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중 교수(국어국문학과)

장경렬 교수(영어영문학과)

 

모두 43편의 응모작들을 검토해보았다. 보통의 경우에는 당선 작품을 고르는데 약간씩의 견해차가 있고 그에 따른 조정 과정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번만은 달랐다. 심사위원 두 사람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의견의 일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사람의 특정 작품을 두고서 말이다.

전반적으로 응모작들의 질적 수준이 대체적으로 아직 습작 단계를 크게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수련을 더 쌓고 내공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기본적으로 자족적인 글쓰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들이 강했고, 구상 면에서 아이디어 나열 차원에 머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요컨대 시적 진정성이나 언어 조형 능력, 이미지의 명징성 등의 충분한 확보가 미흡해 보였다고나 할까. 주제적인 깊이나 고민도 부족해 보였다. 게다가 상당수의 작품들이 요설적이어서 말장난의 차원에 머문 듯한 기미마저 보였다.

김지섭 군의 경우 이번에 투고한 10편이 비교적 고른 작품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일상적 삶의 체험에서 비롯된 내면의 진솔한 목소리들이 담겨 있어서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이사, 겨울이 있던 자리」나 「오징어배와 등대」 「기억의 반죽이 부푸는 동안」 「새의 발자국을 본 적이 있어?」 등의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받은 인상은 내면의 진정성을 호소력 있는 어조에 담아 잔잔하게, 자신만의 감성으로 엮어 펼쳐 보여주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말을 좀 더 갈무리하고 아껴서 비약과 여운이 낳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갔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현재의 상태로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 단계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이러한 점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서정 장르 특유의 구조적 완결성을 보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당선작으로 선정한 「그 곳에 춤추는 그대가 있어」의 경우가 앞서 거론했던 예들에 비해 어조나 흐름면에서 무난하고 이미지의 응집력과 구조적 안정감을 확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적절한 거리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내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부지런히 좀 더 갈고 닦는다면 기성 시단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을 쓸 자질이 보인다. 당선자에게 다시 한 번 축하와 더불어 앞으로도 열심히 시쓰기에 임하라는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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