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지문 박사과정
화학생물공학부

정문에서 멀리 올려다 보이는 301동, 302동 신공학관은 관악산 한가운데 수많은 유리창에서 반사되는 빛과 함께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이처럼 화려한 신공학관의 이면에는 어두운 비밀이 숨어있다. 관악산과 마주하고 있는 신공학관의 옆면과 뒷면으로 가보자. 여러 종류의 새들의 사체가 나뒹굴고 있다. 울새, 박새처럼 참새보다도 작은 새부터 청딱따구리, 호랑지빠귀, 꿩 등의 커다란 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새들의 사체에 놀랄 것이다. 과연 누가 울새를 죽였을까?

범인은 바로 유리창이다. 누구나 투명한 유리문을 인식하지 못하고 부딪친 경험이 있다. 정교한 시각을 갖춘 인간조차 때때로 유리를 인지하기 어려운 만큼, 유리창에 대한 학습이 없는 조류에게 유리창은 투명한 덫이나 다름없다. 북미지역에서만 유리창 충돌로 인해 매년 10억 개체 이상의 조류가 유리창 충돌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조류가 인간에 의하여 직간접적으로 사망하는 여러 가지 사례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조류의 유리창 충돌은 유리창에 반사되거나 투과되는 상으로 인해 유리창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신공학관 건물은 수많은 철새들이 서식하고 통과하는 관악산과 접하고 있고 벽면의 유리창 비율이 높은 만큼 조류의 유리창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날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신공학관에서만 매년 최소 200개체 이상이 유리창 충돌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밖에도 신공학관과 같이 초목과 접하면서 유리창 비율이 높은 73동, 200동 등에서도 매년 100개체 이상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모든 조류의 종들이 유리창 충돌에 취약한 것은 아니며, 특정 종들만이 불균형적으로 높은 충돌 빈도를 보인다. 충돌에 대한 취약성은 조류의 전체적인 형태나 비행의 특성의 차이에 크게 의존하며, 시야나 시력 등 시각적인 차이나 군집성, 포육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령 지빠귀과 조류는 어둡고 습한 곳에서 낙엽 등을 헤쳐 곤충의 유충이나 달팽이, 지렁이 등의 먹이를 구하기에 수풀 사이의 짧은 거리를 날아다니는데, 이 때 날개를 빠르게 퍼덕여서 직선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비행 시 방향 전환이 쉽지가 않아 유리창 충돌에 취약할 수 있다. 신공학관에서의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종은 호랑지빠귀, 흰배지빠귀, 흰눈썹지빠귀 등의 지빠귀과에 속하며, 관악캠퍼스 내에서 개체수가 많은 까치나 쇠박새, 산솔새 등은 극소수만 유리창 충돌로 피해를 입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같이 충돌로 인한 폐사가 특정 종의 개체수를 선택적으로 감소시킨다면 장기적으로 해당 종의 개체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빠귀과나 딱따구리와 모두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포식자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특정 종의 개체수 감소는 관악캠퍼스 인근의 전체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관악캠퍼스 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며, 앞으로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축 및 완공된 대다수의 건물들은 기존의 건물들에 비해 표면적당 유리창 비율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으며 캠퍼스 내 제한된 부지로 인해 외곽 지역의 녹지를 개발하여 새 건물을 증축하고 있는 만큼 유리창 충돌 문제는 더욱 잦아질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현재 진행되고 있으며 잠재적으로도 더 큰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는 본 문제에 대해, 관악캠퍼스 내에서 어떠한 실질적인 해결책도 기획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류의 유리창 충돌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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