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청년 실업 해소 위한 각국의 청년 일자리 정책

지금 세계는 “청년 취업 지옥”

“전 세계 청년인구의 3분의 1은 일자리를 갖지 못한 상태다.”

세계은행이 지난달 ‘청년 고용을 위한 해결책-2015 기본 보고서’를 펴내면서 이와 같이 지적했다. 인구 특성이나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현 청년세대가 공통적으로 실업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5~29세 청년인구는 18억명으로 사상 최대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중 약 5억명이 실업자이거나 불완전 고용상태에 있다. 구직을 포기한 니트족* 청년까지 합치면 사실상 실업자 수는 총 6억 2,100명에 달한다.

청년들의 고용 상황은 질적으로도 악화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11년 전 세계 청년 노동자의 40.5%가 임시계약직이며 청년 노동자 4명 중 1명은 시간제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해 일자리가 있어도 저임금 일자리인 경우가 많다. 또 청년 노동자의 3분의 1은 하루 2달러가 못 되는 돈으로 살아가야 한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은 폭력사태나 극단주의로 빠지기도 한다. 민주화 혁명을 퇴색시킨 IS의 활동 근거지인 중동이나 북아프리카는 청년 실업률이 25%가 넘는 지역이다. 이주자에 대한 공격과 폭동이 수차례 발생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청년 4명 중 1명은 실업상태다. 한국노동연구원 하재준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은 사회적으로는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이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아진다”며 “불만 표출이 중동 국가와 같이 과격 행위나 일탈행위로 나타나는 등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청년 실업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ILO의 ‘2015 세계 고용과 사회 전망’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6,1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전 세계 고용증가율은 1991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1.7%였으나 위기 직후인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 1.2%로 낮아졌다. ILO는 “2019년까지 약 8,0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지적했다.

청년 실업 해결에 나선 국가들

이처럼 청년층의 실업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가운데 각국은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 청년층의 실업이 장기화될 경우 해당 국가의 잠재적인 성장률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세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청년 실업 장기화를 막고 청년층 노동 공급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독일, 체계적인 직업교육훈련 시스템 구축=일부 국가들은 청년 실업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인 노동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직무ㆍ학습 병행제를 도입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학교 교육과 기업에서의 현장실습이 적절하게 조화된 ‘이원화된 직업교육훈련'(Dual System)을 통해 숙련된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이원화된 직업교육훈련은 기술적인 훈련은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통해 이뤄지고, 이론적인 학습은 직업학교에서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전체 중등교육과정 졸업자 중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60% 정도가 이 과정에 입학해 전문 직업교육을 받는다. 독일에서 고등학교 단계의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 대부분이 이러한 이원화된 직업교육시스템으로 교육을 받으며, 직업을 갖기 위해서 원칙적으로 직업교육훈련을 이수해야 한다.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시스템은 프로그램 설계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기업, 상공회의소, 노동자단체 등 각계각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직업학교와 훈련기업, 학생 간의 계약을 통해 직업훈련이 이뤄지고 있으나 학교가 학생을 기업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학생을 직접 선발한다. 이러한 직업교육훈련제도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숙련 인력을 양성해 바로 채용하는 형태로 연결됐고 구인·구직 간 미스매칭을 줄이고 청년 실업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실제로 유럽재단(EF)의 2012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무·학습 병행제에 참여하는 학생 수가 1% 늘어날수록 니트족 비율은 0.04~0.09%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일·학습병행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 효과는 요원하다. 기업과 상공회의소 등이 직업교육훈련의 설계에서 실행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오상봉 연구위원은 “독일처럼 직무·학습 병행제가 성공하려면 직업교육을 받고 나서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로 갈 수 있다는 선제조건이 제시돼야 한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그런 조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예산을 투입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청년 대상 공공영역 일자리 창출=이웃인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년층 실업문제가 심각했던 프랑스에서는 공공영역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책에 집중했다. 프랑스는 국내 소비지출 감소 등의 이유로 고용률 하락, 실업률 상승과 함께 취업포기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청년층의 고용 사정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프랑스의 청년신서비스직종정책(NSEJ)는 환경, 교육, 경찰 부문 등의 일자리를 개발해 청년층에 제공하는 사업으로, 실업 상태면서도 실업 기간이 짧아 실업 수당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이 대상이다. NSEJ로 만들어진 일자리에 취직하면 정부에서 최저임금의 80% 수준의 지원금을 5년간 준다. 서비스 활동을 개발해 수요를 창출하고 청년들이 전문적인 경험을 쌓을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지원한다. 정책의 결과 공공영역에 속하는 교육과 경찰행정 분야에서 학생 생활지도, 지역 순찰 보조 업무 등 8만7,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공기관에서 우선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려는 취지 하에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진하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매년 공기업과 공공기관 정원의 3%를 청년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기관에 장기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지원과 제재 모두 허술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연구원은 “정부가 청년고용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법부터 지키도록 해야 하는데 의지가 없다”고 일침을 놨다.

◇영국, 니트족의 실업 탈출 지원=갈수록 심각해지는 니트족 증가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영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영국은 청년 장기 구직자에게 의무적으로 구직 프로그램 참가를 강제하고 있으며 미참여자와 탈락자에 대해서는 구직 급여에서 불이익을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청년층의 장기 실업 탈출을 위해 △민간기업 취업을 위한 임금 보조 △자영업을 위한 창업 지원 △환경 및 사회 서비스업 취업 △직업훈련과 능력개발 등 크게 네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기 미취업 청년층의 경우 구직에 거듭 실패하거나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노동시장으로부터 소외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의 청년 실업 대책은 단기적 일자리를 제공해 청년 실업을 해소하려는 우리나라의 방안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구직 프로그램 참여 후 개별적인 상담과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개인의 선택을 보장하고, 이를 취업과 적극적으로 연결함으로써 미취업 상태를 탈출하도록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차 증가하는 취업 포기자에게 별다른 대응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해마다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 문제에 각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의 청년 실업 대책 사례들을 참고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청년층 고용시장을 둘러싼 제도적·구조적 여건이 미비한 국내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사회적 여건 구비와 함께 국내 실정에 맞는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청년들의 실업 현실을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할 이유다.

*니트족: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

삽화: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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