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본질은 진실의 전달… 관점까지 제시해야 역할 다한 것”
“저널리즘의 본질은 진실의 전달… 관점까지 제시해야 역할 다한 것”
  • 송승환 기자
  • 승인 2015.05.24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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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넘치지만 제대로 된 뉴스는 찾기 힘든 세상이다. 세월호 참사 보도 이후 반성하겠다던 언론은 여전히 단독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고, 정권, 자본, 이념에 묶여 할 말 못하는 언론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끝인사만큼은 챙겨보게 되는 뉴스가 있었다. 김성준 전 앵커가 진행한 <SBS 8 뉴스>였다.

“한국 정치의 문제 중에 하나가 할 일 똑바로 해서 국민지지 얻을 생각은 팽개치고, 이미지 좋은 바깥 사람 불러다가 바지사장 만들 궁리를 하는 겁니다. 최근 나온 반기문 대망론이 그렇습니다. 지금 정치권이 대선타령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2014년 11월 5일 <SBS 8 뉴스> 김성준 앵커의 클로징)

김성준 전 앵커가 2011년 3월부터 2014년 말까지 <SBS 8 뉴스>를 진행하며 남긴 촌철살인의 클로징 멘트에는 많은 격려와 격렬한 항의가 동시에 따랐다. SNS공간에서 일부 누리꾼은 그의 클로징 영상을 공유하며 ‘개념 앵커’라 불렀지만 일부는 그를 ‘종북 앵커’라 부르며 그의 클로징 멘트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SBS 8 뉴스>의 앵커자리에서 내려와 SBS 보도국이 만드는 팟캐스트 <골룸:골라듣는 뉴스룸>을 진행하고 있는 김성준 기자를 지난 18일(월) 목동 SBS 보도국에서 만났다. 할 말은 하는 기자 김성준이 말하는 저널리즘과 뉴스에 대해 들어보자.

▲ 지난 18일(월) 목동 SBS 보도국에서 김성준 기자를 만나 저널리즘과 뉴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부터 메인뉴스 앵커자리에서 내려온 그는 한결 여유로워보였다. 그가 공정성과 클로징 멘트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 전근우 기자 aspara@snu.kr


저널리즘의 핵심은 소식, 가치, 진실

-오늘 인터뷰 주제가 저널리즘입니다. 때문에 저널리즘의 정의를 먼저 세우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25년차 기자 김성준이 생각하는, 그동안 활동해온 저널리즘은 무엇이라 할 수 있습니까?
=저널리즘은 간단하게 말하면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겁니다. 그런데 소식이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어야겠죠. 옆집 암탉이 알을 낳은 건 소식이 될 수는 있지만 대중에게 전할 가치를 갖지는 못합니다. 그에 더해 저널리즘의 본질은 진실을 전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설이나 선전이 되겠죠. 그런데 청년 시절에는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니 정보의 가치와 소식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소식을 전하는 것과 그것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본다고 하셨는데, 매일 뉴스를 만들면서 뉴스가 되고 안 되고를 판단하는 기준이 있습니까?
=그건 저널리즘 교과서에서 나오는 판단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성, 시의성, 특이성, 근접성, 현저성, 갈등양상 이렇게 6가지가 있는데 이것들을 조합해서 가장 필요한 소식이 뭔지 생각하게 됩니다. 써 놓고 회의하는 건 아니지만 그 원칙이 체화돼 있다고 봐야죠.

-그런데 누리꾼 사이에서는 가끔 뉴스의 갈무리 사진이나 링크를 공유하면서 이것도 뉴스가 되냐고 비웃을 때가 있습니다. 시청자가 보기에 사소하고 황당한 뉴스가 선택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엄숙한 자세로만 접근하려 합니다. 세상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불의를 뿌리 뽑는 뉴스가 중요하긴 하지만, 뉴스는 검찰이 아닙니다. 또 오로지 세상의 선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종교도 아닙니다. 뉴스는 그야말로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기본적인 의무 속에 권력의 비리를 캐는 것도 중요하나, 세상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정보도 뉴스로서의 중요성을 갖습니다.
매체별로 볼 때 TV 종합뉴스는 상점으로 치면 백화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백화점은 품질 높은 상품을 팔되 고급 가구부터 오늘 저녁에 가족이 먹을 식음료에 맥주까지, 다양한 수요자의 욕구에 맞춰서 적절한 배분을 해야 합니다. 오늘 정치권에서 권력형 비리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있다면 중요하게 다루겠지만 뉴스 중간이나 끝에 오늘 울산 앞바다에 돌고래 떼가 발견됐다는 소식도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뉴스를 필요로 하고 소비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언론사의 성향이나 판단에 따라 무거운 뉴스를 더 많이 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생활밀착형 뉴스를 많이 할 것인지는 선택하기 나름입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SBS 8 뉴스>는 무거운 뉴스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방송사이긴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백화점으로서의 기능을 저버릴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SBS 8 뉴스>가 백화점이라면 <JTBC 뉴스룸>은 가로수길 전문점

-그런데 요새 방송뉴스에서 무거운 뉴스를 찾아보기가 점차 힘들어집니다. 호흡이 너무 짧아서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최근에는 리포트 시간과 방송 시간을 늘리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모든 방송뉴스는 심층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백화점이더라도 품질 좋은 정보를 만들어서 제한된 품목으로 팔자는 거죠. 사회 고발성 기사나 감시견의 역할을 하는 아이템을 많이 싣고, 개별 아이템 길이도 늘려서 가자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항상 <JTBC 뉴스룸>과 비교를 당하는데, 현실적으로 <SBS 8 뉴스>가 백화점이라면 <JTBC 뉴스룸>은 가로수길의 전문점입니다. JTBC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역할과 투입되는 자원의 차이가 그만큼 크단 말이죠. 시청자의 성향도 매우 다릅니다. <SBS 8 뉴스>는 매일 밤 100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엄청나게 다양한 수요를 갖고 뉴스를 봅니다. 그러다보니 거대한 백화점이 하루아침에 영업방침을 바꾸는 게 참 쉽지가 않죠.
기본적으로 <JTBC 뉴스룸>의 포맷은 좋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JTBC 뉴스룸>의 장점은 굵직한 뉴스에 힘을 주는 심층화죠. 이 패턴은 참고할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다만 <JTBC 뉴스룸>이 추구할 수 있는 심층화와 종합백화점이 추구하는 심층화의 성격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움직이기 쉽진 않지만 집중화, 심층화의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해나가려 애쓰고 있죠.

취재 결과 '이쪽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까지는 말해줘야

-저널리즘의 여러 원칙 중에 공정성에 대해 논의해보려 합니다. <SBS 8 뉴스>를 진행하면서 ‘뉴스가 공정해야 하는데 왜 편파적이냐’ 또는 ‘뉴스에 앵커의 사견이 들어가서 되겠느냐’는 항의를 받아보셨을 겁니다. 뉴스가 공정해야 한다면 공정한 보도란 무엇이라 할 수 있습니까?

=공정한 보도는 이해 당사자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것입니다. 저널리즘에 있어서 공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다만 요즘 공정성, 객관성을 말하는 것이 오히려 본질적인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말로만 포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공정과 객관이냐는 것이죠. 공정한 보도는 끝까지 진실을 파헤친다는 전제에서 나온 취재의 결과를 말하고, 내가 말한 진실에 대해 반론이 있으면 그 반론을 충분히 반영하는 겁니다. 그런데 진짜 진실은 캐낼 생각도 안 하고 ‘이쪽은 이랬다 저쪽은 저랬다’고만 내보내는 건 오히려 공정성을 훼손하고 뉴스이기를 포기하는 겁니다.

-공정성과 관련해서 클로징 멘트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클로징은 분명 하나의 의견 혹은 관점인데, 앞서 말씀하신 공정성의 의미에 클로징 멘트 역시 포함될 수 있습니까?
=우선 <SBS 8 뉴스> 클로징은 앵커 김성준의 사견이 아닙니다. 물론 제가 직접 글도 쓰고, 다듬고, 자료조사도 하지만, 클로징은 SBS뉴스의 편집회의가 판단하는 관점을 앵커로서 제가 대신 전달하는 겁니다. 그러면 뉴스에서 SBS라는 기관의 관점을 얘기할 수 있는가. 이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제가 처음 앵커가 될 때 SBS뉴스는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보가 하루 종일 둥둥 떠다니는 세상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아침이면 정보를 다 알 수 있는데 SBS 저녁 뉴스를 봐달라고 하려면 뭔가 달라야 했죠. 때문에 우리가 결론을 지었던 것이 뉴스를 바라보는 관점을 시청자에게 제공해야겠다는 겁니다. 어떤 게 진실이고 가짜인지 모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뉴스만 툭 던져 놓으면 뭐가 맞는 얘기인지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최선을 다해 취재한 결과로 ‘이쪽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까지는 말해줘야 이 시대의 저널리즘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걸 두고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보통 클로징 때문에 불이익을 보거나 불편한 사람입니다. 또 정말 잘한다고 칭찬만 하는 사람은 득을 보거나 기분이 좋은 사람이죠.

진실에 꿀을 발라놔도 진실은 진실

-최근 SBS 보도국의 뉴미디어 저널리즘 활동이 눈에 띕니다. 페이스북에서의 ‘스브스뉴스’와 ‘취재파일’, 팟캐스트 <골룸>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SBS 보도국이 이쪽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집중까지는 아니고 다들 하는데 남들보다 좀 더 열심히 하고 있긴 합니다. 기본적인 이유로 뉴스를 전달하는 환경이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이제 누가 점잖게 응접실에 앉아서 8시 땡 하면 뉴스를 봅니까. 다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각각의 아이템을 쪼개서 보죠. 뉴스 수용자가 뉴스를 수용하는 방식이 변화하면 뉴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그 변화를 따라가야 합니다. 뉴스 소비 환경이 변하면서 뉴스 전달 방식과 내용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어려운 정치나 비리 캐는 뉴스조차 쉽고 재밌게 설명해주길 바라죠. 뉴스 전달 방식에 그런 욕구가 반영된 겁니다.

-새로운 뉴스 소비자의 욕구에 맞춘 형식과 내용이라는 점에서 공감이 되지만, 최근 온라인 뉴스 콘텐츠가 지나치게 재미나 선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에는 뉴스 전달 방식의 문제인데, 예를 들어 기사 문체도 60년대에는 한 문장을 대여섯 줄씩 쓰고 한자를 많이 섞었지만 2000년대 문체는 굉장히 단문이고 어려운 한자어도 안 쓰고 간결하게 꽂히는 문장을 쓰잖아요. 마찬가지로 전달 방식에 있어서 사람들이 이제는 좀 더 친근하고 재밌는 방식을 요구하기 시작한 거죠. 다만 그게 선정주의 혹은 뉴스의 오락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려면 당연히 진실의 추구라는 뉴스의 본질을 제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진실에 사탕을 바르든 꿀을 바르든 진실은 진실이잖아요. 이제까지는 아무리 딱딱하고 어려워도 진실이 최고고 진실 앞에서는 어떤 포장도 필요 없어서 사람들이 받아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진실을 전달할 때도 사람들이 날 것 그대로가 아니라 잘게 잘라서 집어먹기 쉽게 해주길 바라는 거죠. 그렇다고 포장만 그럴 듯하고 진실이 없으면 그때부터는 선정주의나 사기가 되는 거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진실이 들어있으면 그건 훌륭한 거 아니겠어요.

미래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

-앞서 종합백화점으로서 <SBS 8 뉴스>의 가치를 말씀해주셨는데, 10년 뒤에도 여전히 <SBS 8 뉴스>가 방송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SBS가 10년 뒤에 지상파 방송사라는 업태를 가지고 존재할지 여부도 우리는 자신이 없어요. 더군다나 SBS에서 저녁 8시에 50분 동안 종합 뉴스를 지상파 방송으로 내보낸다는 건 더 자신이 없어요. 앞으로 미래가 변화하는 속도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창사 이래 항상 위기라고 말해왔지만 단 한 번도 예측했던 시기보다 위기가 늦게 찾아온 적이 없어요.
결국 미래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겁니다. 재밌는 사례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우리는 당연히 그동안 잘해온 차범근, 배성재 콤비가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기업들도 광고를 살 때 6:2.5:1.5 비율로 SBS를 비싸게 샀죠. 그런데 첫 경기 시작해보니 KBS에서 이영표 선수가 경기결과를 예측하고 있고, MBC에선 안정환 선수가 나와서 순식간에 SBS가 꼴찌가 됐어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것은, 내가 오늘 1등을 했으면 축하파티는 초저녁에 일찌감치 끝내고 내일 아침이 밝기 전에 1등을 만들어준 요인을 모두 쓰레기통에 처박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겁니다. 손톱만큼의 기득권에 얽매여 시작하면 내일 뭐가 올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SBS의 기득권이 지상파 네트워크라면, 서울대생에게는 서울대 나왔다는 것, 아버지가 잘사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기득권이 되겠죠.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오히려 이런 기득권이 핸디캡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2013년 한국방송대상 앵커상을 수상할 때 시청자의 신뢰를 얻기 힘들어진 요즘 언론의 어려운 상황을 언급하며 앞으로 좀 더 희생과 공헌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히셨습니다. 그 노력을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적어도 편히 가지는 않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식으로 클로징하거나 혹은 클로징하지 않고도 편히 살 수 있었는데 그러지는 않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진실의 껍질을 벗겨나가는 과정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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