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인터뷰] 권은진 씨(자유전공학부·09)

누구나 학교나 직장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만 권은진 씨(자유전공학부·09)에게는 고등학생 때부터 가꿔온 그만의 프로젝트가 있다. ‘휴먼투어(HUMAN TOUR)’와 ‘생각공방’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대학을 졸업하는 지금까지 실현 방안에 대해 고민해온 권 씨는 이번 졸업식을 마치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다. 이제 대학생이 아닌 구글러(구글 직원)로서 프로젝트를 이어갈 권 씨를 만나 그의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봤다.

휴먼투어와 생각공방

권 씨는 스스로를 인문학 코디네이터(coordinator)라 칭했다. 인문학을 깊이 공부하는 전공자와 인문학과 동떨어진 대중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 인문학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인문학은 삶에 대해 정해진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져주는 학문이에요. 또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선택지를 줘요”라고 답했다. 그는 본인이 느낀 인문학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인문학이 다른 사람에게도 깊은 생각을 할 기회를 줘 사람들이 좀 더 풍요로운 꿈을 꾸기를 바라요.”

 

하지만 인문학을 어렵고 접하기 힘든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권 씨는 인문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휴먼투어와 생각공방 프로젝트다. 권 씨는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해요”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휴먼투어와 생각공방을 실현하려는 노력과 인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이미 사회의 인정을 받았다.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프로젝트에 대한 열의를 보여줘 자유전공학부 특기자 전형 수석으로 입학했으며, 여러 재단에서 장학생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해 대한민국 인재상에 선정돼 대통령상을 받았다.

권 씨의 프로젝트는 질문을 던져주는 인문학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문학적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데서 시작한다.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 삶의 자극을 전할 수 있는 이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휴먼투어다. 휴먼투어를 통해 모인 이야기는 생각공방이라는 공간에서 공유된다. “여러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는 접점이 있어요. 생각공방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꿈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이죠. 직접 체험하거나 영상으로 보여주는 등의 전달 방법이 있지만 아직 구체화하지는 않았어요.”

권 씨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를 학문 영역을 넘나들며 공부하기 위해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해 ‘인문소통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생각공방에서 사람들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았으면 좋겠는데 저도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몰라요. 인문소통학을 전공해 여러 학문을 배움으로써 답을 얻고 싶었어요.” 인문소통학은 자유전공학부 내의 학생설계전공제도(학생 스스로 2개 이상의 학문을 융합한 교과과정을 구성해 전공으로 이수하는 제도)를 통해 그가 만든 그만의 전공이다. 철학, 미학, 사회학, 심리학의 개론 수업과 인간다움에 대한 뚜렷한 키워드를 가진 수업으로 교과과정을 만들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각자 얻은 답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언론정보학과의 커뮤니케이션 수업도 넣었다.

현실과 마주하자 나타난 고민거리

최근 국내에서 강연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커지면서 권 씨는 새로운 고민을 갖게 됐다. “요즘은 대중을 상대로 여는 강연도 많아졌고, 인터넷에서 비영리재단 TED의 해외 연사도 만나볼 수 있어요. 휴먼투어는 어떤 사람을 보여주고 싶은지, 똑같은 사람을 보여준다고 해도 어떻게 차별성을 둘 것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고 느껴요.” 생각공방의 인문학적 성격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를 느낀 이유다. “요즘 국내외의 인문학 공간을 탐방하고 있는데 공간의 성격에 따라 인문학을 정의하는 방법이 각기 다르더군요. 제가 생각공방을 통해서 전달하려는 인문학적 이야기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마지막 학기, 권 씨는 그동안 구상해온 프로젝트를 현실로 옮기고자 알음알음 뜻이 맞는 친구들과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운영에 필요한 홈페이지 운영, 디자인, 섭외 등의 일을 혼자서 모두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함께 할 사람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뜻이 맞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 팀 꾸리기에 난항을 겪고 있죠.” 지금의 팀은 자문위원이나 지도교수 없이 학생들만으로 이루어진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권 씨는 “지금은 아는 후배들, 친구들과 TF(task force)팀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정식적으로 팀을 꾸릴 거예요. 자문위원도 구해야겠죠.”라며 웃어보였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권 씨는 체 게바라의 ‘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하지만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품자’라는 말을 가슴 속에 늘 품는다고 했다. 권 씨는 휴먼투어와 생각공방이라는 꿈을 오랫동안 품어왔다. “불가능한 꿈의 영역에선 인문소통학을 전공하면서도 현실적인 리얼리스트가 되기 위해 사회적 기업, 벤처 기업의 인턴 활동을 했어요.” 이런 활동을 하면서 그는 프로젝트의 수익구조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비영리 조직과 기업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사회라는 현실을 마주한 권 씨는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드는 컨설턴트의 길과 콘텐츠를 기획하는 프로듀서의 길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했다고 한다. 권씨는 구글러로서 프로젝트를 현실화하는 길을 택했다. 꿈을 품은 현실주의자 권은진 씨의 이야기 역시 미래의 생각공방에서 좋은 자극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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