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의 고공행진
종이비행기의 고공행진
  • 대학신문
  • 승인 2014.10.0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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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흥식 교수
사회복지학과

태어나서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공중으로 한 번도 날려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래서 종이비행기는 누구에게나 욕심 없는 어린 시절 동심의 꿈과 행복, 무한한 상상을 상징한다. 종이비행기는 언젠가는 추락하는 운명의 존재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요즘 갑자기 사이버에 종이비행기가 숱하게 떠다닌다. 독일에 비영리 독립법인을 차려 러시아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이라는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서다. 발단은 지난 9월 19일 검찰이 인터넷 공간의 검열을 공식화하여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고부터이다. 더구나 검찰과 경찰이 노동당 부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록을 들여다본 사실이 알려진데다, 10월 1일 다음카카오 출범 기자회견에서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검찰이 그간 요구해온 정보의 양은 수사기밀로 밝힐 수 없다”고 밝히면서 더욱 불을 지폈다.

뒤늦게 검찰이 “카카오톡은 들여다보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사이버 망명은 계속 활발히 진행 중이다. 모든 국내 메신저가 검열 대상이 아니냐는 불신과 불안감 때문이다. 그 결과 앱을 구매하는 ‘앱스토어’에서 텔레그램은 부동의 1위 카카오톡을 누르고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이메일 또한 국내 포털보다는 해외 포털 구글이 제공하는 ‘지메일(g-mail)’을 쓰자는 주장도 나왔다. 그래서 누리꾼 사이에서 ‘이메일은 지메일, 메신저는 텔레그램’이라는 웃지 못할 구호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17조와 정면으로 대치할 뿐 아니라 사이버 망명 열풍의 진원이 되고 있다. 대통령이나 정부에 대한 모독이나 명예훼손을 막는다는 구실로 메신저를 감시하는 등 인터넷 공간을 함부로 검열한다는 건 공권력 남용이며 지나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정부 시절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주민등록번호 유출이나 스미싱 같은 정보 유출을 막겠다고 만든 인터넷 실명제 같은 역차별 제도가 오히려 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위축시키고 유튜브와 같은 해외 기업들의 국내 시장 잠식을 유리하도록 하여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피해를 입도록 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일방적인 권위주의는 빈대 잡겠다고 초가집을 태우는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 점에서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거침없이 발부하고, 수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광범위한 정보까지 다 수집하는 것에 대한 제재와 통제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2001년 7월부터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기는 하다. 이 법에 의하면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사상, 신념, 과거의 병력 등 개인의 권리·이익 및 사생활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 정보를 수집해서는 안 되고, 개인 정보의 수집 목적 또는 제공받은 목적을 달성한 때에는 당해 개인정보를 파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만 한정된 것이다.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인터넷 공간의 검열을 극히 최소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주요한 몫을 차지하는 정보통신기술 산업이 공안당국의 무분별한 사이버 사찰로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정부가 포털과 소셜 분야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려 IT업계의 타격을 더 이상 주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아울러 ‘사생활 보호권을 주장하다(Talking back our right to privacy)’를 모토로 내세워 아직까지 사이버 해킹과 검열을 잘 막아낸 텔레그램과 같은 믿음직한 회사도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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