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물관 특별 기획전 ― 「화가와 여행」

지난 9일(목)부터 서울대 박물관 전통ㆍ현대미술전시실에서 ‘2004 서울 세계박물관대회’를 기념한 특별기획전 ‘화가와 여행’이 열리고 있다. 전시전을 기획한 김영나 박물관장은 “화가들이 여행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표현하고 그들의 시선이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이번 전시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전은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정선의 「만폭동도」, 김홍도의 「한정품국」 부터 천경자의 「갠지스 강에서」 까지 전통 산수화와 현대미술을 넘나드는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통해 여행의 의미를 짚어보고 있다.

 

전통미술전시실에서는 ‘상상여행’, ‘유형화된 명승도와 회화지도’, ‘아름다운 우리강산’, ‘사행, 송별, 기타 기록화’ 등 4개의 주제로 나뉘어 작품이 전시된다. 한국 최초의 도쿄미술학교 유학생인 화가 고희동씨가 금강산에 여행가서 서양화의 채색과 명암법으로 폭포를 그린 수묵화 「진주담도」는 현실적인 부피와 서양화적인 진한 배색이 인상적이다. 

 

▲ © 강정호 기자

현대미술전시실에서는 ‘이국의 매혹’, ‘길 위에 선 화가’, ‘사유하는 여행’, ‘타인과의 만남’, ‘상상의 여행’으로 나뉘어 전시된다. 「보르네오 반자르마신에서」를 그린 이종상 명예교수(동양화과)는 “보르네오에서 수묵화를 그리던 중, 같이 온 동료가 보채서 왼쪽을 여백으로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왔죠. 하지만 집에서 완성하려고 다시 보니 제 마음속에 작품에 대한 욕심이 생겨 자꾸 가식적인 풍경을 그리려 하기에 그냥 남겨두고 말았습니다”라며 여행지에서 그리는 그림의 여유를 보였다.

 

이번 전시전에서 가장 긴 그림인 유근택씨의 「풍경의 속도」는 빌딩이 보이는 서울에서 논밭이 무성한 유성까지의 봄 풍경을 수묵채색기법으로 그려 낸 13m가 넘는 대작이다.

화가들의 눈에 비친 낯선 장소가 한 폭의 캔버스에 독특하게 표현된 작품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도화지와 연필 하나 들고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을까.

전시는 오후 6시까지이며, 다음달 30일까지 진행된다.

▲ © 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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