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천 총장, 4년을 돌아보다
오연천 총장, 4년을 돌아보다
  • 김민식 편집장, 문혜진 부편집장, 정아영 취재부장
  • 승인 2014.06.01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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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연천 총장

 오는 7월 20일로 제25대 오연천 총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달 19일 오연천 총장을 만나 지난 4년간 법인화, 시흥캠퍼스 및 평창캠퍼스 사업 등 서울대가 추진하고 이뤄온 여러 정책과 목표에 대한 오 총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4년간의 임기가 끝나간다. 이임을 앞둔 소감은=(총장)임무를 마치고 교수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 또 그동안 이해해준 구성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제일 앞선다. 특히 저의 부족함을 이해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임기 중 어떠한 공약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했는가=대학은 교육연구기관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했다. 서울대는 해방 후에 최초로 만들어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많은 주목과 기대를 받는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서울대의 책무 실천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인식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책무는 국내 공동체에 대한 기여도 있지만, 국제적 협력도 중요하다. 지난해 6월 우정글로벌사회공헌센터가 설립되며 글로벌 협력 체계가 갖춰졌다. 서울대가 가진 많은 지적·인적·기술적 역량을 나눌 수 있도록 개도국과 협력할 수 있는 틀을 조금 더 공고하게 했다.

◇임기 중 법인화가 이뤄졌다. 법인화로 인한 성과, 앞으로의 과제 등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면=법인화법은 전임 총장 때 제안됐고 내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국회에서 통과됐다. 2년 동안 법인 관련 업무에 전념하다시피 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성과를 묻는 것은 굉장히 성급한 질문이다. 법인으로의 전환은 목표가 아닌 수단으로 1~2년 내에 성과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법인화 이전에는 서울대가 교육부에 소속된 교육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직원 한 명을 고용하더라도 기재부나 안행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제는 서울대가 행정기관이 아닌 특수한 자율적 기조 하에 독립기구로 변경됐다. 이를 통해 제한된 의미의 자율성이 보장됐고 탄력적이고 개방된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재정규모의 보장과 일정 범위의 의사결정의 자율성이 법인화법에 명시돼있다.

◇재정의 자율성 보장이 어떻게 이뤄졌는가=법인화 전에는 사업에 대한 예산을 개별적으로 확보해야 했지만 지금은 예산 총액제로 운영돼 탄력적인 예산 운용이 가능해졌다. ‘법인화가 되면 학교가 독립적으로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법인화법에 따라 서울대의 재정은 고등교육예산 증가율을 고려해 증가하도록 보장돼있다. 취임할 당시 약 2천9백억 원이던 국고예산이 올해 약 4천여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재정 확보는 목표대로 진행 중이며 특히 국고를 통한 재정확보는 목표치를 넘어섰다. 발전기금의 모금액은 지난 4년간 5천억 원을 넘어섰다. 다만 어려운 것은 4년간 등록금이 동결 또는 인하됨에 따라 등록금 수입이 구매력 기준으로 사실상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결정의 자율성은=이전까지 교육부에서 지시하던 사항을 이제는 이사회가 담당하면서 의사결정의 자율적 영역이 넓어졌다. 이사회에 학외 구성원이 더 많은 까닭은 서울대가 국민의 대학이기 때문이다. 이사 15명이 모두 학내 교수인 것은 오히려 서울대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인들, 전직 대학 총장 등 외부 전문가를 이사회에 포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사회의 독주가 우려된다, 이사회 때문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기되는데 실제로 이사회는 평의원회의 심의내용이나 집행부의 제안을 지속적으로 중시하고 지지하고 있다. 이사회에서는 총장 선출이나 주요 정관 개정 등에 대해 주로 논의하며 교과과정 개편 등 학내 교육·연구와 관련된 주요 안건은 확인과 검토 과정만 거치고 있다.

◇이임 후 새로 총장이 취임하면 총장과 이사장이 분리된 이원체계로 돌입한다.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회와 총장의 관계가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지=이제 곧 평교수로 돌아가는 시점에서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사회는 서울대를 대표하는 의결기구이기 때문에 대학 측의 입장을 국민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대학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본다. 또 이사회와 본부는 서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이사회는 큰 틀에서 사후적 심의·확인에 주력하고, 본부는 주요 사안의 제안과 집행, 개별 사안의 의제 설정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학내 구성원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임기 중 학생들이 법인화 반대 본부 점거나 시흥캠퍼스 사업 반대 천막 농성 등을 통해 학내 의견 수렴을 요구하기도 했는데=법인화는 노무현정부 때부터 추진돼왔고 총장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법안이 전격 통과돼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을 할 기회가 없었다. 그 당시 법인화에 대한 준비 과정을 2년 정도 거칠 예정이었지만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법안이 통과됐다. 임기 전이기는 하지만 아쉬운 점은 교수 투표 등의 방법이 아닌 평의원회의 의결로 법안에 동의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만약 교수 투표를 거쳤으면 학내 구성원들의 반대가 크지 않았으리라 예상한다. 시흥캠퍼스 사업의 경우에는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지금도 기숙사 프로그램 위원회나 대화협의회를 통해 논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6월 중 평창캠퍼스 준공을 앞두고 있고, 시흥캠퍼스도 임기 중에 사업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왔다. 멀티캠퍼스 사업을 통해 서울대가 얻을 수 있는 점은 무엇이라 보는지=서울대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교육과 연구, 산업인력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멀티캠퍼스 사업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예로 평창캠퍼스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간이다.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연구와 산학협력이 가능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새로운 수요에 맞춰 평창에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이 설립된 것이다. 평창캠퍼스가 서울대 생명공학의 중심지가 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좋은 환경 아래에서 체험 실습을 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 시흥캠퍼스는 국제화의 수요에 따른 공간이다. 외국인 학생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협정에 따라 기숙사에 이들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숙사에 거주하고자 하는 지방 학생들의 경쟁은 치열해진다. 관악캠퍼스에 기숙사를 확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흥캠퍼스를 글로벌 캠퍼스로 개발해 외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캠퍼스를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 또 외국 학생들과 교류하고 싶은 학생도 그곳으로 갈 수 있다.

◇임기 중 출범한 미래교육기획위원회(미래교육위)에 대해 평가한다면=사회에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은 항상 미래 교육에 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교육위를 출범했다. 어떤 학문 분야에 중점을 둘 것인가 그리고 원격교육이나 온라인 강의 공개 등 IT 방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연구했다. 또 새로운 학문의 수요에 맞춘 학부·과의 통합과 분리가 중요하다. 이 문제는 많은 구성원이 기존의 학과를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미래 교육의 당위성에 비해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이는 중장기적인 과제이며 구성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해줘야 한다. 기초교육은 무척 필요하지만 이전 시스템에서 변화가 필요해 미래교육위에서 기초교육 개편을 추진했고 상당한 활동을 했다. 학제 개편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봐야 하고 많은 교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성과도 있고 중장기적인 과제도 있는데 이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므로 제안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 부분을 다음 집행부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다.

◇2013 자체평가 보고서를 보면 총 연구비는 증가했지만, 학내에서 지원하는 연구비는 오히려 감소했다=BK21 사업 체제가 바뀌면서 학내 지원 연구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 교내 연구비는 증가했다. 연구비의 지속적인 확충을 위해 교수들의 연구 계획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몇 가지 방안을 연구처에서 제시했다. 국가차원에서 연구할 과제를 서울대가 먼저 마련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다. 우리가 앞장서서 재난 연구, 바이오 연구 등 미래 연구를 기획해야 국가가 그것을 의제로 만들고 우리가 그 연구를 할 수 있다. 또 이런 연구를 다른 대학과 함께 해야 한다. 이와 함께 BK사업에서 탈락한 프로젝트를 위해 발전기금에서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앞으로 서울대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서울대는 국내 선도 대학에서 아시아 중심권 대학으로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세계중심권 대학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존중의 정신과 공동체 정신이 기반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학문후속세대를 우리가 스스로 길러내야 한다. 그동안 교수들이 외국 유학을 다녀온 뒤 학생들을 가르쳤다면 이제 우리가 석·박사 과정에서 인재들을 배출하고 어머니 대학으로서 교원을 배출해야 한다. 임기 동안 SNU 영스타 프로그램을 굉장히 강조했다. 학·석·박사과정이 연결돼 자랑스러운 학문후속세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교수 배정에서도 우리 학교 출신을 채용하는데 더 많은 비중을 뒀다. 학문후속세대 양성은 서울대의 고유 역할이다. 또 하나는 가치 창조다. 우리가 연구를 선도해 세계 중심권 대학에 맞는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사회적 책임이다. 대학 공동체, 사회 공동체, 국가 공동체, 인류 공동체에 책임감을 느끼는 인재가 돼야 한다. 지금 이를 위한 체제가 갖춰져 있지만 우리가 얼마나 더 헌신하느냐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학내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중요한 것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직원과 교수 간, 학생과 교수 간에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이해받고 존중받으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우수한 인재일수록 그러한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가치를 나누고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 법인화를 통한 기반이 다져져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구성원들의 높은 책임감과 헌신이 필요하다. 교수들은 더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 성찰을 통해 혁신을 꾀한다면 서울대는 틀림없이 5년 내로 세계 중심권 대학이 될 것이다.

인터뷰: 김민식 편집장, 문혜진 부편집장
글: 정아영 취재부장
사진: 전수만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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