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과 최중환 교수

오랜 시간 몸담았던 교정을 떠나는 최중환 교수를 마중한 것은 이별에 대한 섭섭함만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까지 별 탈 없이 교수 생활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며 “소아과학, 특히 신생아학을 전공한 덕에 많은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었으니 섭섭한 마음보다는 뿌듯함이 크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잔병치레가 잦아 소아과 의사를 선망했다는 최 교수는 45년 동안 신생아학 전문의의 길을 걸어왔다. 신생아학에 대해 최 교수는 “37주 미만의 조산아와 생후 28일 이하의 만삭 신생아의 질환을 진료,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소개하며 “1985년 국내 최초 어린이병원인 서울대 어린이병원이 설립된 이래 기존의 기술 및 시설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고 모교에 대한 자부심을 표했다.

봉직 기간 동안 최 교수는 신생아의 주산기* 뇌손상에 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의 병인을 찾기 위한 연구와 ‘지속적 신생아 폐고혈압증’의 치료 효과를 보기 위한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 최 교수는 “여건이 좋지 않아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그러나 후학들은 연구의 기본 시설이나 지원이 충분하기 때문에 열과 성을 다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소아과 의사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최 교수는 환아(患兒) 사망을 꼽았다. 그는 “주치의로서 맡은 생명이 결국 사망했을 때 가장 힘들다”며 “그 사망원인이 확실하지 않아 부검까지 하고 나서도 답을 알 수 없을 때 역시 괴로웠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여러 소아과 전공서적들뿐만 아니라 육아에 관련된 서적들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는 “출판된 서적들이 소아과 의사뿐만 아니라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정년퇴임 이후의 집필계획에 관해 그는 “교수로 재임 중에는 진료, 연구, 교육을 하느라 책을 쓰는 일에 시간을 많이 내지 못했다”며 “정년 후 시간이 된다면 경험에서 우러난 육아에 관한 좋은 책을 쓰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년을 맞이해 45년간의 연건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최 교수는 “신생아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진료를 계속하고 싶다”고 신생아학에 대한 변함 없는 사랑을 보였다. 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의료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는 최 교수는 차후 의료봉사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도 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의 의료봉사를 은퇴 이후에도 지속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정년퇴임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그의 열정이 묻어났다.

 

*주산기: 출생 전후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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