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빛 석사과정(국사학과)

지난해 12월 31일, 국내 연구자들은 다 아는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DBpia’에 짤막한 공지글이 올라왔다. 그 내용은 A4 반 페이지도 안 될 정도로 짧았지만 대단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이용기관의 DBpia의 구독 범위가 조정되거나 구독이 종료됩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 학내 망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었던 각종 논문들을 이제 추가 비용을 내고 구매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DBpia에서 급작스럽게 구독료를 30~40%가량 인상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필자는 공지를 확인하고 부리나케 학내 망에서 각종 주제로 논문 검색을 해봤다. 다행히도 필자의 연구 분야 학술지들은 대부분 구독범위에 포함돼 있었고, DBpia에서 구독할 수 없는 논문들 역시 ‘KISS’나 ‘교보 스콜라’ 등 다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대부분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포함되지 않는 논문들은 꼼짝없이 사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DBpia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최근에 크게 부각됐지만, 데이터베이스 구독 제한 문제는 간간이 연구자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지난 1년여간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교보 스콜라 구독을 중단했다. 중앙도서관 측은 공지에서 구독 중단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용도가 높은 학술지를 인쇄본으로 구입했다고 밝혔지만 그 불편은 상당했다. 그리고 이번 DBpia의 구독 범위 조정에 대해선 지금까지 중앙도서관에서 공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도서관 의견함 내 DBpia 구독범위 질문에 대해 도서관 측에선 “이용 불가능 학술지 목록을 작성해 무료 이용 가능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답변했다.

DBpia의 구독료 인상과 이로 인한 구독범위 축소에 대해 각종 매체와 SNS에서 많은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 그 핵심은 구독료가 인상되는 만큼 저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DBpia는 30~40%의 구독료 인상만 단행했을 뿐, 지금까지 논문 저작자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수익이 돌아가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또 SNS를 통해 보이는 DBpia 관계자의 변명은 한층 적나라한데, 해외 서비스 업체의 구독료가 훨씬 비싸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구독료 인상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해외업체 제공 서비스와의 면밀한 비교 없이 구독료만을 비교하고 있기 때문에 논점을 회피하는 것이다. 저작자에게 수익이 온전히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갑작스러운 구독료 인상은 서비스 업체 주머니만 채워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서비스 구독을 결정하는 학교 역시 이 문제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중앙도서관은 번번이 구독료 부족을 이유로 데이터베이스 구독을 중단하거나 구독 범위를 제한했다. 물론 대폭의 구독료 인상은 학교의 입장에서 원만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학교 운영비의 상당 부분은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교는 당연히 학교 본연의 임무인 연구 지원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 구독범위 제한에 분노한 한 질의자는 의견함 게시판에 “도서관의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외관을 치장하려는 도서관의 태도에 화가 납니다”라고 적었다. 학교 당국은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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