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미국 미네소타대 인권센터

서울대는 2000년 성희롱·성폭력상담소를 설립해 구성원들의 인권을 위한 노력을 시작한 이후 2012년 8월에 서울대 인권센터를 설립해 보다 넓은 분야의 인권문제를 다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인권센터는 서울대 구성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인권포럼, 인권실태조사, 인권주간 등의 행사를 진행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많은 인권문제 개선했다. 그러나 최근에도 구성원에 의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는 등 서울대의 인권이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이에 미국 미네소타대 인권센터의 사례를 통해 이제 갓 3년이 된 서울대 인권센터의 교육과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미네소타대 인권센터는 공립대학인 미네소타대 법대 소속의 인권센터로 국제인권선언 40주년을 기념해 1988년에 설립돼 올해 27주년을 맞이했다. 미네소타대 인권센터는 법대에 소속돼 있기는 하지만 미네소타대 내에서의 활동으로만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세계 곳곳의 인권을 위한 활동과 인권 연구, 인권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 자료 개발에 힘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외곽에 위치한 미네소타대 트윈시티 캠퍼스의 법대 건물 안에서 미네소타대 인권센터와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미네소타대 인권센터는 편안한 상담실 같은 느낌의 서울대 인권센터와는 다르게 교육과 연구를 위한 공간이라는 인상이 강했고, 인권센터 소속의 연구자들과 대학원생들이 토론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인권센터에 들어서자 두 명의 연구자가 기자를 반갑게 맞이해줬다. 크리스티 루델리우스-팔머 교수는 미네소타 법대의 교수이자 미네소타대 인권센터를 총괄하는 2명의 공동디렉터 중 1명이다. 1989년부터 미네소타대 인권센터의 디렉터를 맡아왔으며 27년 동안 대학과 지역사회에서 인권 교육과 인권 연구를 진행해온 인권전문가다. 그의 동료인 나탈라 조던 디렉터는 인권 교육자와 활동가들에 대한 전문적인 훈련을 담당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 교육 커리큘럼 및 교육 자료를 개발하며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삶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인권 교육 진행해야

 

▲ 미네소타대 인권센터의 연구자들. 나탈라 조던 교육 프로그램 디렉터(좌)와 크리스티 루델리우스-팔머 교수(우)

다년간 인권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인권 교육을 진행해온 두 교육자에게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해 설계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들은 입을 모아 학부생이나 비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서 바로 응용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커리큘럼과 자료 개발을 담당하는 조던 디렉터는 “학부생들이나 비전공 대학원생들을 교육할 때는 이론이나 철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들의 삶에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응용가능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그들이 어떤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인권 교육은 학생들의 배경을 중심으로 가장 핵심적인 가치부터 공유하면서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네소타대 인권센터는 학생들에게 학습한 인권지식을 생활 속에서 응용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각종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커뮤니티와 연계해 실제 사회에서의 인권을 배우고 이를 나누는 것이 학생들이 온·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배운 것을 적용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인권센터 교육자들은 밝혔다.

 

온라인 인권 교육에는 탄탄한 자료와 피드백이 필요 

오랜 역사를 지닌 미네소타대 인권센터의 온라인 교육은 매학기 1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강의에서 중요한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의 물음에 미네소타대 인권센터의 전문가들은 높은 수준의 온라인 강의를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교육 자료들이 준비돼야 한다고 답했다. 루델리우스-팔머 교수는 “96년부터 간단한 인권 관련 주제를 담은 여권형태의 책자 등 인권 교육 자료를 개발해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기 시작했다”며 “법률가와 지역사회의 리더들, 지역의 인권 교육자들과 함께 인권 교육 자료와 출판물들을 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20년이 되는 미네소타대 인권센터의 온라인 인권 교육 역사는 온라인 인권도서관에서 시작됐다. 1995년 문을 연 미네소타대 온라인 인권도서관은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아직까지도 단순하면서 직관적인 처음의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루델리우스-팔머 교수는 “온라인 도서관이 만들어질 당시에도 미네소타대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자료를 소장한 오프라인 인권도서관을 가지고 있었다”며 “인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직접 와서 자료를 보지 않고도 손쉽게 인터넷에서 자료를 가져가 인권 연구와 교육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온라인 도서관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미네소타대 인권도서관은 현재 6만여개의 인권 관련 자료와 국제 협약, 인권 교육 자료 등을 보관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인권 DB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보관 중인 자료들은 8개 언어로 작성돼 있으며 매달 150여개 국에서 25만명이 접속해인권 관련 자료를 얻고 있다.

오랜 기간 개선돼온 온라인 인권 교육이지만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한 한계점도 있었다. 수차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해온 조던 디렉터는 온라인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를 공유하기 힘들다는 점을 가장 큰 한계점으로 꼽았다. 조던 디렉터는“인권강의에서는 수강생끼리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의 의견과 가치를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온라인 강의에서는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고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같이 수업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커뮤니티의 생성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네소타대 인권센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화상채팅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학생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서울대 구성원들은 인권센터에서 주관하는 2시간가량의 온라인 인권/성평등 교육을 수료해야만 서울대 포털에서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교육을 시행한 첫 해다 보니 아직은 어설픈 점이 있어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20년 전부터 온라인 인권 교육을 진행해온 미네소타대 인권센터의 관계자들에게 서울대의 온라인 인권 교육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모두 현재 진행 중인 서울대의 성평등/인권온라인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루델리우스-팔머 교수는 “모든 학생들이 인권 관련 영상을 보고 교육을 받는다는 건 아주 놀라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방향적인 서울대의 온라인 교육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간의 상호작용이 없다면 배운 내용을 직접 응용하는 것에 있어 문제를 겪게 된다”며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은 학생들이 보다 진지하게 인권강의를 듣게 하는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또 성평등 교육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루델리우스-팔머 교수는 “보통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면 남성-여성 만의 문제를 생각하지만 이진법적인 구분이 아닌 모든 이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LGBT(Lesbian, Gay, Bisexual,Transgender)에 초점을 맞추는 일은 성평등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필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그리고 미래와 함께하는 인권교육

 

▲ 인권센터가 위치한 미네소타대 트윈시티 캠퍼스의 법대 몬데일 홀

미네소타대 인권센터는 많은 연구자들과 활동가, 교육자들을 배출한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매년 30여명 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진행 중인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험프리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미국 전역의 16개 대학이 연합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미네소타대는 1981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500여명의 인권 연구가와 교육자들을 배출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은 자신의 연구와 활동에 관해 미네소타대 인권센터의 연구진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으며 여러 인권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인권 교육 및 연구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펠로우십 프로그램이 끝나면 기사를 작성하거나 다른 연구자들 앞에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내용을 공유하고 이를 지역사회의 NGO등과 연계해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루델리우스-팔머 교수는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인권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높이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필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커뮤니티 멤버들에게 힘과 창의성을 주고, 어린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어린 학부생들이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보고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하는 일을 자주 경험한다”고 밝했다.

미네소타대 인권센터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지역사회에 대해 인권 교육을 진행하는 데도 매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대학은 사적인 독립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조던 디렉터는 “대학은 커뮤니티의 한 부분이며 공립대학의 경우 공유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와 그 공동체를 위해 교육과 연구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커뮤니티는 또 연구와 활동의 실험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네소타대 인권센터는 대학 근방에 거주하는 미국 원주민 사회와 연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탈라는 “가장 많은 수의 원주민이 거주하는 주 중 하나인 미네소타 주에는 많은 홈리스들이 있다”며 “그들의 땅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들 사회에 연구와 교육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출범한지 3년이 된 서울대 인권센터에 대한 조언으로 끝을 맺었다. 인터뷰를 청한 모든 연구자들은 인권센터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인권센터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로 꼽았다. 더 나아가 연구자들은 공통적으로 파트너십, 콜라보레이션, 후원자, 재정적 지원을 확보하고 이런 지원들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델리우스-팔머 교수는 “인권 교육은 다음 세대를 위한 일임을 인지하고 경제적인 효과가 없더라도 계속된 지원이 필요하다”며 “(활동가와 연구자들의) 열정과 창의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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