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는 재정회계법에 대한 취재기사가 실렸다. 전국 국공립대학에서 가장 급한 이슈인 기성회비 문제를 다뤄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한 기획이었다. 등록금을 쉽게 인상하기 위해 편법으로 운영되던 기성회비의 실상과 이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제기, 국회가 나서서 학생들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긴 재정회계법 등을 적절하게 짚어주었다.

서울대에도 기성회비가 있었다. 법인화 이전에 학교를 다닌 학번이라면 등록금 중 70~80%를 차지하는 기성회비를 보면서 수업료와 기성회비가 어떻게 다른지 의문을 품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기성회비는 후원금에 해당하는 이름이면서도 사실상 등록금의 일부처럼 운영되었다. 때문에 법원에서는 의무적으로 징수한 기성회비를 학생들에게 반환하라고 판결하였다. 법적 근거 없이 대학에서 돈을 걷어왔다면, 공교육을 책임지는 국가에서 이를 부담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나 도리어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재정회계법이 통과될 예정이다. 2012년에 이미 기성회비를 통합시킨 서울대가 시대를 앞서갔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등록금 문제의 핵심은 교육을 상품으로 볼지 기본권으로 볼지에 대한 시각의 차이다. 재정회계법엔 교육 ‘소비자’인 학생이 등록금을 지불해서 그 비용으로 학교를 운영하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교육비를 비용으로만 규정한다면 여기에 국가의 책임에 대한 고려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소위 공공재라고 부르는 것들은 다르다. 국방, 의료, 소방, 교육 등은 민간경제에 전담시키기 어려운 대표적인 공공재로 꼽힌다. 매년 등록금이 몇 퍼센트가 오르거나 내릴지에 일희일비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OECD 최저 수준인 정부의 대학교육비 부담률이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교육부와 일선 학교들의 암묵적인 담합일 것이다.

등록금 문제는 대학운영의 목적으로서 이윤축적이 교육 공공성을 대체해가는 여러 사례 중 하나다. 기업들은 대학을 기업 경영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개편해 왔다. 학점이 구직자 줄세우기의 기준으로 쓰일 수 있도록 상대평가가 확대되었다. 대학원의 연구주제는 해당 학문 전공자들의 선택보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에 집중됐다.

정부에서도 정권의 변동과 관계없이 지난 30여 년 동안 꾸준히 대학의 기업화를 지원하였다. 학교 설립 기준을 완화하여 등록금 장사에만 관심 있는 사학재단들에게 신시장을 열어주었다. 서울대 법인화를 필두로 국립대에 대한 재정책임을 줄이고 국립대가 스스로 수익사업을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졸속행정으로 2013년부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이 대표적이다. 최근 진행 중인 대학평가 및 구조조정은 교육시장화의 절정이다. ‘대학진학률이 높아서 문제’라는 비교육적인 정서에 호소하며 대학을 연구・교육보다는 기업수요에 맞도록 체질개선을 유도하고 그 성과가 낮은 학교는 구조조정 시키겠다고 한다.

『대학신문』의 지난 기사들에서도 교육공공성에 대한 우려를 여러 사안들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학내외에서 대학기업화의 문제로 피해를 보는 학교 구성원들의 저항이 매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일어난다. 개별 갈등 사례들은 우리 서울대인들에게, 교육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여정 속에서 분명한 위상을 갖는다. 지금 시기 교육문제의 대안을 찾는 과정에는 교육공공성의 원칙에 기반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학보사인 『대학신문』의 활약을 기대한다.



이태연
역사교육과·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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