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택선 강사
정치외교학부

새해의 결심을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무엇인가를 되돌아 봐야 될 시점에 이른 요즈음입니다. 모두들 연초의 바램들을 이룰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수업에서 학생들과 나누지 못했던 것들 중 하나를 이번 지면을 빌려 말하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종교를 초월하여 좋아하는 글이 있는데 법정 스님의 “함부로 인연을 만들지 말라”입니다.

“쓸데없는 인연은 만들지 말라.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놓으면 쓸 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고 고통받아야 된다.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한 사람들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 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

위의 말들은 각각의 처지와 입장에 맞춰 언제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매우 좋은 말씀이므로 저는 이를 항상 되풀이하여 곰곰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지금 이 시점에서 나름대로 짤막하게 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적 생활에서의 시간의 선택과 집중입니다. 과연, 지금 내가 미래에 진정으로 유익할 수 있는 공부와 수업에 시간을 집중하고 있는지 혹은 쓸데없는 것들에도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던 것은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저 역시 여러 가지 다양한 주제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하나의 주제에만 몰두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일들에 시간을 소모하여 나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명제나 물음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학생시절과는 달리 점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해짐을 절감하면서 이에 대한 고민 역시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 속에서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현재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장래에까지도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둘째, 사적 생활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돌아봄입니다. 바쁜 시간 속에서 종종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은 자신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이버 상의 친구들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물론, 이를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과연 이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유용한 것일까요? 굳이 “트위터는 시간의 낭비다. 인생에는 더 많은 것들이 있다.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라”라는 알렉스 퍼거슨 경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실제 생활 속에서 우리와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는 진실한 인연들에게 좀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할애해야 하는 것이 아닐는지요? 우리는 우리의 진실을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모함으로써 스스로를 낭비하고 아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나눠 보고 싶었습니다. 모쪼록 이 지면을 통한 저와의 만남이 의미 없는 스침이 아니라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준 여러분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실한 인연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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