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그들 공약 사이에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지역 경제를 부흥시킬 방안 중 하나로 축제를 꼽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축제를 개최하겠다고 하거나 기존의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축제는 어떤 일을 축하하거나 기념하기 위한 행사였지만 이제는 축하나 기념의 의미를 넘어 엄청난 경제효과를 가져다주는 주요 사업이 됐다. 각 지자체가 축제를 유치하거나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면서다. 2000년대 초부터 경제를 지탱하던 사업들이 하나둘씩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지자체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지역축제’의 관광수입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우후죽순 생겨난 축제는 읍, 면 단위에서도 개최되고 있어 정확한 수를 집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축제들이 천만 단위에서 억 단위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으며 일명 ‘국제축제’라고 불리는 축제들은 최소 90억 이상의 지원금이 투자된다.

문제는 이런 지역 축제들이 지역 경제를 살려주는 효자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파탄에 빠뜨리는 구렁텅이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안전행정부가 지역 방만 경영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 파산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지자체를 파산 위기에 처하게 한 원인 중 하나로 지나친 축제 유치가 꼽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중복되는 지역축제를 축소하고 무분별한 축제사업을 규제하겠다고 했으나 별 효용은 없었다. 지자체들은 여전히 축제를 경제를 살려줄 ‘슈퍼맨’으로 신뢰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축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제대로 된 계획 없이 예산 퍼붓기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은 고용승수와 경제 파급효과가 과대 포장되기 쉽다. 이런 사정은 숨긴 채 부풀려진 효과만 선전하고 축제를 진행하니 결국 투자금액에 비해 수익금은 미미한 실정이다. 게다가 여러 지역이 비슷한 콘텐츠를 갖고 축제를 개최하니 지역끼리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고 축제 내용도 특별할 것 없이 ‘전시 축제’로 전락한다. 그나마도 축제 기간에는 입장객들로 인해 숨통을 돌리지만 축제가 끝난 다음에는 축제 장소는 거의 버려져 있다. 몇억 원짜리 일회용품인 셈이다. 이는 규모가 작은 지역축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엑스포 등의 일명 ‘세계적 축제’도 예외 없이 해당된다. 기대했던 효과를 보여주는 축제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많은 축제들이 삿포로 눈꽃축제 같은 해외의 성공적인 모델을 보며 우리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사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보여주기에 급급해 정확한 계획과 모델링 없이 시행하는 축제는 지역 재정에 부담을 안겨줄 뿐이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당선 후보들이 또다시 축제라는 카드를 꺼내 들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무분별한 축제 유치는 도박과 다를 바가 없으며 결국 지자체를 파탄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은 분명히 필요하다.

올해 관광주간이 지난 11일(일)로 막을 내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뒤 애도의 분위기로 100여 개에 가까운 축제들이 취소돼 기대했던 특수 효과는 누리지 못했으나 정부가 관광을 주요 사업으로 본격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한 셈이다. 축제는 별다른 자연 매력물이 없는 지역에서도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이다. 게다가 축제는 단순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지역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이처럼 훌륭한 방안을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축제가 지역 주민들에게 빛이 되어줄지, 오히려 빚을 떠안게 하는 도박판이 될지는 딱하나, 분명한 계획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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