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역대 가장 많은 17명의 해외파를 선발하며 축구팬들의 기대감을 높였으나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반면, 독일은 홈팀 브라질을 4강에서 7:1로 꺾은 뒤 24년 만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는 최근 10여년간의 노력을 통한 결실이다. 한국 축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지금 그들의 변화과정을 통해 한국 축구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독일 축구 개혁을 선언하다=독일 축구는 줄곧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내왔다. 이번 월드컵 우승으로 4회 우승을 기록했고, 결승 진출 횟수는 8회로 세계 1위다. 하지만 줄곧 우승후보로 지목되면서도 월드컵에서는 1990년 서독의 우승 이후, 유로 대회는 1996년을 이후로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독일 축구 미래를 준비하다=월드컵 우승 이후 독일의 유소년 및 지도자 육성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흔히 ‘10년 프로젝트’라고 불리고 있는 이 정책의 계기는 ‘위기’였다. 유로 2000과 2004에서 10위권의 성적으로 고전하며 독일인들에게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프로리그 측면에서는 90년대 초 통일로 시작된 경제 불황과, 독점으로 경기를 중계해오던 방송사가 파산하면서 자금줄이 급격하게 말라갔다.


유명 선수들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독일 클럽들은 자연스레 유소년 육성에 눈을 돌렸다. 협회는 프로구단에 의무적으로 유소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한편 유소년 출신을 1군 스쿼드에 의무적으로 할당했으며 자체적으로 유소년 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해 전국에 숨어있는 유망주를 발굴했다. 독일의 우승을 일궈낸 마리오 괴체, 메주트 외질, 토마스 뮐러, 마누엘 노이어 등이 이 프로젝트의 결실이었다.


독일 축구계는 유소년 선수 육성에 못지않게 지도자 육성에도 공을 들였다. 분데스리가 지도자는 유럽축구연맹 라이선스A 소지자로 기준이 강화됐다. 이러한 결과로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지도자가 라이선스A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높은 레벨인 PRO 급의 경우 스페인보다 월등히 많은 3만 5천 명을 넘어섰다.


◇독일 축구 상생을 모색하다=독일 축구대표팀은 자국 리그 출신의 선수가 유난히 많다. 이는 독일 대표팀의 조직력에 기여했으며 이들은 다시 분데스리가의 인기를 높였다. 구단과 대표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성공을 이끈 데에는 독일 프로축구리그인 분데스리가의 경영 방식에 해답이 있다.


첫째로는 51% 룰이다. 독일의 프로구단은 한 개인이 5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게끔 법제화돼 있다. 모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구단(레버쿠젠, 볼프스부르크, 라이프치히)도 있지만 나머지 15개팀은 팬들의 소유라 할 수 있다. 이런 구조는 구단이 수익에 치중하기보다 팬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토대가 된다. 가장 명문인 바이에른 뮌헨조차도 가장 저렴한 입석을 2만 원 정도에 구입이 가능하다. 연간권의 경우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르셀로나에 비해 훨씬 낮은 17만 원 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입장 수익으로 5,062억 원을 기록해 입장 수익에서 5,779억 원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크게 차이가 없다. 이는 평균 관중 4만 명을 웃도는 분데스리가의 팬들이 만든 결과다.


또 다른 특징으로 지출 내 연봉 비율이다. 분데스리가는 2012/13 시즌 수익 대비 연봉 지출에서 51%를, 프리메라리가는 56%를 지출했다. 이에 비해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의 세리아A의 경우 71%, 프랑스의 리게 앙은 66%를 기록해 연봉에 많은 지출이 발생했다. 연봉이 낮은 비율로 운영되자 구단의 순익도 증가했다. 실제로 매출은 프리미어리그가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순익의 경우엔 분데스리가가 1위를 기록했다. 이런 흑자는 유소년 육성이나 티켓값의 안정화로 선순환되며 리그 경영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한국 축구 개혁을 시작하자=우리나라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쓰라린 패배를 겪었다. 하지만 독일의 성공이 위기 뒤에 찾아왔듯 한국은 독일의 성공을 체질개선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첫째로 유소년 육성이다. 올해 3월 출범한 골든에이지 프로젝트는 그래서 반갑다. 골든에이지 프로젝트란 기술 습득이 빠른 11~15세를 시도축구협회에서 구성한 지도자들이 연간 몇 차례의 특강을 통해 가르치고 이들을 선별해 더 높은 수준의 영재로 길러내는 것이다. 학원 축구가 주가 되는 현실에서 선수들은 진학을 위한 성적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은 기술이 부족한 한국축구의 창의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시행한 지 반 년도 되지 않은 지금, 벌써 결실도 이뤘다. 지난달 29일 골든에이지 프로젝트에 참가한 선수로만 꾸린 15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난징 하계청소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해외 유학 프로그램과의 병행도 고민해봐야 한다. 남태희, 손흥민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길러냈던 이 프로그램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 유소년 시스템을 고려하면 재고의 필요성이 있다.


둘째는 리그의 성장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3년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관중 수는 각각 670만 명과 230만 명으로 나타났다. 야구의 3분의 1수준이다. 더불어 해외 유명리그를 생중계로 볼 수 있는 현실은 국내 리그의 발전엔 암초나 다름없다.


다행히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작년에 K리그 출범 30주년을 맞으며 BEYOND 11이라는 비전을 제시, 리그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특히 ‘축구산업 아카데미’ 등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올해는 좀 더 세분화된 구성으로 구단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지난 달부터는 구단과 연고지 간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K리그 축구의 날’을 지정해 연고지 내 학교 방문을 매달 1회 정례화했다. 축구산업아카데미 1기인 이정원씨는 “기존에 시행하던 방문이 정례화되면서 모든 구단이 같은 날 동시시행한다”며 “선수들의 참여가 기존보다 확대돼 프로축구 인기를 올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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