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 정세원 기자 pet112@snu.kr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는 서울 지역 16개 대학 학보사 연합이다. 학보의 주 독자인 20대 그리고 대학생에게 본인을 소개해달라=안녕하세요. 대학생 청춘 여러분! 서울특별시장 후보 박원순입니다.

쑥스럽지만 저는 ‘20대의 삶을 바꾼 첫 시장’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서울시립대에서 처음으로 반값등록금을 시작했을 때, 학생들이 불러줬던 말입니다.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항상 기억합니다. 희망서울 2기의 출사표를 던지며, 다시 우리 청년들에게 ‘20대의 삶을 바꿀 시장’, ‘청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시장’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박 후보가 대학에 다니던 70년대의 대학생활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 같다. 박 후보의 대학생활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제가 75학번이에요. 그때는 시국이 많이 어수선했습니다. 입학하자마자 제명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그 때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을 겁니다. 20세에 독일 법학자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라는 책을 읽고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이 저를 이끌어줬습니다. 요즘 대학생들 보면서 가장 부러운 게 배낭여행 가는 것입니다. 저는 기회가 안됐지만 우리 대학생들은 많이 경험해봤으면 합니다.

◇서울시는 전국에서 가장 대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만큼,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대학생 주거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중앙정부의 대학생 주거 정책에 대한 박 후보의 생각은 무엇인가=젊은이들이 높은 취업문, 치솟는 등록금 그리고 비싼 전월세 3중고에 신음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서울시 대학 평균 기숙사확보율이 14%인지라, 아직까지 주거환경도 부족하고 하숙비 부담도 큽니다.

정부가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특히 제가 임기 동안 추진한 ‘희망하우징’ 사업의 주요 아이디어가 국토교통부 정책에 많이 반영된 것 같아 좋습니다. 공공기숙사나 주택바우처는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합니다.

◇LH와 서울시에 따르면 희망하우징은 지난 한 해 동안 임대료 체납, 관리실 부재 등으로 180명이 계약을 해지했다. 서울시장으로 재선될 경우 희망하우징 사업을 어떻게 개선할 예정인가?=희망하우징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들에게 주변 월세의 20~30%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다세대, 원룸 등을 공급하는 사업입니다. 특히 지방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2년 동안 운영을 해보니, 서로 모르는 대학생들이 한 집에 살며 불편해하고, 관리실도 필요하다는 점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이미 대책을 발표했는데, 2016년까지 원룸형을 80%로 늘리고, 다가구형은 20% 이하로 줄이려고 합니다.
또 이전까지 전산추첨으로 진행되던 방 배정을 사전조사를 통해 방 배정을 하고, 30호 이상의 중대형급 주택에는 관리인을 둘 것입니다.

◇대부분의 대학생은 원룸 등 임대주택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일부 학생단체가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외에 대학생들이 주거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가=좋은 정보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많은 대학생들이 임대주택 정보를 접하도록 모바일 앱을 개발하겠습니다. 앱을 통해 임대주택 현황을 파악하고, 직접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서울시 청년에게 알려야 할 청년일자리허브 정보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청년들이 서울시에서 편하게 거주하고, 서울시 발전에 아이디어를 보탤 수 있도록 실시간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박 후보는 현재 서울시 교육의 질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등록금 수준이 얼마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며 동시에 교육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올해 4년제 대학 연 평균 등록금이 667만 원이고, OECD 국가들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등록금이 비싼 나라가 한국입니다. 할 수 없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빚쟁이로 사회에 나서는 청년이 190만 명, 그 금액이 11조 7천억 원입니다. 우리 한국의 대학등록금 문제는 민생문제입니다.

교육의 질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 임기 때 서울시립대에서 반값등록금을 실현해 연 238만 원으로 등록금을 낮췄습니다. 가장 비싼 대학과 비교하면 628만 원이나 차이가 나는데, 서울 시립대의 교육의 질이 나쁜가요? 학생,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고 있고, 대입 경쟁률도 치솟았습니다. 가난하지만 실력 있는 학생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서울시립대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또 서울시립대 교수들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반값등록금으로 인해 월급이 줄지도 않습니다.

대학등록금이 높다고 꼭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등록금이 낮다고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이 훼손되나요? 스웨덴, 핀란드, 독일 대학들 중에 세계 100위권 이내에 드는 대학이 많습니다. 국가가 대부분 등록금을 지원하는 국가입니다. 우리 대학들의 적정 등록금은 최소한 서울시립대까지는 왔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국이 대학등록금 액수에 따라 교육의 질이 달라지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됩니다.

◇반값등록금으로 인한 서울시립대 예산 감소 문제가 제기된다. 서울시장이 될 경우 서울시립대 등록금 정책은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반값등록금에 따른 예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다=예산감소 얘기가 계속 나와서 오히려 제가 의아합니다. 반값등록금으로 줄어든 서울시립대 예산은 서울시에서 일반회계로 모두 예산지원을 했고, 교수 급여도 공무원 보수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깎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연구수당이 10만 원정도 줄었는데, 이는 대학 기성회계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 판결 때문입니다. 전국 국공립대가 다 줄어든 것입니다. 지금 국회에서 기성회계법 논의를 한창 하고 있습니다. 즉 반값등록금으로 인한 감소는 아닙니다.

반값등록금은 유지할 것입니다. 예산 걱정을 많이 하는데, 지금 정부에서 대학의 자체장학금을 포함해 7조 원의 반값등록금 예산을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은 정부에게 받아 할 것을 서울시가 먼저 한 것인데, 교육부와 협의해 예산 걱정이 없게 할 것입니다. 등록금의 딱 1/2만 찍힌 고지서가 전국 대학으로 확대되면 더 좋겠습니다.◇청년일자리허브, 청년창업 및 벤처창업 지원, 청년벤처 1만개 양성 등의 정책을 통해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청년일자리허브를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100여 명 정도로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고 지적된다. 위 정책에 대한 후보의 평가와, 앞으로 관련 정책의 운영 계획은 어떠한가=청년일자리허브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100명이라고 하셨는데, 아마 117명의 청년혁신활동가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청년일자리허브를 거쳐 간 무수한 청년들을 생각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그렇게 간단히 계산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청년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기업 투자를 지원해 일자리를 확충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미래의 서울시 성장동력 계획 속에서 청년 일자리를 풀어야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구로가산·홍대합정‧상암수색‧동대문‧개포 등 5대 창조경제거점을 육성하고, 마곡‧창동상계‧홍릉을 3대 아시아지식기반허브로 구축하려고 합니다. IT, 패션, 출판, 디자인 등 서울만의 산업전략을 세우고 그 속에서 청년 일자리도 늘어날 것입니다. 또 청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청년 밀집지역 6개소에 ‘무중력지대’를 설립해 청년부채와 주거, 복지, 취업 등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시스템도 만들려고 합니다.

하나만 더 말씀드리자면, 제가 작년에 발표한 ‘2013 청년일자리 종합계획’에 따라 표준이력서 채택을 확산시키고, 서울시 공기업은 정원의 3% 이상을 청년으로 의무채용하는 것도 꾸준히 하겠습니다. 저는 청년들이 한 번 실패했어도 3전4기로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시정을 운영할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서울시 외곽 지역에서 한 시간 이상 걸려가며 통학을 하고 있다. 통학시간과 직장인 출퇴근시간이 맞물려 교통 문제는 계속 제기된다. 박 후보는 서울로 통학하는 학생들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계획하고 있나=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학생들에게 편리한 교통을 제공하고 싶지만, 아침 시간은 직장인 출퇴근 시간이어서 도로가 과포화되버리거든요. 버스 몇 대만 증차해서 해결되면 제가 벌써 해결했겠죠.

도로 환경을 보다 쾌적하고 편리하게 하는 대안을 머리 빠지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당장 학생들이 버스와 지하철을 더 편하게 이용하도록 교통비 할인을 24세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 19세부터 24세의 청년들에게 할인 혜택이 없는데, 교통비 10%를 할인할 것이고, 소요예산 710억 원도 마련했습니다.
더불어 청년을 위한 주거 공급 확대도 주요 대안입니다. 원룸 중심 희망하우징, 소형주택 20만 호, 청년창업가를 위한 청년 주거숙도 공급하겠습니다.

◇평소 컨테이너보다는 ‘콘텐츠’를 만들고 ‘문화예술 생태계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시네마테크, 독립영화전문 상영관 건립 등이 컨테이너 바탕 문화 육성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비판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지, 문화예술 생태계 지원 정책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문화인프라가 부족했을 때는 관 주도의 공급정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문화 다양성의 시대입니다. 저는 서울시의 역할은 창조 동력이 떨어지지 않게 연료를 공급하는 거라고 봅니다. 제가 문화예술생태계를 지원한다는 건 바로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지역과 문화를 연결하는 마을예술창작소, 누구나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지역예술교육센터, 마을살이 스토리를 담은 마을박물관, 도시활력 융합창작센터 설립도 생태계 조성 사업입니다.

제2의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나오기 위해서 서울시네마테크, 독립영화전문 상영관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수익논리에 밀린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예술영화가 설 자리를 잃으면서 문화지층이 그만큼 얇아집니다. 창작-유통-향유하는 시스템이 순환해야 하니까, 서울시네마테크가 컨테이너 사업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현장목소리가 반영되는 자율적인 문화행정을 꿈꾸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규제 완화는 세월호 참사와 같이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대해 박 후보의 의견은 어떠한지, 서울시장이 될 경우 서울시 내부의 규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 설명해달라=세월호 여객선의 선박연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해줬던 것도 이번 참사의 원인이었습니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절대 안 됩니다. 누구를 위한 규제 완화인지, 어떤 결과가 예측되는지를 깐깐하게 확인해서 나쁜 규제와 착한 규제를 구별하겠습니다.

저는 시민의 편에서 확인할 것입니다. 중소유통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규제가 있다면 없앨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시민의 안전과 직접 연관이 있으면 절대 규제 완화는 없습니다. 이미 '원순 씨의 10대 안전공약'에서 말씀드렸지만, 기업이 이익을 앞세워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면 기업운영 자체를 못하게 할 정도로 깐깐한 시정을 펼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지역 대학생 그리고 20대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울시장이 되기 전 제 명함에는 항상 ‘Social Designer’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더불어 함께 가는 사회,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사회를 디자인하는 사람이죠. 우리 20대 청춘들에게도 권유하고 싶어요. 요즘 청년들이 스펙을 쌓느라 바쁜데, 스펙은 옷과 같아요. 옷도 이왕이면 좋은 옷이 더 좋아보이겠지만, 사실 옷보다 중요한 건 몸과 마음입니다. 우리 사회가 어둡고 힘든 세상인 건 틀림 없지만 그럼에도 도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가진 게 없으니 손해볼 것도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저도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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