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학신문 사진부
그 옆을 지나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자하연은 어딘지 모르게 삭막한 느낌을 준다. 볼품없는 다리가 놓여 있었을 때도 그랬고 그 다리가 없어진 지금도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우선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사각형의 연못 모양 그 자체가 별로 친근감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못생긴 돌들이 축대처럼 단조롭게 둘러싸고 있는 연못 주위는 살풍경하기까지 하다.

 

자하연의 이런 모습은 우리 캠퍼스의 자연환경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는 듯하다. 특징 없는 콘크리트 건물들의 숲이 주는 삭막한 느낌은 자하연의 그것과 별 다를 바 없다. 오솔길까지 온통 군사도로처럼 포장해 놓은 것 역시 결코 정을 느낄 수 없는 풍경이다. 그런 길들을 무질서하게 뒤덮고 있는 자동차들 사이로 걸어갈 때는 어지러운 느낌마저 들 정도다.

 

 

대학의 캠퍼스라면 무언가 사색하는 분위기, 정감 있는 분위기를 풍겨야 하지 않을까. 이런 메마르고 삭막한 환경에서 시인이 나오고 예술가가 나오는 것을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하기야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는 법이니 어떤 사람이든 못 나올까. 그러나 이런 환경이 우리 정서에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캠퍼스를 모두 뜯어 고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아주 쉬운 것 한 가지를 제안하려 하는데, 그것은 자하연에 연꽃을 심는 일이다. 푸른 연잎과 희고 붉은 연꽃으로 단장된 자하연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지금처럼 깨끗하지도 못한 물이 무미건조하게 노출되어 있는 모습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꽃에다 마름이나 부들 같은 수생식물들까지 곁들여 놓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식물들이 함께 어울려 자라면 언젠가는 소금쟁이 같은 곤충들도 여기를 찾아오게 될지 모른다. 내가 자하연에서 보고 싶은 것은 건강하게 어우러진 생태계의 모습이다. 삭막한 캠퍼스에서 오아시스처럼 윤택함을 뽐내는 아주 작은 공간 한 뼘이라도 보고 싶은 것이다. 

 

 

내가 자하연뿐 아니라 우리 캠퍼스 전체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은 생태 친화적인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멀쩡한 산을 깎아내고 건물들을 지은 모습은 ‘생태 적대적’이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관악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우리의 몰지각함에 대해 손가락질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 눈에는 지성의 전당이 아니라 몰지각의 전당으로 비칠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터 잡고 있는 관악산 자락이 법적으로는 우리 것일지 몰라도 실제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이 우리에게 교육과 연구를 위해 사용하라고 일시적으로 맡겨놓은 데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그것을 잘 보존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교육과 연구를 위한다는 구실로 이를 훼손하는 몰지각한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나는 생태친화적인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대학당국의 약속에 많은 기대를 걸어 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 동안 캠퍼스 환경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나만의 느낌이 아니리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상징적인 조치라도 취해 그것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줘야 마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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