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지 않고 계약을 한 뒤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계약을 맺는 방식이 다양하고 생소한 법률 용어가 쏟아져 많은 사람들이 공인중개사에게 계약을 전적으로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주부터 계약이 만료된 후 집을 나갈 때까지 계약 이행의 당사자는 공인중개사가 아닌 계약서에 서명을 한 본인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지식을 숙지하지 않으면 자칫 엄청난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대학가에서 벌어진 주택임대차계약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대학생이 흔히 맞닥뜨리기 쉬운 상황을 살펴보자.

#사례1: 주위 사람들에게 덜렁댄다는 핀잔을 듣는 이유정(가명, 21세) 양은 2012년 5월, 공인중개사를 통해 1년 기한의 월세 계약을 맺었다. 1년이 지나 2013년 5월이 됐지만 임대인이 아무 말이 없자 이 양은 계속 거주했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2014년 5월까지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됐다.
그런데 2014년 1월, 이 양은 기숙사에 운 좋게 합격했다. 이 양은 3월에 기숙사에 입사하기 위해 2월까지만 월세방에 살고 계약을 해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에는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방을 빼야 하는 상황에 처한 이 양은 아직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사례2: 평소 꼼꼼한 성격인 최민철(가명, 20세) 군은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부동산 등기부를 먼저 확인해 봤다. 시세가 8천만 원인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 5천만 원이 등기돼 있어 선뜻 계약하기 망설여지는 조건이었다. 집주인과 공인중개사는 월세보증금 2천만 원을 제시하며, 근저당권과 보증금 합계가 7천만 원에 불과해 시세가 8천만 원인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보증금을 반환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최 군을 안심시켰고, 최 군은 이를 믿고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집주인이 파산에 이르자 주택은 경매로 넘어갔다. 결국 주택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인 6천만 원에 낙찰됐고 저당 잡혀 있었던 5천만 원을 빼자 1천만 원밖에 남지 않았다.

이 양과 최 군은 무사히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주택임대차의 첫단추인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렇지 않으면 그 이후 수정이 불가능해 입주생활이 시작부터 꼬이게 된다. 최 군처럼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는 인터넷 등기소(www.iros.go.kr)에서 부동산 등기부를 열람해 집주인의 인적사항과 근저당권 등을 확인해 봐야 한다. 이를 통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러 나온 사람이 실제 집주인인지 등기부와 신분증을 대조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 계약금, 계약 일시 등 필수사항이 포함된 표준계약서를 이용하면 필수사항을 누락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필수사항 중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임대차 계약의 기간이다. 계약 기간은 1년 미만의 계약, 1년, 2년 계약 등으로 다양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년 계약을 기본으로 한다. 때문에 1년 이하의 계약을 맺더라도 계약기간은 2년으로 간주된다. 때문에 이 양의 1년 계약이 2년 계약으로 묵시적 갱신된 것이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에 따라, 이 양처럼 계약기간을 1년으로 약정해 두었던 계약이 2년으로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 임차인은 약정해 두었던 1년이 지나면 계약기간이 종료됐음을 주장할 수 있지만, 임대인은 2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없다.

이 양의 경우처럼 묵시적 계약갱신을 하고 싶지 않다면 계약이 만료되기 최소한 1개월 전까지는 계약을 만료하겠다고 통지해야 한다. 이러한 묵시적 계약갱신은 2년 계약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임차인이 계약만료를 통지하지 않은 채 계속 거주하면 2년 계약이 만료된 뒤에 2년 계약이 더해진다.

이렇게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더라도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계약해지가 효력이 발생하려면 통지를 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야 한다. 때문에 이 양이 올해 2월에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계약해지 3개월 전인 2013년 11월말까지는 집주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했어야 했다. 이 양처럼 이를 미처 알지 못해 통지하지 못한 경우에는 계약해지가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월세를 납부해야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숙사로 이사를 하고도 2014년 5월까지 남은 3개월 치 월세를 납부해야 하는 이 양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 남은 계약 기간이 짧은 경우 단기간 살 집을 구하는 사람에게 임차권을 양도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민법에서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최 군처럼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서는 그에 해당하는 경매금을 확보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경매금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 또는 법인이 많을 경우 임차인이 후순위로 밀려나 보증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를 대비해 임대차계약관계를 주장해 제3자에게서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춰두어야 한다. 대항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택에 입주하는 것과 함께 관할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이에 더해 동사무소에 임대차계약서를 들고 가 확정일자가 적힌 서류를 받아 두면 우선변제권이 생겨 보증금 반환 시 유리하다. 확정일자란 동사무소에서 서류가 작성된 날짜에 계약서가 존재하고 있음을 법률적으로 인정받는 날짜로,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날짜가 우선할수록 유리하다.

최 군의 경우 집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인 6천만 원에 낙찰돼 미리 저당 잡혀 있었던 5천만 원을 제외하면 1천만 원만 남지만, 최 군은 보증금 2천만 원을 확정일자와 상관없이 모두 변제받을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최 군과 같은 소액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금액(서울의 경우 7천5백만 원 이하의 보증금 계약에 한하여, 2천5백만 원까지 보장)을 확정일자에 상관없이 최우선으로 변제해주는 ‘최우선변제권’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단 대항력을 갖춘 사람만 가능하니 미리 꼼꼼하게 전입신고를 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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