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교수(국어국문학과)

 

올해 대학문학상 희곡, 시나리오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희곡 2편, 시나리오 1편이었다. 예년에 비해 특별히 많다고 할 수는 없는 응모작이었지만 모두 예년에 비해 월등한 수준을 보여줘 심사하는 즐거움이 컸다. 희곡과 시나리오는 공통적으로 언어로 소통하는 문학이면서도 각각고유의 형식적 제약이 있다는 점에서 소설과 같은 서사 장르와는 다른 특질을 지닌다.

먼저 시나리오는 영화 제작을 위한 대본이다. 따라서 시나리오에는 영화의 숏-신-시퀀스의 구조가 녹아 있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숏의 연속으로 구성되어야만 한다. 응모작 시나리오 「가리복니아」는 이러한 점에서 시나리오의 형식을 부분적으로밖에지니지 못하고 있다. 숏보다는 시퀀스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서 공간적 제약을 벗어난 희곡의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시나리오에는 기본적으로 감독이 기대하는 카메라의 시선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응모작에는 이러한 영화 연출의 감각이 크게 부족했다.

이에 비하여 희곡 응모작 2편은 공통적으로 희곡이 지녀야 하는 무대 연출의 감각을 잘 알고 있어서 형식적인 안정감을 취하고 있다. 「신입」은 경찰서 취조실을 배경으로 하여 특정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오해와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적절한 인물들의 등퇴장과 대사가 무대조건에 적절히 부합한다는 점에서 응모자는 연극 무대를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희곡이 문학으로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인생의 한 단면이 되어야만 한다고 볼 때, 이 작품은 재치 있는 소품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았다. 등장인물들의 과거나 성격, 비밀 등이 결국 한인간의 삶을 응축하여 보여줘야 하는데, 이에 대한 통찰이 부족했다. 앞으로의 진전을 기대해 이 작품을 가작으로 선정했다.

이에 비할 때, 「25므2552」는 학생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기교와 삶의 깊이를 보여줬다. 단 3명만의 등장인물들이 수시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속도감 있는 무대 전환을 보여주는 부조리극의 연극적 장치는 응모자가 연극을 매우 잘 알고 있다는 확신을 불어 넣어 주기에충분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서 모티프를 취했지만, 단순한 차용이나 재해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한국적 창조를 이뤄냈다는 점에서도 응모자의 역량이 매우 돋보였다. 대사의 전개와 조명의 활용 등에 있어서도 기성 무대에서도 공연해도 될정도로 성숙한 면모를 보여줘 이 작품을 희곡, 시나리오 부문 당선작인 동시에 이번 대학문학상 전체의 대상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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