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과 정흠 교수

정년퇴임 소감을 묻자 정흠 교수는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인용하며 “한 곳에 오래 있다 보면 정년이 올 줄 알았다”고 덤덤하게 심정을 밝혔다. 그는 “벌여놓은 일들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하고 나가는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빛을 선물한 망막질환 전문의다. 안과의의 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살아있는 생명체의 눈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고 운을 뗀 그는 “그 아름다운 생명체의 눈에 반해 안과의의 길을 일방적으로 선택당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정 교수는 1984년 설립된 한국망막학회의 원년 멤버이다. 그는 “연구한 것을 발표하고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논의를 진행하다 보면 서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고 망막학회를 설립한 이유를 밝혔다. 그를 포함한 8명의 망막 전문의가 세미나실에 모여 시작한 학술 모임은 현재 회원 수가 250명이 넘는 거대한 학회로 발전해 한국 망막질환 연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 교수는 “어려운 환자를 잘 치료해도 기억에 남고 끝내 잘 되지 않아도 기억에 남는다”며 “좋은 기억은 오래가지 않지만 아픈 기억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어두운 표정으로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한 환자들에 대한 기억을 “영원히 가슴 속에 담고 가는 것”이라 표현했다.

끝끝내 빛을 선물해주지 못한 환자들이 마음에 남아서일까, 정 교수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공대와 공동으로 인공망막 연구를 지휘하고 있다. 인공망막은 망막에 이상이 생겨 시력을 잃는 망막색소변성 환자에게 시력을 되찾아줄 수 있는 기술로 현재 사람에게 시험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에 있다.

공대와의 협업에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 정 교수는 “망막 전문의를 하다가 공과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분이 있어 훌륭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그런 인재가 많이 나오면 의공학 연구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대를 졸업하고 의대로 진학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신의 공업지식을 활용하는 사람은 드물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후학들에게 느긋한 마음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서두르지 말고 5년, 10년, 20년을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특정 분야의 대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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