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학번으로 입학해 9년 만에 늦깎이 졸업을 하게 된 최상민씨.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느낌”이라며 졸업의 소감을 밝히는 그의 눈빛에는 후련함과 기쁨이 가득하다.

 

어려서부터 개를 좋아했다는 최상민씨는 “광주 본가에 개 20마리, 지금 살고 있는 자취방에는 슈나우저 한 마리를 키운다”며 웃는다. “강아지가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내 목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틀어준다”는 그에게 동물에 대한 애정이 필수적인 수의학과는 후회없는 선택이었다고. 최씨는 산과 수업에서 소 임신 진단을 위해 젖소의 직장에 손을 넣어 임신여부를 판단하던 일, 포르말린에 절여 피를 다 뺀 개에게 했던 해부 실습, 개의 시신경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수업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동료들과 신경 구멍 개수를 외우며 밤을 새던 일을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꼽으며 학생들에게 항상 세심하시던 양일석 교수님에게 감사의 말을 덧붙였다.

 

 

최씨는 2001년, 선배의 동물병원에서 입원실 청소, 소독부터 실험견에 대한 수술 실습까지 체험할 기회를 갖기도 했다. 조교가 감독하던 학교에서의 시술 실습과 달리, 스스로 판단하고 집도하는 수술은 그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한다. 그는 “실험견에게 한 성대수술이 잘못돼 입원실에서 몸이 부풀면서 죽어갈 때, 너무 불쌍했다”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전공 외에도 98년 벤처 열풍이 불 때 친구와 함께 했던 창업, 연극동아리 활동, 주식투자, 화공기사자격증 공부 등을 기억나는 활동으로 꼽는다.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많은 활동을 했다는 것을 졸업이 늦어진 변명으로 삼겠다”는 최씨는 2003년 여러 활동을 접고 학업에 열중, 이번 계절 학기를 마지막으로 학사모를 쓴다. 그는 “졸업 제한인 16학기가 다가오니 열심히 공부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보였다”며 “그때부터는 남들 하는 만큼 공부했다”고 웃었다.

 

 

최씨는 후배들에게 “언론에서 부각시키는 수의사의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치열한 노력을 함께 보라”는 당부를 남기며 “좋은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도록 항상 준비된 삶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1, 2학년 때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탐구해 보는 것이 좋다”며 “특히 이공계 후배들은 사회의 다양한 모습에 관심을 가지면 생각을 키우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씨는 ”대학시절을 자유롭게 보냈던 만큼 그 대가와 책임이 뒤따랐다”며 “앞으로는 과거를 거울삼아 성실히 살아갈 것”이라고 졸업의 포부를 밝힌다.  

 

 

올해부터 수의사 시험을 준비할 계획이라는 최상민씨는 “수의사는 동물을 사랑해야 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위한 직업“이라며 “눈앞의 이득보다는 사람과 생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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