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889호의 ‘서울대생에게 A+학점이 수여되기까지’라는 기사를 읽고 투고를 하게 됐다. 옛날처럼 한 명의 천재가 아닌 창조계급이 사회를 먹여 살리는 이 시대에 창의성을 지닌 인재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창의를 외치고 있는 이 시대가 놓치고 있는 것은 창의 뒤에 숨겨진 ‘인성’이 아닐까 한다.

한 일례로 2009년 미국에서 인터넷 탄생 40주년 기념으로 풍선의 위치를 가장 빨리 찾는 팀에게 상금을 주는 이색 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다. 이에 천재라고 자부하는 사람들, 또는 자본력을 갖춘 기업 등 4,000여 개의 팀이 참가했는데 1등은 NIT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던 그들의 비결은 의외였는데, 바로 풍선이 어디에 있을 것 같다라는 단서만으로도 상금의 일부를 주는 ‘상금 가지치기 방식’이었고, 이를 통해 SNS 속 사람들과 소통해 풍선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이는 창의성과 융합, 협업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혹시 위 사례에서 융합, 협업이 인성과 무슨 관계냐고 생각되는가? 창조계급은 하나의 직업으로 설명되지 않고 여러 분야의 일을 융합하며 직업의 경계를 넘나드는데, 이에 협업 관계의 사람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즉 소통의 과정은 상대를 배려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성, 존중의식을 포함한 인성이 있어야만 개인을 넘어 단체의 창의성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방에서 상경하여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 문화를 겪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정상 출근이라는 하루의 첫 목표를 위해 사람들을 구겨넣는 모습은 모든 사람들의 표정을 찡그리게 했지만 피해자들은 얼마 후, 자신을 합리화한 채 또 다른 사람들을 구겨 넣고 있었다.

자신의 성과와 목표만을 위한 탓에 행복감 및 자아 존중감이 결여됨으로써, 타인과의 소통 능력이 약화된 창의성은 알맹이 없는 껍질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학문만을 위한 창의성보다는 학문과 사람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인성을 대학에서도 함께 강조한다면, 좀 더 따뜻한 캠퍼스, 사회가 구현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인성이라는 것이 단기간으로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격동하는 시대에 걸맞는 역량을 함양하는 데 후순위로 치부되기 싶다. 하지만 사람들 간에 배려 없는 냉혹한 현실, 즉 한참 이슈화 되었던 그리고 되고 있는 경비원들의 현실, 아이스버킷 챌린지, 아우디를 긁은 리어카 등의 일들을 보면서 서울대 구성원들이 따뜻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충분히 창조시대를 이끌 인재의 중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여서 필자는 창의라는 것이 자신부터 제대로 알고 타인과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나 혼자만의 창조보단 모두와 함께하는 창조는 어떤가? 우리 모두 창의 + ‘인성’을 단단히 챙기자.

오상엽
수의학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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