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함만 남았다
삭막함만 남았다
  • 대학신문
  • 승인 2015.03.2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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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봉 석박사통합과정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순환도로를 따라 버스를 타고 가다가 공대입구 정류장에 내리면 파란 유리창 건물이 하나 보인다. BBQ 카페가 있는 건물로 더 유명한 글로벌공학교육센터(38동)가 그 건물이다. 이 부지에 글로벌공학교육센터가 세워지기 전에는 옛 38동이 있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아랫공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간색 벽돌 건물이었다. 그 낡은 건물에는 잔디밭 마당이 있었다. 입학 당시에는 에너지자원공학과만 38동을 사용했기 때문에 우리만의 마당이었다. 잔디밭에는 몇 그루의 나무가 있었으며 벤치와 테이블도 있었기 때문에 볕이 좋을 때는 그곳에서 선배, 후배, 동기들과 자장면을 시켜먹기도 했다.

그새 정이 들었는지 옛 38동을 허물 때는 매우 안타까웠지만 내심 새 38동을 기대했었다. 추억 위에 새로 지어진 38동은 신축건물이라 생활하는데 편리하지만, 기대만큼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예전의 잔디밭이 사라진 대신 1층에는 공동 같은 너른 공간이 생겼다. 예전처럼 볕이 들지 않아 서늘하고 바람만 잦다. 이 공간의 용도는 없다. 벤치도 없다. 그저 몇몇 사람들이 가로질러 다닐 뿐, 생기가 있던 옛 잔디밭은 버려진 공간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예는 안타깝게도 공대에서 몇 개 더 찾아볼 수 있다. 지금 34동, 36동, 37동이 둘러싸고 있는 광장은 한때 ‘붉은광장’이었다. 낡긴 했었지만 붉은빛 광장과 대조되는 초목들이 자라고 있었다. 겨울이면 쌓인 흰 눈 사이로 드러난 붉은 길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광장 주위로 어느 순간 철재 벽이 세워지더니, 수개월의 공사를 거쳐서 완전히 다른 장소라고 할 만큼 말끔해졌다. 그러나 새 광장의 나무는 좀처럼 자라지 못하고, 담쟁이덩굴은 허리높이도 올라가지 못한 채 죽고 만다. 겨울이면 얼음이 덮여 제대로 걸을 수도 없다. 인공미와 무서울 정도로 잘 어울리는 차가움도 생긴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의 공대 테니스장에는 공대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그 공대연못은 수질이 매우 악화하여 매립 후 테니스장이 되었다고 한다. 수질을 기술적, 경제적으로 개선할 수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결과적으로는 공대연못이 가질 수 있었던 생기, 생동감은 제쳐놓고 단점을 덮어버리듯 공대연못을 시멘트로 덮어버렸다. 수질을 개선해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면 공대에도 자하연 같은 명소가 있지 않았을까. 테니스장 주변의 벚나무도 봄이면 흐드러지게 아름다운데. 봄이 오면 벚꽃 잎 사이를 탕탕거리는 테니스공 소리만이 가른다.

학부생 때 동기들과 인문대, 사회대 등으로 강의를 들으러 가면 항상 이런 말을 했었다. “여긴 정말 학교 느낌 난다.” 비단 인구 유동의 많고 적음만이 아니라 교정의 분위기가 난다는 말이다. 을씨년스럽지 않고 따뜻하고 생기가 느껴지는 그런 교정의 분위기. 건물이나 공간이 낡아서 유지하기 어렵고 다양한 활용을 위해서 새로이 짓는 의도는 좋다. 다만 그 결과가 학교의 따뜻함과 생동감을 죽여 버리는 경우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도 공대는 새로운 건물을 짓고 공간을 만들 것이다. 아무리 현대식의 새로운 건물과 공간이 늘더라도, 무언가 삭막함이 느껴지는 교정이라면 그 학교는 생기를 잃어버린다. 학교는 교육과 연구의 장임과 동시에 사람이 사는 곳이다. 공학에서 추구하는 공학적, 경제적 효율성만 찾기보다는 사람이 사는 곳답게 만들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최고봉 석박사통합과정

에너지시스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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