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학과 전경수 교수

전경수 교수는 정년을 앞둔 시기에도 일본에서 일본 인류학사를 정리하는 등 인류학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정년퇴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전 교수는 “성심으로 뒷받침해주신 교직원 여러분과 매년 입학하는 우수한 학생들 덕분에 30여 년의 근무 기간을 완주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한 블로그에는 ‘서울대 인류학과 전경수 교수님의 장례식을 축하합니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글이 올라와있다. 이 행사는 2008년 11월 전라남도 진도군의 소포리에서 진행된 것으로, 장례식에서는 인류학자로서 전 교수의 업적을 치하하고, 전 교수가 소포 마을과 진도군의 발전에 기여한 것을 감사하는 내용의 축문이 쓰였다. 행사의 목적에 대해 그는 “죽음을 배우는 것이 곧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그동안 그만의 독특한 활동을 여럿 해왔다. 특히 전 교수에게는 ‘똥 박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전 교수는 “환경문제의 근본이 개인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똥을 환경문제를 해결할 핵심어로 꼽은 전 교수는 저서 『물 걱정, 똥 타령』에서 똥이 야기하는 환경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순환 자원으로서 똥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남들과 다른 측면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전 교수만의 시각이 돋보인 주장이었다.

그는 인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전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인류학이란 “시공간을 걸쳐서 살아온 사람들의 축적된 지혜를 배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를 살아가는 등대로 삼고자 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류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인류학 연구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갖고 인류학에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가 교직에 있으면서 가장 중요한 신념으로 삼아온 것은 ‘정직’이다. 서울대 교수직뿐만 아니라 일본 규슈대 객원교수, 중국 윈난대 객좌교수 등을 지내오며 항상 정직한 태도로 학생들을 대하고자 했던 그는 대학생들에게 “정직한 태도로 살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전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의 학살사건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퇴임 이후에도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인류학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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