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환경과학부 최덕근 교수
사진: 이혜빈 기자 beliveyourse@snu.kr

“30년 동안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는 최 교수는 지질학을 공부하는 과학자인 동시에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구하는 모험가 같았다. 화석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유난히 두 눈을 반짝이던 최 교수의 정년 소감을 들어봤다.

희소한 학문에 도전하고자 선택하게 된 고생물학과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겠다는 생각에 우연히 선택한 것이 적성이었다”며 그는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삼엽충과의 만남 또한 운명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전임자의 연구를 이어받아 야외조사를 하던 도중 삼엽충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 그 계기였다. 그는 40년대 이후로 연구의 대가 끊겨있던 삼엽충을 제대로 연구해서 우리나라 땅덩어리의 역사를 밝혀내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20년 동안 삼엽충이 살던 5억 년 전 한반도의 모습을 고민한 최 교수는 우리나라가 바다에 둘러싸여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그 바다를 ‘조선해’라고 명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 지형의 역사를 밝혀내는 일에 착수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은 30억 년 정도 됐지만 대부분 변성을 받아 그 기록이 지워졌다”며 “기록이 상대적으로 남아있는 10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반도 땅덩어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의 지질학 공부를 정리한 책 『한반도 형성사』를 펴내기도 했다.

“10억 년 전과 같이 아득한 시간을 이해하는 것이 곧 지질학자가 하는 일”이라는 최 교수는 지질학의 정수를 후학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려 했다. 한 예로 그는 학부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지구시스템진화’ 수업에서 발표와 토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수업방식으로 호평을 얻기도 했다. 최 교수는 “사전지식이 없는 학생들의 참신한 질문이 오히려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런 다양한 교육경험을 인정받은 그는 2006년 서울대 교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퇴임 후에도 최 교수는 한반도 지형의 역사를 밝혀내는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는 “논문이 안 나와도 괜찮으니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과감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암석에 얽힌 이야기를 밝혀낸다는 기대감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을 설레게 한다던 최 교수. 마지막으로 그는 후학들에게 “굶어 죽어도 좋아하는 걸 하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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