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의 재생 버튼을 누르다
신·재생에너지의 재생 버튼을 누르다
  • 박치현 기자
  • 승인 2014.05.25 0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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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원자력 기획 후속보도

신·재생에너지 어디까지 왔나

자원 고갈의 위험과 탄소 배출 감축의 필요는 가스나 석유 등의 화석연료의 비중이 장기적으로 줄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정부는 2008년에 수립한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06년 기준 1차 에너지 전체에서 43.6%를 차지하던 석유의 비중을 2030년까지 24.7%로 줄이고 15.9%였던 원자력의 비중을 2030년까지 24.8%로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서 1차 에너지는 천연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형태의 에너지로 석탄, 석유, 가스, 원자력 등이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소(원전)의 안전성과 지속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고 지난 1월에 수립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그 목표치가 18.5%로 조정됐다.

그러나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1차 에너지 기준으로 산정한 2035년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목표는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과 다르지 않은 11%다. 이는 원자력 발전 비중의 축소만큼 석유, 석탄, 천연가스로 구성된 화석연료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부가 1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확대한 이유가 기후변화협약으로 강제되는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점에서, 이산화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비중보다 늘었어야 하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는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정부가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신․재생에너지란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함께 부르는 말로 신에너지인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석탄 액화 및 가스화 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인 △태양열 △태양광 △풍력 △폐기물에너지 △바이오매스 △지열 △해양에너지 등으로 구성된다.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1차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3.1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동년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의 67.8%를 차지하는 폐기물 에너지 중 국제에너지기구(IEA)기준에서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 산업폐기물 및 비재생 도시폐기물을 제외하면 이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낮은 보급 목표에 대해 한국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의 보급 잠재량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급 잠재량’은 향후 보급 가능하리라 여겨지는 잠재적인 에너지 총량으로, 국토 전체에 부존하는 에너지 총량을 의미하는 ‘이론적 잠재량’에서 입지조건,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산출한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전국 잠재량통계에 의하면 입지조건을 고려한 태양광의 잠재량은 약 3만 8천TWh/y로 현재 15%의 기술적 효율을 고려하더라도 2,341TWh/y에 달한다. 이는 2012년 한국의 총 발전량인 528TWh를 웃돈다.

▲ 그래픽① 태양광 설치량과 모듈 가격 전망

다만 태양광은 아직 원자력 발전이나 화력 발전보다 생산성이 낮아 이를 시장원리에 따라 보급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의 실현은 발전 비용의 절감을 통한 시장 경쟁력 획득에 달려있으며 이를 위한 기술 수준 향상이 요구된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의 단가는 꾸준히 하락해 왔다. 그래픽①은 태양광 설치의 증가와 더불어 그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태양광 발전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의 단가를 따라잡는 시점인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하게 된다.

정확히 그 시점이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 「태양광 산업 및 모듈가격 전망과 대내외 대응전략 연구」에서 정윤경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목표로 한 2020년 그리드 패리티 달성은 힘들 것으로 사료된다”고 결론짓는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에서 그는 단가만 비교할 필요 없이 발전수익이 그 비용을 초과한다면 경제성을 확보한 것이며 향후 전력가격의 상승세를 보건대 태양광 발전이 곧 보조금 없이도 경제성을 획득할 것이라 봤다.

▲ 그래픽② 국산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확보 시기

한편 풍력 발전의 경우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 발간한 『2012 신․재생에너지백서』에서는 풍력이 “경제성 및 기술적 성숙도가 가장 뛰어난 재생에너지원”으로 “이미 천연가스나 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한 발전단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그리드 패리티에 이르렀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급목표가 낮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는 신․재생에너지가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당장은 경제성이 부족하기에 그 비중을 높이기 위해선 지원금이나 제도를 통한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목적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일정 기준가격 이상으로 판매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운용했으나 2012년 보조금 부담이 심해져 이를 폐지하고 의무할당제를 도입했다. 의무할당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 사업자들이 에너지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그런데 시장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제도적 개입은 초기에는 수요와 공급 사이의 불균형을 야기할 수도 있다. 실제 유럽에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채택한 국가들이 증가하면서 태양광 발전의 용량이 과잉공급 돼 지원금 부담이 심화되고 오히려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이 지속됐다. 이와 같은 공급과잉 상황은 아직 경제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못한 신․재생에너지를 급속도로 도입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으로 보인다. 다만 「태양광 산업 및 모듈가격 전망과 대내외 대응전략 연구」에 따르면 2014년도 하반기부터는 유럽 시장의 회복과 중국 시장의 확대로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보면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실질적 환경의 변화 없이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11%로 잡았던 보급 목표 달성 기한이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밀리는 등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덜 써야 더 쓴다


한편 전력의 수요 자체를 절감함으로써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약화시켜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에 따른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반성하고 적극적인 수요 관리를 시행할 것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전력 과소비 현상이 매우 낮은 전력가격에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이런 가격의 인상 없이 수요의 절감이 효과적으로 이뤄질지는 의구심이 든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연구본부 신재생에너지연구실 소진영 실장은 “2012년 기준으로 독일의 가정용 전기가 377.4원/KWh인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의 가정용 전기는 136.3원/KWh다”며 전력 가격의 인상을 촉구했다.

이처럼 전기 가격이 낮게 형성됨으로써 지나치게 많은 전력 수요가 발생하고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전력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런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고도로 중앙 집중된 발전 방식이 필요하기에 대규모의 화력 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줄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즉 대형 발전소에서 비롯한 대량 공급이 대량 수요를 이끌고 또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형 발전소를 건립하는 순환이 형성된다. 그러나 대형발전소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의 탄소 배출 문제나 방사성 폐기물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대형발전소는 자급률을 낮춰 대규모 정전 등에 따른 위기대응 능력을 경감시키는 경향도 있다.

이에 에너지 구조를 소량 공급, 소량 소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현실화하는 방안 중 하나가 전력 공급의 지역화․분산화다. 전력 공급의 지역화․분산화는 전력 자급률을 높임으로써 대형발전소에 대한 의존을 줄여 전력의 대량 공급과 대량 수요의 순환 구조를 깨는 동시에 공급량을 신․재생에너지로 확충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2012년부터 서울시가 추구하고 있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은 에너지의 지역화․분산화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은 서울시의 전력 자급률을 확충하여 전력 대란에 대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보하며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원전 하나 분량의 에너지를 확보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그 실천은 에너지 절약운동, 건물 단열재 보강 등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 설치 등 지역적인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이뤄진다. 이 정책은 각 해의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인상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2년에는 당해 확보 목표의 80%를, 2013년까지 총 목표의 67%를 달성했다. 에너지 사용의 측면에서 2012년에는 전국 에너지 소비량(전력+도시가스)이 4.5% 증가한 것과 달리 서울시의 증가분은 0.1%였고, 2013년에는 전국이 0.04% 증가한 것과 대조적으로 서울시는 3.2%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역사회가 스스로 실시하는 전력 공급의 지역화․분산화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가 세운 세분화된 목표를 살피면 2012년에 에너지 절약 부문에서 원래 목표의 160%를 달성해 에너지 효율화 부문의 61.4%를 보충했지만 지역적 신․재생에너지 생산 부문에서는 36.7%만을 달했다. 이는 절약 수준이 아닌 실제 에너지 구조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과 이를 통한 기술 개발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끝으로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소진영 실장은 “한국과 독일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증대시키기 위해 얼마나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답변으로 독일은 76.4원/KWh, 한국은 3.2원/KWh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순진 교수(환경대학원) 또한 “독일이 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늘릴 수 있었던 것도 환경 의제에 대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 덕분이었다”며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문을 갖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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