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 © 노신욱 기자

 

햇빛이 쨍쨍하다 못해 뜨거웠던 지난 9일(목) 오후, 홍대 앞에서 달빛요정(이진원)을 만났다. 모자를 눌러쓴 긴 머리에 하얀 피부를 뒤덮고 있는 턱수염, 넉넉한 몸매의 달빛요정은 “서울대에서 인터뷰 온다고 해서 긴장했어요”라며 말문을 연다.


똑똑하던 반장놈은 서울대를 나온 오입쟁이가 되었고

 ― ‘스끼다시 내 인생’ 중―


라는 그의 노래 ‘스끼다시 내 인생’의 가사 때문이리라.

 

 

자신은 아무런 의미없이 지은 이름이라고 하지만 ‘달빛요정’이라는 예명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라는 밴드명도 심상치 않다. 또, 스스로를 ‘지하생활자’라고 소개하는 데다 작사, 작곡, 편곡, 레코딩, 믹싱까지 혼자서 해낸 앨범을 정식앨범으로 유통시키고, 앨범의 가사는 일반적인 대중가요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이쯤되면 남들이 특이한 사람이라고 말할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평범하게 잘 살 줄 알았던 아들놈이 혼자 쿵닥거리고, 친구도 없는 사람처럼 언론에 비치니 어머니가 속상해 하시죠. 저 그렇게 특이하고 이상한 놈 아니에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스스로도 음악을 업으로 삼아 살아갈 줄은 몰랐다고 한다. 홍익대 재학 시절, 서정적인 노래를 주로 하는 포크음악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그는 혼자 악기 다루고, 컴퓨터로 음악하면서 곡을 만들어 판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졸업하고  취직해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다 IMF 때 실직한 후, 작곡가로 활동을 해 왔다.

 

 

그러던 중 자신의 노래를 정돈된 형식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제 마지막이다. 이거 6개월만 팔고 취직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자비를 털어서 앨범을 만들었죠.” 그 동안 만들어뒀던 곡 중에 몇 곡을 골라서 2003년 2월에 발매한 앨범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1집 ‘Infield fly’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낸 앨범은 그에게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이 됐다. 1년 여 만에 1599장 한정판 비공식 판매를 마치고, 정식유통앨범을 발매하게 된 것을 두고 그는 “그래, 내가 대한민국 인디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거야!”라고 생각했단다.

 

 

그가 부르는 노래의 매력은 경쾌한 멜로디와 목소리 위로 흐르는, 지나치게 솔직하다 싶은 우울하고 자기비하적인 가사다.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신문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중략) 언제쯤 사시미가 될 수 있을까 스끼다시 내 인생 ―‘스끼다시 내 인생’ 중 ―


“저에게 제 노래는 ‘멜로디가 있는 일기’예요. 하지만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도록 가사를 열어뒀어요. 예를 들어 ‘박찬호’란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일등신랑감이고 잘나가는 야구선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랑 동갑인데 잘 나간다’ 싶은,질투를 유발하는 대상일 수도 있잖아요.”

 

 

한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라는 밴드명이나 CD 자켓과 홈페이지에 있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스코트 그림 등은 ‘낙오자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보다 제가 먼저 나왔는데 다들 그 소설 따라했다고 하더라구요”라며 웃는 그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제 노래를 듣는 사람이나 제가 진정한 패배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룸펜인거죠”라며 “요즘 이런 정서가 통하는 건 행복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집단만을 강요하고 개인을 존중할 줄 모르던 사회가 패자도 조망하고, 개인의 가치관도 존중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죠”라고 말했다.

 

 

달빛요정은 10월 쯤에 1.5집을 내고 홍대 근처에서 공연도 가질 예정이다. 앨범의 반응이 좋고, 그의 노래가 컬러링과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등록됐어도 정작 달빛요정 그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1.5집을 내기 위해 갖고 있던 장비를 모두 팔아야 했지만, 그래도 그는 음악을 그만 둘 수 없다. 스스로는 ‘다른 일은 할 것이 없어서’라고 말하지만, 내심 그는 ‘역전만루홈런’을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1.5집 들으면 ‘달빛요정 변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절룩거리네’식의 노래는 없거든요. 공연을 하려면 좀 밝고 신나는 노래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런 노래를 7~8곡 넣었어요.”

 

 

“시간이 흐르면 음악적 성향이 바뀔 수도 있겠죠. 그래도 저 같은 가수는 앞으로도 저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하늘에 하나뿐인 달처럼 자신만의 색을 끝까지 잃지 않을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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