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이대로도 괜찮은가?
수강신청, 이대로도 괜찮은가?
  • 대학신문
  • 승인 2015.08.3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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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학전문대학원
   함주혜 석사과정

지난 7월 30일 진행된 홀수 학번 학생들의 수강신청은 가히 ‘홀수 대란’이라 부를 만했다. 일부 학생들은 애초에 서버에 접속하지도 못했고, 몇 차례 시도 끝에 로그인을 하고 보니 다른 학생의 계정이더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억울하게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은 ‘롤백’(데이터베이스를 오류 발생 이전으로 복원시키는 것)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하자를 지닌 수강신청의 결과를 롤백할 수 있을까? 만약 서울대학교가 행정법상 행정주체였다면 어떠했을지 행정법의 관점에서 이 논의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수강신청을 한정된 강의 자원을 학생들에게 배분하는 행정작용이라 보면, 서울대학교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수강할 권한을 부여하는 처분을 내리는 행정청에 비견될 수 있다. 행정청의 경우 처분은 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단 처분이 법률의 내용을 준수한 것이면 적법하다고 판단된다. 서울대학교 역시 이와 유사하게 「서울대학교 학칙」과 이를 구체화하는 내부규정을 준수해 처분하며, 서울대학교가 수강 자격이 있는 학생이 수강인원 범위 내에서 선착순으로 수강신청한 것을 허가하였다면 이 처분은 적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 수강신청의 경우 서버에 접속하지 못한 학생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강의는 규정대로 수강자격이 있는 학생들에게 선착순으로 배분되었으므로 수강 허가 처분의 내용상 하자는 없다. 다만 그 수강신청 순서의 전제가 되는 서버 접속 과정의 오류는 수강 허가 처분의 절차적 하자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의 롤백 주장이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지난 수강신청의 하자가 내용상 하자가 아니라 절차적 하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수강신청 롤백이 인정되었던 경우를 보더라도, 롤백은 수강인원의 범위가 잘못 설정되었거나 수강 자격이 없는 학생들의 수강이 허가되는 등 소위 내용상 하자가 있었던 때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전례가 롤백이 절차적 하자만 있을 때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법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판례는 행정청의 처분에 절차적 하자만 존재하는 경우 이를 시정해도 그 처분 결과에 변함이 없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체로 그 취소를 인정한다. 더구나 지난 수강신청의 경우 서버 오류라는 절차적 하자가 시정되었더라면 처분 결과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는가?

이처럼 만약 지난 수강신청이 국가의 행정 작용이었다면 그 절차의 위법을 들어 취소소송을 해볼 만했을 것이다. 물론 학교의 행정에 국가 행정과 같은 수준의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학교 행정에 관해서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는 자원 배분의 결과도 수용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수강신청은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 분배 절차 중 하나인 만큼, 그 절차적 하자가 중대해서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면 더 적극적인 구제수단을 검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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