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이사회(이사회)가 성낙인 교수(법학전문대학원)를 제26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지난 19일(목)에 열린 제6차 이사회 결과 성낙인 교수가 이사 15명 중 8명의 표를 얻어 총장최종후보자로 선출됐다. 오세정 교수(물리천문학부)와 강태진 교수(재료공학부)는 각각 4표와 3표를 얻는데 그쳤다. 성 교수는 교육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 임명을 거쳐 다음달 20일부터 4년의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면접과 투표를 통해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에서 추천한 총장후보자 3인 중 최종 후보자 1인을 선출했다. 이사회는 지난 13일 제5차 이사회를 열어 총장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했다. 면접은 후보 1인당 1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후보자의 소견발표와 질의응답으로 이뤄졌다.

성 교수는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SNU with Pride) △국민과 함께하는 서울대(SNU with People) △세계와 함께하는 서울대(SNU with World)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를 실현하고자 연구 및 교육역량의 강화, 생활복지의 내실화 및 교육환경의 개선, 대학 자원의 사회 공유화, 입시제도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법인체제에 부합하는 거버넌스를 정립하고 서울대를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책평가 결과 성 교수가 4위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총장최종후보자로 선출됐다는 점에서 이번 총장선출 결과가 교직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전에는 총장이 교직원들의 직접선거로 선출됐지만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후 이사회에서 총장을 선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전체 교직원의 10분의 1로 구성된 정책평가단의 평가는 이번 총장 선출과정에서 교직원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정책평가 결과에 의하면 오세정 교수가 1위를 차지했으며 성낙인 교수와 강태진 교수는 각각 4위와 5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성낙인 교수가 오세정 교수를 제치고 총장에 선출되며 교직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교수사회와 학생사회에서도 이번 선임 결과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교수협의회는 지난 20일 이사회가 성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하게 된 절차와 근거, 그 이유를 명백하게 밝힐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사회는 이번 결정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전원 사퇴하고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며 “만약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사회를 새로 구성해 총장을 다시 선출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수협의회 이정재 회장(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은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학교발전을 위해 모든 교직원들이 고심한 결과물을 무시한 것”이라며 “교직원들이 이번 총장 선출 결과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성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한 경위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날 이정재 회장은 교수협의회 회장직에서 사퇴했으며 다음 회의가 개최되기 전까지 조철원 교수(영어영문학과)가 교수협의회 회장직을 대행한다.

평의원회는 지난 22일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선출에 관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의원회는 이사회에 △총추위와 교직원의 정책평가 순위를 번복해 최종후보를 선정한 근거 해명과 △대학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의 관련 법규 개정을 요구했다. 평의원회는 “대학 구성원 위에 군림하는 이사회는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훼손시키고, 자율성 강화를 목표로 추진된 법인화의 기본 취지와 이사회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서 평의원회 정근식 의장(사회학과)은 “교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창구로 정책평가가 유일했던 만큼 이사회는 총장을 선출할 때 그 결과를 더욱 존중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총학생회도 이번 총장선출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예나 부총학생회장(국어국문학부·10)는 “총장 선거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전무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며, 총추위의 결정을 무시한 이사회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사회의 인적 구성에 대한 비판 또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사회는 학내 인사 7명과 학외 인사 8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당연직 이사는 총장과 교육부총장, 기획부총장, 교육부 차관과 기획재정부 차관 총 5명으로 하며 그 외 이사는 이사장과 학내 이사 4명, 이사장이 추천한 학외 이사 2명으로 구성된 이사초빙위원회에서 선정한다. 교수협의회 이정재 회장은 “현재 이사회 구조는 이사장이 10명의 이사 인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이사장에 권력이 집중되며 이는 총장의 직무 수행에 지장이 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평의원회 정근식 의장은 “현재 이사회 구조는 현임 총장단 3명이 후임 총장을 결정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현 총장단이 반대하는 후보는 당선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현 총장단을 제외하고 표결을 진행해 현 총장단의 의견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총장 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선거 결과는 외부인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현행 이사제도가 원래 취지에 맞게 사회적 공론을 수렴하는 장점을 발휘하기보다는 외부의 입김에 휘둘려 중요한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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