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영 박사과정
영어영문학과

영어는 우리 삶에 어느 정도의 순위를 차지하고 있을까? 우리는 영어 공부에 실로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정부의 공식 통계만 보아.도 어림잡아 7조 원에 해당되는 금액이 영어 사교육에 소비되고 있다. 영유아부터 어른들까지,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등학생들은 수능 외국어 영역 1등급을 향해, 대학생들은 토익 900점을 향해, 직장인들은 승진 기준 점수 취득을 위해. 그 결과, 과거와 비교해볼 때 우리의 영어실력은 분명히 과거보다는 향상된 듯하다.

문제는 그렇게 영어를 잘하게 되어서 어디에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11년 ‘한국인의 언어생활 실태조사’에서 최근 1년 동안 영어로 의사소통한 시간을 물어본 결과, ‘없다’라고 대답한 비율이 조사자의 거의 40%에 달한 반면, 가장 많은 활용빈도인 1주일에 2-3시간이라고 답한 조사자의 비율은 전체의 7% 정도에 불과했다. 이를 보면, 우리가 인식하는 영어의 중요성과 실제 영어 사용 실태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시험은 영어 과목을 버젓이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고, 각종 기업은 일정 수준의 공인 영어 성적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꼭 필요한 능력을 다른 이들보다 월등한 수준으로 갖추고 있어도 일정 점수 이상의 영어 성적을 취득하지 못하면 응시원서 접수조차 불가능한 것이 이 사회의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막상 그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영어실력을 갖추었을 때, 그 능력을 유감없이 활용할 수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우리 중 대다수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 로그인할 때나 영어 글자를 사용한다. 우리가 그렇게도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배운 영어는 사용할 기회는 몇몇 특정 직업군을 제외하곤 막상 별로 없다.

이쯤 되면 ‘영어교육이 우리에게 과연 어떤 실질적 도움을 주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영어교육은 이를 시행하는 데 있어 많은 한계와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우리가 한 언어를 배우는 데에는 적어도 1만 시간 이상의 노출과 연습이 필요하다. 이는 어린 아이가 5살 정도는 되어야 모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는 것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공교육의 영어교육 시간은 800시간도 채 안 되며, 우리들 각자가 수많은 개인적인 비용을 지불하며 1만 시간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그렇게 힘들게 배운 영어도 쓸 곳이 없다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면 무엇이 좋은가? 온 국민이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국가경쟁력이 향상되는가? 영어를 잘하면, 영어로 된 글을 읽고, 영어로 된 각종 문화를 즐기기에 편한 것이지, 영어를 잘하는 것이 성공의 유일한 지름길은 아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구조적인 이유로 다들 경쟁하듯이 달려드는 영어 공부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소비를 위한 소비를 낳을 뿐이며, 영어 사교육 업계만 배를 불려주는 꼴이다.

혹자는 국제화 시대에 유창한 영어 능력은 필수이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갖추어야 하는 것이 진정 영어 실력인지, 아니면 각자의 분야에서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전문성을 키우는 것인지 되짚어보면 답은 간단하다. 영어는 실용적 기능을 이행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며, 그것도 필요한 분야에서 중요한 도구일 뿐, 모든 곳에 다 들어맞아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분명히 아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영어를 공부하는가. 단지 ‘영어’라는 글자의 허울 좋은 뜬 구름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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