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버린 바다, 세월호를 비추는 사회과학의 등대
시간이 멈춰버린 바다, 세월호를 비추는 사회과학의 등대
  • 이승엽 기자
  • 승인 2015.05.10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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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심포지엄

지난 7일(목)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사회과학연구원이 주최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심포지엄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가 열렸다. 사회대 교수들은 연구자이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각자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연구를 진행해오던 중,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함께 발전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이번 심포지엄을 자발적으로 기획했다. 이에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언론정보, 사회복지, 심리학 등 다양한 사회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각자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대 박찬욱 학장의 격려사로 시작된 행사는 1부에서는 사회대 각 학과 교수의 세월호 참사 관련 연구 발표, 2부에서는 종합토론으로 나눠 진행됐다. 1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학생사회의 여전한 관심을 반영하듯 심포지엄이 열렸던 영원홀은 좌석과 계단은 물론 입구까지 청중으로 가득 찼다.

 

 

사회과학이 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유

가장 먼저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던진 질문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였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학자들은 경제적 효율성을 최우선시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그 원인 중 하나로 봤다. 한규섭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연안 해운회사의 수익 하락과 경영난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절감의 과정에서 벌어진 무리한 선박 개조와 과적, 우수 선원자원의 감소가 세월호 참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 한 달 전, 해수부에서 발표한 해사안전시행계획에서 경영난에 시달리는 영세 선사의 난립과 선박 노후화를 이미 위험요소로 지적한 적이 있다”며 비판했다.

이철희 교수(경제학과)는 이보다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사회가 오히려 ‘안전’ 비용 지불에 따른 경제적 효율성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기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안전하지 않은 사회가 유발하는 비용은 국민건강과 사회적 신뢰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광주민주화운동과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당시 해당 지역에서 출생한 아이들은 조산과 교육속도의 저하, 높은 인지장애비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에 막대한 건강과 의료비용을 부담시킨다. 또한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사회적 신뢰가 무너져 경제성장률과 GDP 대비 투자비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한국 사회는 눈앞의 이익에 눈이 먼 나머지 안전에 대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비용 문제와 더불어 장덕진 교수(사회학과)는 한국사회가 사회적 재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해가 촉발되는 것은 자연 현상이지만 이것이 재난으로 증폭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사회적 취약성”이라며 “특히 한국의 사회적 취약성은 낮은 공공성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공공성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사적인 것과 대립하는 것, 시대와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의 합의에 결정되는, 모두에게 선한 가치를 뜻한다. 장덕진 교수는 이 공공성을 공개성, 공민성, 공익성, 공정성의 세부 지표로 나누고 이를 토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이중 최하위라는 연구 자료를 공개했다. 한국 사회는 정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낮은 공정성과 사익 추구, 정보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공공을 위하는 정책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한국 정치체제가 세월호를 더 깊은 바닷속으로 빠뜨렸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그 원인을 규명하고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치가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국민을 더욱 분노케 했다. 정치권력이 대통령과 청와대로 집중된 한국 정치의 특성상 책임 소재는 명백했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해경의 무능력과 직무유기, 관리 감독기관의 부실과 부패, 행정당국의 보고지연과 혼선 등 문제 해결 능력과 책임지려는 의지를 모두 보여주지 못했다.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부)는 대통령 리더십이 비판받아야 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에 대한 위로가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국가원수가 직접 들어가서 해결했어야 했는데 아직까지도 잘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덕진 교수는 공무원들의 인센티브 측면을 이야기하며 “관료의 인적자원 수준은 굉장히 좋으나 정치권의 압력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인센티브는 사라지고 그것을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센티브만 남았다”며 “관료들이 ‘이건 안 될 거야’ 하고 그냥 팔짱만 끼는 상황만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세월호 참사의 경우 정치가 개입해서 같이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긍정적 방향의 정치화가 배제되고, 과도한 당파정치양상이 사건의 본질을 모두 압도해버리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특히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뤄졌던 정치적 공방은 유가족과 무관하게, 정치권의 책임을 묻거나 벗어나기 위해 나왔다.

50여년간 고착된 독점적 양당정치체제는 이러한 정치화의 당파적 경도를 강화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 박종희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승리하면 집권여당, 패배하면 제1야당이 되는 양당정치체제는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쇄신할 인센티브가 없다”며 “이로 인해 대의제에서 가장 중요한 반응성과 책임성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정치 체제는 보수와 진보로 나뉜 정당 프레임에 지역과 나이까지 중첩돼 흑백 구조의 폐쇄적 정당체제로 굳어졌으며, 이에 따라 국민의 의견은 정치에 반영되기 어려워졌다. 중립 정당이나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기 어려우며 초당파적 합의나 문제 해결 또한 불가능해졌다.

 

언론의 정치화가 만들어낸 세월호의 허상

한국 언론 환경의 지나친 정치화 또한 당파정치 양상에 부채질했다. 과잉경쟁시장으로 변모한 미디어 환경에서 언론사는 생존을 위해 정치적으로 한쪽 성향의 논조를 강하게 취해 지지층을 공고히 함으로써 충실한 독자층을 확보했다.

박종희 교수의 연구에서 이런 언론사의 당파적 성향은 여실히 드러난다. 박종희 교수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 의해 발표된 세월호 기사 중 사용된 빈도가 높은 어휘를 분석했다. 그는 “연구 결과, 새누리당은 ‘갈등 분열’ ‘갈등 조장’ 어휘의 사용 빈도 수가 높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조사 해야’ ‘국정조사 반드시’ 등의 어휘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조선, 동아로 대표되는 보수언론과 한겨레, 경향의 진보 언론의 어휘 사용 빈도와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언론사들은 보도 방식에 있어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 위한 과도한 상업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한규섭 교수는 “세월호 참사 보도에 있어 많은 언론사가 시간이 지날수록 에피소드적, 스캔들 보도에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4년 4월부터 12월까지 세월호 관련 기사의 사용 빈도가 높은 어휘를 분석한 결과 참사 초기에는 ‘안전’ ‘대책’ 등의 사고 해결과 원인 규명과 관련된 어휘가 많이 등장했으나, 5월부터 ‘유병언’ 등의 스캔들성 어휘가 많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언론사는 사고 원인의 총체적 분석은 외면한 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개인의 책임 문제만을 강조했고, 현안 진단보다는 스캔들성 보도에 집중했다. 이로 인해 언론의 시민사회 담론 형성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른 한편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타인의 고통이라는 것은 보통 미디어를 통해서 비로소 경험적 사실로 인식된다. 그러나 미디어는 특정한 정치적, 도덕적 목적을 가진 사회제도로, 그 이미지는 이미 특수하게 해석된 고통일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미디어 표상은 진영 정치화된 양극단의 공감 혹은 혐오를 조장하는 강력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현정 교수(인류학과)는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다뤄지지 않고, 집회에 참여하는 투쟁적 모습과 보상금 수혜자로서의 이미지만 반복적으로 강조됐다”고 주장했다. 즉 정치와 언론 권력이 조장하는 미디어 담론에 따라 피해자와 현실의 표상이 가공된 것이다.

혼자 살아온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생존 학생들, 자식을 억울하게 잃은 유가족, 죄인 취급을 받으며 또 다른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던 생존한 단원고 교사 등 서로 다른 고통을 가지고 있는 피해자들이 한국 정치와 언론의 프레임에 따라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됐다. 이현정 교수는 “안산의 공동체 회복을 위해 이 모든 고통이 입체적으로 고민돼야 함에도 현재로서는 그럴 수 있는 어떠한 조건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서 사회과학이 해야 할 일

 

심포지엄에서는 연구 결과의 공유와 함께 한국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도 제시됐다. 강원택 교수는 독점적 양당정치구조의 폐쇄성을 타파하고 시민사회의 바람이 정치체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비례대표 선거제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수주의 정치체제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비례대표 선거제의 확대가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7일에 열린 심포지엄의 2부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최인철 교수(심리학과)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신윤승 기자 ysshin331@snu.kr

교수 중에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과 해결 과정에서의 구조적 분석에 공감하면서도 왜 참사가 그날 그 시간에 그런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미시적으로 분석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인철 교수(심리학과)는 “경영, 탐욕, 정치의 문제 등 국가를 개조해야 한다는 담론은 활발하지만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희생자의 행동패턴과 상황적 요인에 대한 분석은 부족하다”며 “사회과학자로서 미시적 분석이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간과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빠져나오려는 판단을 하고, 반면 다른 사람들은 선장의 지시에 따라 안심하고 기다린 것을 지적하며 상황요인과 잠재 사고방식을 분석해 일반인들에게 재난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았던 이재열 교수(사회학과)는 심포지엄을 마치며 “세월호 침몰 사고는 무대 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고통스럽지만 귀한 관찰과 성찰의 기회”라며 “시스템의 실패를 경험하고 누구를 비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시작해서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사회과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난을 뜻하는 disaster는 불길한(dis) 별(aster)이란 뜻의 그리스어가 어원이다. 고대의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고 전지전능한 존재가 자신에게 불행을 내린다고 믿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우리는 인간 스스로 창조한 재난이 자연이 만들어낸 재난만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극적 인재(人災)를 막기 위해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이 지속적 연구와 학과 간 소통을 통해 한국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이번 심포지엄이 그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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