아스팔트 위를 가로지르고 때로는 빗길을 뚫으며 이어졌다. 대원들은 도보여행 시작 사흘째부터 태풍 ‘민들레’의 영향권에 들어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빗길 속 행진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실공장 주차장에서 천막을 치고 취사하려는 계획도 퍼붓는 비 때문에 좌절돼 공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대원들은 “텐트를 치지 못해 당황한 우리에게 실공장의 공장장님이 공장을 숙소로 이용하는 것을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감사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뜨거운 아스파트 위를 10km 행진한 끝에 산골 초등학교를 찾아 잠을 청하기도 했다. 대원들은 “험한 산길 수십 킬로미터 보다도 들꽃 하나 없는 삭막한 아스팔트 길 10km가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 길을 걸으며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힘든 여정중에도 수백마리의 백로가 야산을 하얗게 점령한 광경은 대원들을환호하게 만들었고, 길가 곳곳에 피어있는 들꽃은 미소를 띄게 해주었다. 차신애씨(농생대 기초과정ㆍ04)는 “천성산을 등산하던 중 우리나라에서 흔치않은 고층습지인 화엄벌에서는 바로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안개 속에 어렴풋이 펼쳐지는 초원이 너무도 아름다워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원들은 “KTX 2차 개통을 위해 산을 파헤치고 있는 터널공사 현장을 보며 무분별한 개발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씨알의 김준수씨(전기공학부ㆍ02)는 “특히 걷기라는 방식은 지금껏 ‘빠름’을 강조하는 개발로 인해 파괴된 자연을 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이번 도보여행을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생태적 유목민’이라는 공동체의식을 느낄수 있었던 경험”이라며 앞으로도 생명의 파수꾼 역할을 할 것이라는 다짐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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