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적 단계의 이민정책, “경제적 이익은 늘리고 사회 갈등은 줄여야”
초보적 단계의 이민정책, “경제적 이익은 늘리고 사회 갈등은 줄여야”
  • 권순희 기자
  • 승인 2014.10.1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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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한국 이민정책의 방향 모색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171만 명으로 10년 동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구성 역시 다양해져 단순노무종사자 외에도 전문인력과 결혼이민자, 유학생의 한국 거주도 늘었다. 이처럼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민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지난 7일(화) 한국노동연구원은 ‘한국 이민정책의 방향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이민정책은 노동시장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외국 인력으로 충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실제 외국 인력 도입 분야를 결정할 땐 단순히 ‘인력이 부족하다’는 논리만이 작동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이유나 국내 유휴인력의 활용이 가능한지를 분석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노동통계연구실장은 “현재 정책은 전략적인 접근보단 노동시장에서의 필요인력 확보라는 단기적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비전문인력은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목표가 퇴색됐다. 취업자격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 가운데 전문인력은 9%에 그쳤고, 나머지는 비전문인력에 해당한다.

이민자의 노동시장 통합문제 역시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졌다. OECD 국가의 경험을 볼 때 한국 역시 상당수의 이주민이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상황에서 자녀 세대까지 교육수준 및 노동시장 성과가 낮아 빈곤층에서 벗어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는 앞으로 이주민의 입장에선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경제활동의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한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선주민의 입장에선 이주민에 대한 복지지출 증가로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잠재적인 사회 갈등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국의 이민정책이 외국 인력 수요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외국 인력을 투입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또 이주민의 증가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도 동의했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 유럽 국가들이 작성하는 인력부족직업목록이 제시됐다. 영국은 경제학자로 구성된 이민자문위원회에서 신규 인력부족직업목록을 발표한다. 목록은 정량 지표를 통한 노동시장분석과 함께 기업 및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거쳐 작성된다. 이를 통해 외국 인력 도입 분야 선정 시 합리성과 투명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 인력 수급 결정 시 인력부족률에만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이민자의 노동시장 통합은 유럽 국가에서도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다. 2000년대 들어 프랑스 등에서 이민자에 의한 사회적 소요가 잇따르자 EU는 이민자통합정책의 공동기본원칙을 수립하고 통합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이민자통합지표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결혼이민자와 다문화 가정 자녀수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주민과 선주민 간 갈등요소를 파악하고 예방할 필요가 있다. 박철성 교수(한양대 금융경제학부)는 “10년 후 결혼이민자의 자녀가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는데 이들이 사회의 하층그룹을 형성하게 되면 경제적 문제와 사회 통합문제가 결합돼 해결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법적·사회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의된 방향에 따라 이민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정책 추진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추진체계는 외국인력정책은 고용노동부, 외국인정책은 법무부, 다문화가족정책은 여성가족부로 분산돼 있다. 이민정책은 정책대상별로 취업·교육·사회통합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므로 부처 간 정책 조정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들 부서에 대한 총괄조정기능이 부재하다. 정책을 조정해야 할 국무조정실 산하 3개 위원회(외국인정책위원회,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가 연간 한두 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홍 과장은 “외국인정책 전반을 다루는 외국인정책위원회가 이민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면 나머지 위원회와 부처가 이를 따라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이민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정치적 행위라는 점에 동의하고 지금부터라도 성장전략으로서의 이민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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