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락치’ 둘러싼 학생과 경찰의 진실게임

▲ © 강동환 기자

 


“친구의 자취방 방문을 열었는데 관악경찰서 경찰이 앉아 있더군요. 너무 놀라서 그대로 도망갔습니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자 ‘김세진ㆍ이재호열사기념사업회’회장을 맡고 있는 장유식 변호사(산업공학[]83)는 수배중의 경험을 아직도 기억한다. 1986년 공대 학생회장을 맡으며 김세진, 이재호 열사와 함께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장 변호사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학생운동의 열기가 뜨거웠던 1983년까지는 학내에 사복 경찰이 상주했으나, 1984년 학원자율화가 이뤄지며 사복경찰이 ‘프락치’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민노당 학위  “학내 프락치 있다” 주장

이같은 ‘프락치’들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모습을 감추었으나, 최근 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민노당학위)는 잇다른 도난사건과 수상한 사람의 출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프락치’의 존재를 주장하고 나섰다. 민노당학위는 지난 9일(목) ‘공안탄압 규탄집회’를 열고 학원사찰 중단과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요구했다.

 

 

지난 8월 26일(목) 새벽 5시경, 국민대 민노당학위 사무실에서 노트북과 수첩, 디지털 카메라가 들어있는 가방이 사라졌다. 분실된 소지품은 2시간 후, 중앙대 민노당학위 사무실에 침입한 20대 초반 남자의 가방 속에서 그대로 발견됐다.

 

 

8월 27일 새벽 2시경에는 경희대(수원캠퍼스) 총학생회실에 신원 미상의 남자가 침입했고, 9월 1일 오후 2시경에는 수원 남부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학교 안을 배회하다 총학생회 관계자와 마주치자 그대로 도주했다. 이에 대해 수원 남부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혀 모르는 일…” 경찰은 완강히 부인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김진실 학생위원장(고려대 통계학과[ㆍ97)도 ‘프락치’로 의심되는 수상한 남자를 만났다고 말한다. 지난 1일 오후 6시경 무전기를 든 남자가 김씨를 따라왔다는 것이다. 그는 찜찜한 기분에 주변 공원으로 피했으나 길 반대편에 서있던 또 다른 남자가 10여 분간 김씨를 미행하다 갑자기 사라졌다. 이에 대해 김씨는 “요즘 들어 학원사찰로 의심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혹시라도 학원사찰을 통해 학생운동을 통제하려 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고려대에서는 총학생회 관계자에게 붙잡힌 사찰원이 “공안기관에서 사주했다”며 10여 명의 공안기관원들의 이름을 직접 거명한 일도 있었다. 그는 ‘반도체 회사 직원을 사칭하라’는 공안기관의 지침을 직접 받았고, 정기적으로 활동비를 받았다고 자백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고려대 총학 관계자는 “사찰원이 밝힌 관계기관인 종로, 성북, 동대문 경찰서 등에 연락하자 한결같이 그런 일은 없다며 발뺌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경, 경희대에서는 누군가가 총학생회실에 침입해 귀중품은 그대로 둔 채 책상서랍을 뜯어 자료만을 훔쳐가기도 했다. 며칠 후 학내에서 수상한 사람이 대자보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본 학생들이 그를 붙잡아 조사했고, 당시 압수한 메모지에는 경희대 학생들의 이름과 신상이 기록돼 있었다고 한다.

 

 

민노당 김지은 전국학생위원장(고려대 법학과ㆍ96)은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전 국민적인 국가보안법 폐지 열망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구시대적인 학원사찰과 정치탄압이 계속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민노당학위 김찬호 집행위원장(농경제사회학부ㆍ91)은 “국보법이 폐지되면 공안기관 직원 1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요즘 강화되는 학원사찰은 그들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주장했다.

 

 

김세균 교수(정치학과)는 “사찰은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교육과 학문 연구의 장인 대학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