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환 석사과정(경제학부)

최근에는 그 열기가 살짝 식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주창한 이래 정부기관은 연일 통일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내놓고 있다. 학계와 언론계 일각에서도 이 기대를 공유하고 있다. 어떤 신문은 통일의 수익에 대한 기획을 연재하는 것은 물론 펀드를 만들어 모금활동에 나서고 있다. 학계에서는 장밋빛 전망의 연구가 나온다. 한 연구에서는 통일의 편익은 35년간 최대 4,900조에 이르며, 통일의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1,800조나 되는 순 편익이 기대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1년에 60조에 가까운 돈이니 통일만 하면 남북한 인구가 한 명당 매년 수십만원의 이득이 생기는 셈이다.

과연 이 장밋빛 전망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연구하는 ‘이행기 경제학’(Transition Economics)의 관점에서 볼 때, 통일대박이란 곧 성공적인 체제이행과 남북한 경제의 경제통합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이해된다. 독일 통일이나 유로존 등에서 볼 수 있듯 경제통합은 어려운 과정이다. 그러나 체제이행은 더욱 어렵다. 과거 사회주의 경제에서 자본주의 경제로 이행한 국가들의 경험은 그 과정이 가혹할 때가 더 많음을 보여준다. 구소련 및 중동부 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중단기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으며, 몇몇 국가는 아직까지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령 러시아는 자본주의 이행 이후 7년간 GDP의 50%가 감소했으며, 1992년에는 1,526%라는 기록적인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이라는 예외를 제외하면 오히려 중단기적으로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는 것이 더욱 보편적인 패턴이다.

북한의 경우는 어떨까. 북한은 앞선 이행국가들보다 더욱 열악한 조건이다. 구소련과 중동부 유럽의 건강수준과 교육수준은 높았다. 게다가 국가 경제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과학기술에서도 상당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행은 쉽지 않았다. 반면 북한은 교육수준도 낮으며, 기술 역량은 더욱 현저하게 떨어진다. 혹자는 자본과 기술은 남한이, 노동력은 북한이 제공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 노동력의 질이다. 개발경제학의 연구들에 의하면 어린 시절에 겪은 일시적 영양결핍조차도 평생 노동능력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과거에 겪은 결핍은 그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것이다.

물론 모든 나라가 이행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가령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여파 속에서 이행을 시작했음에도 경제성장에 성공했다. 여러 문제를 겪고 있지만 중국경제의 중단기적 성과는 분명 훌륭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볼 때 마냥 비관론에만 빠지는 것도 부적절하긴 하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덩샤오핑이 시작한 중국의 체제이행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조심스럽게 전개됐다. 반면 구소련과 중동부 유럽의 이행은 ‘자본주의를 도입하면 바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IMF 경제학자들의 장밋빛 전망 하에서 진행됐다. 어쩌면 통일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준비 대신 섣부른 기대로 가득한 ‘통일대박론’을 퍼뜨리는 것이야말로 통일대박의 최대 걸림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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