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파괴자’들의 국민 모독
‘진실 파괴자’들의 국민 모독
  • 대학신문
  • 승인 2014.09.21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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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으로 유명한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 「마스터 키튼」의 주인공은 보험 조사원이다. 그는 막대한 보험금이 걸린 사건들의 실체를 차근차근 조사해 나간다. 그의 활약에 따라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난다. 사건을 조작하려던 이들은 죄값을 받게 되고, 억울한 피해자들은 정당한 배상을 받게 된다.

지난 8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숨진 2명이 산업재해임을 인정받았다. 7년간의 투쟁을 통해서야 그들은 비로소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3명은 인정받지 못했다. 같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십 명이 희귀병에 걸렸음에도, 의학적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입증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작업공정에서 어떤 물질이 사용되는지 밝히라는 요구가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됐기 때문이다. 진실에 접근할 권리 자체를 애초에 빼앗겨버린 상황에서 그들은 피해자조차 될 수 없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지 5개월이 지났다. 사건 이후, 유가족들이 가장 바랐던 것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아는 것이다. 진실을 알아야 책임소재를 규명할 수 있고 그래야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왜 가라앉았는지 그리고 구조하지 못했는지 우리는 모른다. 유가족들은 슬픔에 잠길 시간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삼보일배를 하며 노숙을 하며 단식을 하며, ‘알기 위해’ 자신의 삶을 걸고 있다.
“가만히 있으라”는 강요에도 유족들이 굴하지 않는 것은 가만히 있으면 진실이 밝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정권과 관련된 사건들에서 기존의 진실규명체계는 파탄 났다. 검찰은 무능하고 의지 없는 수사로 일관한다. 이에 법원은 정황은 의심되나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며 무죄판결로 화답한다. ‘술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닌’ 경찰청장도 국정원장도 무죄로 풀려나고 있다.

▲ 삽화: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리려 하지 않는다. 또한 누군가 그것을 알게 되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진실은 끝내 밝혀지지 않은 채, 그것을 무기로 권력은 스스로를 보호한다. 진실은 알 수 없기에 성급히 죄를 물을 수 없다고, 진실은 저마다 다를 수 있기에 옳고 그름을 애써 따지지 말자고. 불가지론을 통해, 상대주의를 통해, 진실의 독점은 그들의 힘이다.

따라서, 수사권 기소권 요구에 대한 현 정권의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진실을 요구하는 것은 곧 자신들에 대한 공격이다. 1970년대에 황금기를 보내어 아직 민주주의에 익숙해지지 못한 그들은 이를 국가에 대한 공격이자 헌법에 대한 공격으로 착각할 것이다. 하기에 그들은 도리어 자격을 운운하며 유가족들을 ‘검증’한다. 전라도 출신이기 때문에, 노조원이기 때문에, 이혼했기 때문에, 아빠의 자격이 국민의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가만히 있지 않는 이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불순한 세력으로 변하고 만다. 몇몇 불순 분자들로 인해 경제가 위협받고 헌법이 흔들린다. 진실을 알려는 자는 국가의 적이다.

보험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현재의 노력이다. 자신의 생명과 삶이 위협받을 것에 대비한 안전장치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죽음에서, 세월호에서, 우리는 한국 사회에 안전장치가 존재하지 않음을 비로소 깨닫고 있다. 보험을 드는 것만으로 배상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자격 심사를 누군가가 독점하는 한, 당신의 미래는 오롯이 그들의 뜻에 달려 있다. 우리에게 마스터 키튼은 일등 기업과 7년간 맞섰던, 자식을 잃고 오늘도 길거리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 바로 그들이다.

김경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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