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여야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이 법률안은 2011년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직자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발의한 것으로, 발의한 사람의 이름을 딴 ‘김영란법(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의 금지, 공직자의 금품수수 금지, 그리고 이해관계 있는 직무수행 금지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을 작년 8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해당 법안은 최초의 안에서 이미 상당히 후퇴된 수정안이다. 이조차도 지난달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할 때까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이 거의 없었다. 지난달 말 진행된 소위원회 회의도 정략적 이해관계에 얽혀 여야 간 선명한 시각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우선 국회에 계류 중인 현재의 법률안 자체로는 민관유착을 끊어내는 엄정한 제도적 수단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예컨대 법률안은 공직자의 금품수수가 있는 경우에도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고 있다. 그러나 민관유착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청탁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려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에 관계없이 금품이나 각종 향응을 제공받은 공직자와 청탁자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제도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 경우 죄를 묻기 어려워 민관유착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기 때문이다.

국회는 후반기 국회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을 원형에 가깝게 합의하고 이를 조속히 통과시켜 민간과 관 사이의 부적절한 유착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를 통해 관료집단의 부정부패를 개인의 도덕적 차원을 넘어 제도적 차원에서 봉쇄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공무원 집단의 부정부패를 개개인의 도덕성과 양심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막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선박 안전 검사 업무를 담당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 검사원은 해운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부실하게 검사했다. 또 한국선급의 회장과 이사직은 해양수산부 퇴직 관료들의 낙하산으로 전락하면서 ‘봐주기 검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청탁금지법이 조기에 시행됐었더라면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후반기 국회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빠른 시일 내에 부정청탁금지법의 원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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