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도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기 위한 그들의 이야기
힘들고도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기 위한 그들의 이야기
  • 최정윤 기자
  • 승인 2014.06.01 0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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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조경학과·건축학과 졸업전시회

어느새 한 학기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는 기말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누군가는 마지막 학기의 마무리를 위해 밤을 지새우고 있다. 특히 졸업전시회에서 자신의 결과물을 선보이고 설명해야 하는 이들은 남다른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 졸업전시회 하면 미대를 떠올리곤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학신문』에서는 졸업전시회를 갖는 조경학과와 건축학과를 찾아 그 과정을 따라가 봤다.

두 학과의 공통된 주제는 ‘공간에 대한 재조명’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건축학과는 ‘건축물’을, 조경학과는 도시 경관, 주거단지, 공원 등 ‘외부공간’을 대상으로 작업한다. 건축학과 학생들은 6월에 있을 졸업전시회를 위해 전년도 12월에 미리 주제를 선정하고 1, 2월 동안 지도교수와의 피드백을 통해 이를 구체화한다. 학생들은 ‘노인’, ‘동물’과 같이 평소에 관심을 갖던 주제를 발제한 뒤 교수와의 면담을 통해 ‘종로의 노인 대학’, ‘유기견 입양 센터’ 등으로 구체화한다. 이후엔 대략적인 매스(mass) 즉 건물의 부피와 컨셉을 잡아 모형도를 만든다.

▲ 건축학과의 한 학생이 김광현 교수의 조언을 받고 있다.
사진: 김유정 기자 youjung@snu.kr

조경학전공의 경우 ‘대상지’를 선정한 후 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컨셉을 정한다. ‘영등포 로터리’, ‘서울 의료원 부지’ 등의 장소를 정하고 이와 관련된 역사, 기반 시설, 접근 경로 등을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서로 다른 공간 간의 소통’, ‘도심지 속 휴게 공간’ 등과 같은 컨셉을 정한다.

두 전공의 학생들 모두 작업 과정에서 의문이 생길 때마다 해당 지역으로 답사를 간다. 답사는 기존에 있는 건물을 확인하거나 주민들의 생활상을 관찰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엄호정 씨(조경학과·11)는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점이나 실제 주위 경관 등은 직접 가보지 않고는 지도로 파악할 수 없어 답사는 필수”라며 답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유정 씨(건축학과·09)는 “10일 동안 회현동에서 머무르며 건물의 실제 높이나 경사지를 확인하고 참고해야 하는 건물들의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자신의 구성안을 발전시켜나간다. 매주 개선된 설계도와컨셉을 실현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심적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박상희 씨(조경학과·11)는 “조경은 공공성과 생태, 즉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고려해 자신의 주제를 구현해야 한다”며 “길이가 몇 m이고 몇 명의 사람이 드나들 수 있나, 공원에 어떤 나무를 몇 그루 심을 것인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 조경학과의 두 학생이 수업 때 발표할 PPT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사진: 김희엽 기자 youjung@snu.kr

학생들이 설계도나 PPT를 통해 전과 달라진 부분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이어 교수의 질문과 평이 쏟아진다. 한 학생의 노인대학 설계도에 대해 김광현 교수(건축학과)는 “여기선 사용하는 대상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며 비판하기도 했지만 “노인분들을 고려해 지하가 아닌 2층에 식당을 둬 종묘를 내다보며 식사하게 하는 식으로 세세한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건축학과, 조경학과 학생들 모두 스튜디오에서 본격적인 밤샘 작업에 돌입한다. 작업실에 간이침대를 놓을 정도로 작업량이 많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통해 설계도가 마무리 되면 전시회에서 선보일 패널과 모형도 작업에 들어간다. 패널은 A1사이즈의 6배 정도 크기의 판으로 학생들은 이 패널 안에 글, 다이어그램, 이미지 등을 압축시켜 주제를 전달한다. 건축학과의 경우 1, 2학년이 선배의 졸업 작품 제작에 참여해 모형도에 넣을 사람과 집 모형을 만드는 등의 소소한 작업을 돕는다. 조경학과는 두, 세 명이 한 조가 되어 작업을 하기 때문에 개인 작업 시간 외에도 회의를 하거나 의견 조율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긴 작업 끝에 작품이 마무리 되면 드디어 전시회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선보인다. 건축학과와 조경학과는 각각 7월 2일, 6월 9일에 건축전과 조경전을 시작한다. 학생들이 모형도와 패널을 선보이면 외부 심사위원들이 수상자를 정한다. 수상작 선정 기준은 ‘독창성’이다. 배정한 교수(조경학과)는 “대상지가 가진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졸업전시회는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소유정 씨는 “스스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지만 졸업전시회처럼 학생이 프로그램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이 과정이 보람 있다"고 말했다. 강재혁 씨(건축학과·09)는 “졸업전시회의 결과물은 졸업 후에도 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엄호정 씨는 “학교 생활의 정점을 찍고 마무리하는 느낌이다”고 말해 좋은 결과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인고의 시간이 만들어낼 결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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