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미술은 변해왔다. 대중의 욕구와 작가들의 표현의식에 따라 미술의 어제와 오늘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미술의 ‘내일’은 어떨까. 앞으로의 미술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싶다면 오는 11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 1, 2 전시실에서 열리는 ‘올해의 작가상 2014’ 전에 가보자.

▲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4’ 전은 매해 열리는 ‘올해의 작가상’에서 최종후보에 오른 작가 4명의 작품을 전시한다. ‘올해의 작가상’이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예술분야 후원을 위해 공동으로 운영하는 상으로, 앞으로 미술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역량 있는 작가에게 수여된다. 이 상에는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관 단체의 후원이 뒤따른다. 올해는 구동희, 김신일, 노순택, 장지아 작가가 최종후보에 선정돼 전시회를 갖게 됐다. 이 전시회를 통해 최종 1인을 선정, 올해의 작가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구동희 작가는 퍼즐을 맞추듯 일상 상황에 우연적인 이야기들을 개입시켜 이를 영상과 설치미술 등의 작업으로 풀어나갔다. 「재생길」은 작가가 서울대공원에 대한 기억과 최근 발생했던 사건들에게서 인상을 받아 만든 설치미술작품이다. 길이 75m의 뫼비우스 띠 모양 구조물을 통해 작가는 인간 존재와 세계가 안쪽에서 출발해 바깥쪽으로, 다시 안쪽으로 가는 유기적 관계임을 제시했다.


김신일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관념을 비틀고, 이를 해체시키고자 했다. 그의 작품 「42000초 안에서의 대화」에 이런 작가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일상적으로 마주칠 수 있는 도심의 풍경과 자연 풍경 사진을 픽셀이 드러날 때까지 확대하고, 이 영상들을 교차시키면서 인간의 시각과 이성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실체’로의 접근과 대화를 시도했다.


노순택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사회가 어떻게 작동돼 왔고, 그 안에서 카메라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질문을 제기했다.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에서 작가는 사진을 ‘젊은 뱀’에 비유했다. 다른 매체에 비해 출현이 늦었던 사진매체는 비교적 ‘젊다’는 것과 사건을 의도에 따라 악의적인 가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뱀과 닮았다는 것이다.


장지아 작가는 몸에 관련하여 터부시 되는 영역을 작가적 상상력을 통해 건드렸다. 「아름다운 도구들 3」에는 흰 천을 드리운 성소가 전시장에 구현됐다. 성소 안에는 사람이 올라타 작업할 수 있는 바퀴가 있다. 이 작품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노동의 이미지와 동시에 바퀴의 날개 달린 부분이 음부를 스치며 느껴지는 쾌락을 상상하게 하려는 의도로 제작됐다. 작가는 음란하게 해석될 수 있는 요소를 효과적으로 결합시켜 미술관을 위반의 영역으로 만든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들은 자신의 미술관을 펼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얻게 됐다. 드넓은 공간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관람객들은 앞으로 이들이 그려나갈 미술계의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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