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실험, 어디까지 생각해봤니?
기초과학실험, 어디까지 생각해봤니?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5.05.04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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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실험을 듣고 있는 학생 A 씨는 내일까지 자필로 10장짜리 보고서를 써야 한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 처음 써보는 논문 형식의 보고서 위에 처음 접하는 내용의 실험을 스스로 고민해 결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 어렵기만 하다. 지난 번 과제도 조교로부터 무얼 잘못했는지 피드백을 받지 못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지 고민이다.

한편 조교 B 씨는 내일 진행해야 할 실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학생들의 과제를 한아름 안고 연구실로 돌아오면 자리에는 오늘 해야 할 실험과 공부가 쌓여있다. 다른 과 대학원생 친구는 연구에 집중하면서 장학금도 받는데 같은 장학금을 받고도 조교업무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B 씨에겐 버겁기만 하다.

올 상반기부터 기초과학실험교육동(26동) 신축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물리천문학부, 화학부, 생명과학부, 지구환경과학부, 통계학과 등에서 실험에 관련된 교수와 조교, 기초교육원의 강의담당 교수가 기초과학실험교육동 구성에 대한 세부사항까지 모두 정한 상태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초과학실험은 각 학부 차원에서 한 학기 단위로 운영돼 왔다. 그래서 기초과학실험의 현황을 조사해 한데 모으는 작업에 착수할 주체가 불분명했고, 이를 각 학부에서 담당한다고 해도 한 학기 수요조사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번 기초과학실험교육동 신축으로 기초과학실험의 현황과 그에 대한 의견이 모이리란 기대도 커졌다.

이에 기초과학실험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제기될지 알아보고자 『대학신문』에서는 학부생 17,725명(휴학생, 수료생 포함), 조교 7956명(휴학생, 수료생 포함)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현재 자연대에서 운영 중인 기초과학실험에 대한 학생 및 조교의 의견을 조사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16일부터 25일까지 마이스누 메일을 통해 실시됐으며 학부생 312명, 조교 87명이 응답했다. 설문지의 개발은 『대학신문』에서 수행했고 자연대 학생회, 대학원생 총학생회, 박원호 교수(정치외교학부)의 도움을 받았다. 전체 설문 결과는 인터넷 대학신문(www.snunews.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1. 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한데 모인다면

현재 기초과학실험 전반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여타 수요조사를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나 있진 못한 상태다. 매 학기 강의평가를 통해 각 기초과학실험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조사하지만 이를 데이터로 삼아 장기적 계획이 세워진 경우도 드물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사전취재를 거쳐 학생들의 문제의식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문 문항을 구성했다. 설문은 기초과학실험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최대한 폭넓게 다루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 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기초과학실험 사전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기초과학실험에서는 실험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사전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직접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숙지시킨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의 41.35%(129명)는 현재 시행 중인 실험수업 사전교육이 대체로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던 반면 응답자 중 37.5%(117명)는 실험수업 사전교육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사전교육이 다루는 내용에 있어서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보강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전교육에서 더 다뤄졌으면 하는 부분이 무엇입니까? (2개 고르시오.)’라는 질문에 대해 보고서 작성방법에 대해 더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64.1%(200명)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는 1학년 때 처음 해보는 논문형식의 과제이니만큼 보고서 작성법을 몰라서 헤맸던 사례들에서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김해협 씨(기계항공공학부․14)는 “첫 보고서에서 매뉴얼을 제시받았지만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자율적으로 서술하라는 지침은 너무 두루뭉술해서 보고서에 필요한 데이터를 누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 간의 경험 차이가 사전교육에 반영될 필요도 제기됐다. 고등학교 때 실험수업을 경험해보지 않은 46.47%(145명)의 응답자 중 ‘매우 그렇다, 그렇다, 약간 그렇다’는 답변을 합쳐 기초과학실험을 제대로 이해하며 수행했다고 생각한 비율은 전체 18.91%(59명)에 불과했다. 이는 고등학교 때 실험수업을 해본 53.53%(167명)의 응답자 중 기초과학실험을 제대로 이해하며 수행했다고 답한 비율이 ‘매우 그렇다, 그렇다, 약간 그렇다’는 답변을 합쳐 전체 30.45%(95명)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과제가 오래 걸리는 원인에 대해 고등학교 때 실험수업을 해본 경험 차이가 간접적으로 드러났는데 실험수업을 해본 학생들은 과제를 작성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전체 26.28%(82명)으로 가장 많은 반면 고등학교 때 실험수업을 해본 적이 없는 학생 중 가장 큰 비율인 전체 20.19%(63명)가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을 몰라 과제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실험환경 개선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사전교육과 같은 내용적 측면뿐 아니라 기초과학실험의 실험환경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들 중 가장 큰 비율인 20.51%(64명)가 실험환경 개선이 기초과학실험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실험수업에 대해 불만족했던 이유를 2가지 고르는 문항에서 물리학실험에 대해 복수 응답한 250개의 응답 중 가장 큰 비율인 35.2%(88개)가 실험 환경을 이유로 선택했다. 자유기술에서 ‘일반적으로 물리학실험은 19동 건물 자체나 실험실 기자재의 노후화가 굉장히 심각하다’ ‘실험 환경이 열악해 일반물리에서 배우는 내용을 실험으로 확인한다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지구환경과학부 기초과학실험이나 천문학 실험 등 다른 기초과학실험의 경우도 컴퓨터, 실험 기구 등이 충분히 구비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천문학실험 조교였던 김용정 씨(물리천문학부 석․박사통합과정)는 “천문학실험은 컴퓨터 활용 빈도가 높은 편인데 학과 컴퓨터 실험실엔 10석 정도만 있어 전공 학부학생이 쓰기에도 부족하다”며 “교과목 강의실 배정에 있어 기존 전산실 등을 이용해 보다 컴퓨터를 많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석우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장비 노후화에도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고 지구환경과학부 기초과학실험의 경우 다루는 내용이 넓어서 필요한 기구를 다 확보하기 어렵다”며 “26동 재건축과 실험기자재 구입을 통해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실험조교의 수업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

대부분의 기초과학실험은 전적으로 조교에 의해 진행된다. 그래서 실험 수강반마다 담당하는 조교에 따라서 진행 방식, 평가 기준, 과제 제출 기준 등에 차이가 생긴다. 생물학실험 조교였던 최만규 씨(생명과학부 박사과정)는 “담당 조교들이 한 학기 동안 실험을 진행했던 2014년까지의 시스템에서는 조교가 과제를 유동적으로 줄이거나 필요하다면 더 부여하기도 했다”며 “수업 성과와 연관된 학생들의 참여도를 고려하는 만큼 조교들의 평가는 주관적이나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전취재에서 실험 반마다 달라지는 기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한준용 씨(의예과․15)는 “어떤 실험 반은 해야 할 일도 많고 늦게 끝나는 반면 어떤 실험 반은 간단한 실험을 하고 일찍 끝난다”며 “같은 실험과목을 수강신청 했는데 각자 맡은 부담이 다른 건 조금 불공평하게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 학기동안 한 조교가 한 실험 반을 맡는 운영방식이 아니라 여러 조교가 돌아가면서 한 실험 반에 들어오는 방식의 경우 조교마다 기준이 달라지면서 학생들이 혼동을 느낄 수 있다.

▲ 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설문에서는 ‘같은 내용의 실험을 수행하는 서로 다른 실험 반에서 최소한 공통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2개 고르세요.)’라는 질문에 대해 성적 평가 비중, 과제 제출 기준에 대한 일관된 적용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각각 48.4%(151명), 42.95%(134명)의 비율로 제시됐다. 조교 설문에서도 비슷한 문항을 제시했을 때 최소한 성적 평가 비중과 과제 제출 기준이 공통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52.87%(46명), 39.08%(34명)로 학생들과 유사하게 나왔다.

기초과학실험의 경우 대부분 조교들이 학생들의 과제를 받아 채점을 한 후 과제에 대한 첨삭을 제공한다. 조교의 과제 피드백이 보고서 작성 방식, 실험 내용 등에 대한 이해를 돕기 때문에 설문에서도 과제 피드백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이 드러났다.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면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받습니까?’라는 질문에 45.19%(141명)의 응답자가 피드백 받지 못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별로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등 부정적으로 답변한 비율이 75.96%(237명)로 나타났다. 조수아 씨(생물교육과․14)는 “일반고 출신이라 실험 보고서에 대한 지식이 없었는데 피드백을 한 번이라도 구체적으로 받고 나면 학생 입장에서 가닥이 잡힌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황지운 씨(지구환경과학부․12)도 “피드백으로 보고서 형식에 대한 설명이나 내용의 방향성을 제시받으면 1학년 학생들에게 더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의 의견 수렴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이번 설문을 통해 학생들이 실험수업 사전교육, 실험환경, 조교의 실험 운영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실험수업의 특성상 실험에 직접 참여해 결과를 내는 학생들이 실험에 대한 불편사항이나 문제점을 더 가깝게 느끼고 개선의 필요성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이홍희 씨(생명과학부․14)는 “조교가 처음에 짤막하게 실험을 설명하고 실험과정을 적어주면 그 과정대로 학생이 스스로 실험하고 보고서까지 적어서 제출해야 평가를 받게 된다”며 “학생이 어떻게 실험수업을 수행하는가에 따라 실험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백선아 씨(생명과학부․13) 또한 “실험 수업에서 학생이 자신의 배경지식을 직접 실험이란 매개체로 확인하는 특성상 학생의 역할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학생의 입장을 고려해 기초과학실험을 운영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생명과학부에선 2013년 교양실험개선위원회가 구성돼 학생들이 겪을 만한 교과내용의 문제, 실험 환경에 대한 불만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물리학실험에선 학기 시작 전 조교교육에서 조교들이 직접 본인이 담당할 실험에 대해 퀴즈를 풀고 예비보고서를 작성한 후 준비 과정이 학생들에게 적정한 난이도일지, 실험을 설명할 때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화학실험 조교였던 강희정 씨(화학부 석․박사통합과정)는 “일반화학실험에서는 기존 강의평가에서 제시된 학생들의 의견을 매 학기 초와 말미에 조교 간담회를 통해 자체적으로 논의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설문조사 결과, 기초과학실험에 대해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앞서 제시된 설문결과에서 과제 피드백, 보고서 작성법, 실험환경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많았고 그 외에 실험 반 운영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제시됐지만 ‘기초과학실험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된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응답자들은 별로 그렇지 않다(90명, 28.85%), 그렇지 않다(59명, 18.91%), 전혀 그렇지 않다(57명, 18.27%)는 입장을 보였다. 문준엽 씨(화학부․13)는 “2년 동안 후배들에게 화학 실험에 대한 얘기를 들어왔지만 실험 기구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유기술에서도 ‘이 설문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바뀌는 부분이 있나? 매년 같은 불만이 있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이는 기초과학실험에 대해 한 학기 단위로 강의평가가 이뤄지지만 현재로서 실험수업 강의평가 문항 자체가 포괄적이라 학생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모두 포착하지 못한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각의 실험마다 실험 환경, 수강 인원, 진행 방식이 천차만별인데 모든 실험에 이론 강의 강의평가와 동일한 문항을 적용하는 것도 각 실험의 자율적인 운영에 필요한 부분을 짚어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더불어 실험조교가 1학기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홍희 씨는 “학생들이 조교가 학점을 내는 평가체제에 대해 평가를 해도 해당 조교가 다음 학기에 바뀌면 평가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우선 기초과학실험을 담당하는 각 학과에선 학생들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조사할 방법을 모색해 기초과학실험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자연과학대학 학장인 김성근 교수(화학부)도 “일반 이론 강의의 경우 강의자인 교수에 대해 수강생이 직접적인 평가를 십분 활용할 수 있지만 학부 차원에서 운영되는 실험수업의 경우 조교에 대한 평가 외에 커리큘럼, 운영 방식 등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 제시를 하기 어렵다”며 다른 차원의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대한 예시로 타 학과생을 대상으로 하는 지구시스템과학실험을 담당하는 허영숙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제출하는 과제마다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실험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다. 또한 실험수업 마지막 주간에는 학생들이 그동안 제시한 질문을 정리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허영숙 교수가 운영하는 기초과학실험 수업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대체로 학생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각 실험수업에 대해 학생의 생각을 꾸준히 받고 이를 함께 검토하는 시스템을 구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실험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끌어낼 수 있는 상세한 설문을 개발하고 각 학과의 사정에 맞도록 질문 내용을 변형, 추가해 기초과학실험을 위한 강의평가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나아가 학생들의 문제제기가 단발로 그치지 않도록 학생들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축적해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기초과학실험에 대해 학생이 제시한 문제점을 한 학기가 지난 이후까지 기록으로 남길 때 비로소 문제점의 원인과 개선 방향 혹은 불만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가능해진다. 곽지훈 씨(수리과학부․13)는 “매 학기 조교들이 바뀌는 만큼 의견을 받고 꾸준히 개선, 보완하는 한 명의 담당자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학생들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수렴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장기적으로 일궈나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 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2. 노력한 만큼 실험조교가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설문에 따르면 학생 응답자 중 32.05%(100명)가 학생들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모으는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교들에게 직접 의견을 제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조교들은 조교 간담회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자체적으로 고민하거나 이를 실험담당 교수와 논의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또 기초과학실험에서 조교들은 한 반을 담당해 실험수업 준비부터 실험 지도, 마무리까지 도맡아 상당한 재량을 발휘한다. 이는 기초과학실험에서 조교의 역할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예로 생물학실험 조교였던 이임창 씨(생명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수료)는 “파이펫이나 현미경과 같은 생물학의 기본적인 도구를 못 다뤄본 학생이 과반일 경우 처음과 두 번째 시간까지 기초적인 부분들을 중점으로 강의하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송원철 씨(생명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는 비교적 담당 학생의 수가 적었을 당시 실험 반을 작은 학계로 구성해 절차에 따라 서로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우수 보고서는 보상을 받았고 표절 사례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지키도록 지도했다고 말했다. 반면 기계항공공학부 학생 A씨는 조교가 불성실할 경우 “물리학실험을 들을 때 실험도구만 다 준비된 상태에서 조교가 출석 부른 후 알아서 실험하고 가라고만 말했다”며 “모르는 걸 물어봐도 조교가 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교가 기초과학실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실험조교들은 조교업무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학업, 연구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을 겪게 된다. 설문에 따르면 조교들은 ‘실험수업 준비로 인해 자신의 연구 및 학업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10명, 11.49%), 그렇다(12명, 13.79%), 약간 그렇다(25명, 28.74%)라고 답했다. 일반화학실험을 담당했던 조교 B씨는 “논문 작성이나 수료 및 졸업 준비와 같이 연구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조교 업무가 겹치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한 학기가 된다”며 “그럼에도 대다수의 일반화학실험조교들은 연구 업무와 조교 업무 모두를 양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더욱이 수강하는 학생들의 인원에 비해 기초과학실험에 참여하는 조교의 수가 적어서 조교 한 사람이 상당히 많은 수의 학생을 한 반으로 지도해야 한다. 설문에 따르면 조교 1인당 담당하는 학생의 수는 평균적으로 24명 정도인데 실험 전반을 진행하는 조교 입장에서 담당했던 학생 인원이 적정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별로 그렇지 않다(22명, 25.29%), 그렇지 않다(11명, 12.64%), 전혀 그렇지 않다(5명, 5.75%)라는 의견이 나왔다. 생물학실험 조교였던 송원철 씨는 “전체 수강생이 워낙 많다보니 돌아가며 맡는 조교 업무가 자주 되돌아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자유기술에서도 ‘학생 수가 많으면 그에 비례해 조교 수가 늘어야 한다’ ‘학생 수에 비해 조교가 너무 적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 삽화: 이철행 기자 will502@snu.kr

이와 같은 기초과학실험 시스템에서 조교들은 주로 장학금의 형식을 통해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현재 조교들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임금을 받는다. 다수의 실험조교들은 ‘BK 사업단 대학원생 장학금’(BK 장학금)을 조교수당의 개념으로 지원받는다. 그 외에 교수 1명 당 조교 1명에게 지급되는 ‘강의․연구지원장학금’(GSI 장학금), ‘대학원생 학부교육 강의조교 지원 예산’에서 할당되는 ‘강의조교 B형 연구지원금’(B형 조교 장학금)의 경로를 통해 조교들은 전액장학금을 지원받거나 최소 월 30만원의 수당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설문에 따르면 무급수당으로 조교업무를 한다는 응답이 29.89%(26명)로 가장 많았고 20만원에서 30만원 미만으로 조교수당을 받는다는 답변은 25.29%(22명)으로 그 뒤를 따랐다. ‘전반적으로 기초과학실험에서 조교들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2개 고르세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48.28%(42명)으로 가장 큰 비율로 응답자들이 조교수당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자유기술에서는 ‘BK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조교활동이 의무로 부과되기에 조교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수당은 0원’ ‘기초과학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과라 많은 조교를 둘 수밖에 없는데 대학 차원의 지원은 터무니없이 적다’ 는 의견이 게시됐다.

실제로 BK 장학금의 경우 기초과학 실험조교들은 타과 대학원생들과 똑같은 장학금을 받고도 추가적으로 조교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성근 교수는 “조교들은 자기가 하는 조교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임금을 못 받는 상태”라고 표현했다. 오병권 교수(수리과학부)는 “교육의 일환으로써 의무화했지만 대학원생들이 본인 시간을 투여해 가르치는 만큼 학교에서 당연히 대가를 줘야 맞다”고 전했다.

게다가 조교들의 임금이 연구지원금에서 출연된다는 점에서 조교수당에 대한 재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2013년 물리학실험 조교 임금이 체불되는 사태가 있었다. 당시 3월, 후속 BK 플러스 사업이 시작돼야 했는데 해당 학기 사업이 미뤄지면서 연구지원금이 확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교인건비를 대체하는 BK 장학금의 확보가 늦어졌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은 후에 물리학실험 조교들이 1학기 분 조교수당을 뒤늦게 받을 수 있었다.(『대학신문』 2013년 11월 10일자)

또 지도교수 당 1명에게 부여되는 GSI 장학금이나 3~4개 실험반 당 1명에게 주어지는 B형 조교 장학금은 조교의 과중한 업무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대학신문』 2013년 11월 2일자) 기초교육원 부원장인 유재준 교수(물리천문학부)는 “자연과학대학의 경우 기초과학실험 반이 많아서 B형 조교 장학금을 지원하는 예산에 한계가 있다”며 “BK 사업에서 비롯된 조교 지원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교수(생명과학부)는 “사실상 학교 자체적으로 실험조교에게 주는 조교인건비는 완전히 끊어진 상황”이라 지적했고, 이준호 교수(생명과학부)는 “생명과학부의 경우 기초과학실험 조교활동을 교육의 일환으로 보고 3학점을 부여했고 2학기를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지도”하며 “3학기 이상 실험을 맡은 우수 조교는 학부 운영을 위해 배정된 자체예산에서 일정 금액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근 교수는 “현장에서 10여개 학부를 대상으로 하는 기초과학실험을 진행하는 조교들 임금이 상당 부분 자연대 예산에서 지급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실험수업에서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는 조교들이 보다 활발하게 수업을 지도할 수 있도록 정당한 지원이 필요하다. 구본철 교수(물리천문학부)는 “실험조교에 대한 지원이 늘어 실험에 할당된 조교가 많아지고 그들의 처우가 개선되면 기초과학실험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초과학실험 조교들이 실험수업에 기계적으로 임하지 않도록 실질적 지원이 늘어나 조교의 증원, 조교활동의 제도적 인정, 조교수당의 현실화 등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처우가 개선돼야 할 것이다.

 

3. 기초과학실험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각 기초과학실험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이 무엇인지 파악할 때 드러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실험수업에 노력을 기하는 조교들이 응당 받아야 할 지원을 받을 때 비로소 좋은 수업이 이뤄지는 현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기초과학실험의 실험 콘텐츠나 교수법 등을 개선해나가는 교수들이 실험수업에 대한 고민을 심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현재 기초교육 강화를 위해 설립된 기초교육원에는 기초과학실험 운영 및 커리큘럼 구성에 참여할 전문적인 전담교원이 없다. 이론 강좌를 맡은 강의전담 교수가 실험수업에도 참여하는 사례가 있지만 적은 수의 교원이 업무를 병행할 경우 기초과학실험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도모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또한 교육을 평가하는 지표가 연구지표처럼 보편적으로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실험수업에 관심을 기울인 학과 교수가 노력에 합당한 동기부여를 받기 어렵다. 허영숙 교수는 “실험 콘텐츠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다면 좋겠지만 실험과목에 대해 고민하기보단 연구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성근 교수는 “교수가 연구뿐만 아니라 강의를 통해서 지원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교육에 대해서는 교수의 열정과 책임감에 기대게 된다”고 평했다.

나아가 실험에 관련된 각 주체가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기보단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변화를 자성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서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귀담아 들으면서 동시에 각 주체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외면하지 않을 때 비로소 막혀있던 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기초과학실험을 1학점짜리 한 학기 수업으로 보기 이전에 실험에서 배우는 내용과 실험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조교들 사이에선 기초과학실험이 후에 연구를 하고 강단에 서는 교육자가 되는 첫걸음이라는 인식이 공유돼야 하고, 교수들도 근간이 되는 기초학문을 잇기 위해 기초과학실험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이미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한 노력을 일궈온 학생, 조교, 교수에 대해 자연대, 기초교육원, 대학 본부 등 관련 기관의 충분한 지원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현 상황을 파악하고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한편 기초과학실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나갈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그동안 묻혀왔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드러나고, 조교들의 고된 시간이 인정받는 한편 기초과학실험을 나서서 개선하기 어려웠던 구조적 어려움을 되돌아볼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이 후에 기초과학실험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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