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성희롱·성폭력,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캠퍼스 성희롱·성폭력,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김윤주 기자
  • 승인 2014.11.16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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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생활법률 ⑨캠퍼스 성희롱·성폭력
▲ 삽화: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수리과학부 강 모 교수가 인턴 성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초 불거진 음대 성악과 박 모 교수의 성추행 사건이 마무리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대학신문』 2014년 5월 25일자)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력 발생 건수는 2011년 21,912건, 2012년 22,933건, 2013년 25,591건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성폭력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성폭력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성폭력과 성희롱의 법적 개념

성폭력은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성폭행은 강간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이며 성추행은 일방적인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신체를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행위를 말한다. 성희롱은 학교나 직장 등 단체생활에서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적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뜻한다.

이처럼 성폭력은 성희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성폭력과 성희롱을 구분해서 ‘성희롱·성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형법에서는 성폭력의 개념을 따로 규정하지 않고 처벌 대상인 범죄 유형을 나열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는 △강간 △성기를 제외한 신체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성기를 제외한 신체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유사강간) △대중교통, 공연장 등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의 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그림, 영상 등을 보내는 행위 △타인의 허락 없이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 등이 나와 있다.

성희롱은 형법이 아닌 ‘국가인권위원회법’과 ‘여성발전기본법’에 정의돼 있다. 이에 따르면 성희롱은 사업주, 상급자, 근로자가 직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다. 뿐만 아니라 성적 언동 등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준다면 이 역시 성희롱으로 간주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다.

캠퍼스 성희롱은 어떨까? 교수와 제자 간, 선후배 간의 성희롱은 사업주와 근로자 간의 직장 내 성희롱이 아니기 때문에 성희롱 관련법의 적용대상이 아닐 수 있다. 때문에 대학생으로서 성희롱 가해자를 처벌하고자 한다면 교내 인권센터나 성희롱·성폭력상담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각 학교에서는 성희롱에 대한 학내 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징계의 근거로 두고 있다.

증가하고 있는 캠퍼스 성희롱·성폭력

우리나라에서 캠퍼스 성희롱이 부각된 계기는 1993년 서울대 신 모 교수의 조교 성희롱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성희롱이라는 개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우리나라 최초의 성희롱 민사소송사건이었다. 우 모 조교는 화학과에서 기기담당 조교로 일하며 지속적으로 신 모 교수로부터 업무상 불필요한 고의적 신체접촉을 당했다. 우 조교는 불쾌감을 드러내자 신 교수는 우 조교를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우 조교가 학교 당국에 진정서를 제기하고 자보를 붙였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자 사건은 법정으로 가게 됐고 신 교수가 우 조교에게 5백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로 마무리됐다.

지금도 캠퍼스 성희롱·성폭력은 여전하며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대학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 성희롱·성폭력 발생 건수는 2009년 발생 건수의 두 배가 됐다. 2011년 5월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고려대 19명 성추행 사건’, ‘육사생도 성폭행 사건’ 등이 알려져 캠퍼스 성희롱·성폭력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캠퍼스 성희롱·성폭력은 교수, 직원, 조교, 학생 간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외부에 알려 실질적인 절차를 밟는 경우는 드물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의 66.5%가 ‘그냥 참고 넘겼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가해자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66.9%로 가장 많았다. 특히 가해자가 선배(78%)거나 교수(33%)인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해 인간관계나 학점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했다. 대학교 실태조사에서도 사건 처리가 가장 어려운 유형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학부생인 경우와 가해자가 교수, 피해자가 학부생인 경우로 나타났다.

성희롱·성폭력의 피해자가 됐다면

성희롱·성폭력을 당했다면 피해자는 세 가지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개인적으로 가해자를 만나 해결하는 방법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가해자를 만나기 전 가해자에게 물질적 보상, 사과 등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 두라고 권한다. 동아리나 학과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소속 집단 내에서의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다. 가해자를 만날 때는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 좋다. 성폭력의 경우 목격자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해자가 가해를 시인하는 내용이나 당시 정황을 설명하는 말을 잘 수집해두어야 한다. 민형사상 소송 없이 가해자와 합의해 합의서를 작성한다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인적사항 △육하원칙에 따른 구체적인 피해 사실 △피해자 요구 사항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조치 △날짜 등을 적고 서명하면 된다.

만약 가해자를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이 싫어 외부의 도움을 얻고 싶다면 대학생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각 대학에 설치돼 있는 성희롱·성폭력 상담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280개 대학 중 약 26%가 성희롱·성폭력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학생상담센터 부설 성폭력상담실(32%)이나 학생상담센터(39%)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서울대도 2000년부터 성희롱·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해오고 있으며 2012년에는 인권센터를 설립해 학내 구성원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권센터는 자체규정인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규정’에 따라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를 돕고 있다. 피신고인 또는 피해자 중 한 명만 학내 구성원이어도 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는 이메일, 전화, 방문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원한다면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3~9명으로 구성된 조사심의위원회가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쳐 사건 해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가장 가볍게는 당사자에게 서약이나 합의를 권고한다. 법률, 학칙 등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건인 경우에는 인권센터장은 총장에게 징계를 요청한다. 향후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가해자 또는 그가 소속된 부서의 장에게 제도나 정책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

인권센터 규정은 성희롱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성희롱은 ‘성범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방의 성적 굴욕감,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일체의 행위’다. 직접적인 성희롱을 당한 것이 아니더라도 성적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업평가, 고용, 연구,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면 인권센터에 신고할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사법제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가해자를 형사 처벌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을,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진행하면 된다. 법적인 대응의 단점은 사건 해결까지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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