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근 전임상담원
대학생활문화원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재미있는 일에 웃음을 터뜨리고 분통한 일에 화를 내기도 하며 감격스러운 일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처럼 감정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나타내고 우리가 경험하는 특정한 일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은 곧 그 경험이 자신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느끼게 되는 감정의 정도가 크고 생생할수록 그 경험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의미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이것이 곧 감정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느껴지는 감정이 고통스럽고 그 정도가 클 때, 우리는 그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래서 경험하는 어떤 일이 우리에게 너무나 고통스럽고 괴로운 감정을 남기게 된다면 우리는 그러한 감정을 유발하는 특정한 자극으로부터 피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당장은 그러한 고통스러운 감정을 유발하는 자극을 피함으로 인해서 자신이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 감정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감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자신의 경험과 비슷하기라도 한 자극으로부터 회피하고자 하는 것일까? 행동치료에서는 고통스러운 자극에 대해 민감해져서 이와 유사한 자극만 주어져도 움츠러들게 되는 것을 민감화(sensitization)라고 하였다.
 만약 고통스러운 감정을 피하는 것만으로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러한 감정을 피함으로 인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개는 감정을 계속해서 회피하기만 하였을 때에는 적응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보다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부적응적인 상태를 보이게 된다. 왜냐하면 회피하기만 하면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야기되는 감정에 담긴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게 되고 그 이면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워지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감정 이면의 소망과 욕구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어 부적응적인 상태가 이어질 수가 있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감정을 경험하게 되어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내담자들에게 상담자들이 주로 하게 되는 일은 이러한 감정에 조심스럽게 다시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이는 당장에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킴으로 인해서 필연적으로 괴로운 감정을 다시 느끼게끔 하지만 감정에 접촉하는 것을 반복해서 해 나갈 수 있도록 돕게 되면 서서히 이러한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자신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반복해서 고통스러운 감정을 맞닥뜨리는 연습을 하게 되면 서서히 감정의 강도가 약해지고 그 색채가 옅어지게 될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행동치료에서는 이를 두고 둔감화(habituation)라고 표현하였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기보다 온전히 수용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그 감정 이면에 담긴 자신의 소망과 욕구를 발견할 수 있게 되며 그 경험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지금도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열심히 고군분투해 나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감정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 감정 이면에 담긴 소망과 욕구를 발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당장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고 생각되고 불필요하게 감정에 빠지게 되어 연약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스러운 감정을 경험하게 되었던 당시와 유사한 자극이라도 주어지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를 회상해 보는 것을 통해 여전히 그 감정이 우리에게 보내고자 하는 중요한 신호를 놓치지 말고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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