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과 이성철 교수
사진: 김유정 기자 yujung@snu.kr

“아쉬움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라며 담담하게 정년퇴임 소감을 밝히는 이성철 교수의 목소리에는 지난 30년 동안의 교수 생활에 대한 시원하고도 섭섭한 심정이 묻어났다.

이성철 교수는 소아외과가 국내에서 하나의 세부전공으로 첫 발걸음을 뗄 시기에 소아외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생겨난 분야라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부전공을 정할 당시를 회상했다.

‘소아는 작은 성인이 아니다’라는 말이 소아외과에서 전해져 내려올 정도로 소아 치료는 성인 치료와는 다른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소아외과 의사로서 힘든 일도 많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소아외과 환자들은 항문이나 기도 등 생존에 필수적인 부분이 기형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긴급 수술을 하지 않으면 1주일도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소아외과 환자들이 가지는 특수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아외과 의사로서 뿌듯했던 적이 언제냐고 묻자 “매일 매일 주어진 일을 해낸 것뿐이다”라면서도 “신생아 때 수술한 환자가 잘 커서 18, 19살쯤 병사용 진단서를 받으러 올 때 뿌듯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교수는 환자의 경제적인 상황도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인 이유로 긴급수술을 하지 못한 환자의 건강이 악화되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며 이로 인해 좌절을 겪을 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 상황에서 환자의 상태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 여전히 힘들지만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음악, 미술, 연극과 같은 문화생활도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며 공부뿐만 아니라 문학, 역사, 철학 공부를 통해 기초교양을 쌓을 것을 강조했다. 곧 후배 의사가 될 의대 학생들에게는 “무조건 열심히 하라”며 선배로서 짧지만 강렬한 조언을 전했다. 지난 30년간 작은 생명들과 늘 함께 했던 이 교수, 그의 정년퇴임 이후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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