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하영 사회부장

지난 2일(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보도자료를 냈다. 일부 사업자들의 독과점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교복시장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교육부에서 지원을 해도 교복 비용을 낮추는 데엔 한계가 있고 지원 방식의 문제로 학생들의 빈부 격차가 부각될 수 있으니 교복 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보도자료 말미에 중장기 방안으로 제시된 ‘교복 디자인 표준디자인제’가 논란의 불씨가 된 것이다. 채널A가 지난 2일 “자율 교복이 빈부 격차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전국적으로 통일된 교복이 등장할 모양”이라며 “4~50년 전의 옛 교복이 부활될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라고 보도한 이후 이를 두고 SNS상에선 거센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교복 단일화’는 오해였다는 것이 곧 드러났다. 보도자료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교복 표준디자인제를 통해 학생 교복 시장에 경쟁원리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10~20여 개의 디자인을 제시해 각 학교에서 적합한 교복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게 함.” 옛날 교련복처럼 하나의 통일된 교복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을 제시하고 넥타이 색깔 등으로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보도자료의 핵심은 교복시장의 경쟁원리 도입이었는데 논란의 화살은 ‘교복 단일화’에 향한 것이다.

결국 ‘교복 단일화’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됐지만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강행’이란 키워드다.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수많은 학생과 교사들의 의견은 무시됐다. 테러방지법 반대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노동개혁법의 경우도 지난해 대통령은 “만약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소통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19대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은 노동5법과 테러방지법, 경제활성화법의 조속처리를 앵무새처럼 되뇌었을 뿐 야당이나 시민들과 소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려는 의사는 보여주지 않았다. 야당이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도 집권 여당은 대화를 거부하며 야당과 대치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뒷일에 대한 고려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정규직 전환의 희망고문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자동차·조선산업과 같은 기반산업에까지 파견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대로 된 일자리”나 “안정된 정년 보장”을 위한 법으로 인식하고 있다. 경제활성화법에 대해서도 “청년들을 위한 수십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했지만 이것이 진짜로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될지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남용의 물길을 터준 상황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봤자 청년들의 실업 고통을 덜어주기보단 고용의 질만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우리가 기본적인 법이 없으니까 외국하고 국제공조도 못하는 기막힌 사정”이라며 법안 통과에만 열을 올렸다. 이러한 태도에서 왜 다수가 국정원 권한 강화를 우려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교복 단일화’에 대한 우려는, 사람들이 현 정부가 보인 권위주의적 행보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현 정권이 지금까지 보여준 불통의 정치와 일방적 국정운영이 민주주의 후퇴의 우려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워온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키고 싶다면 불통의 의사결정구조부터 바꿔 이제라도 시민사회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불똥은 엉뚱한 곳에 튀었지만 정부는 그 불똥이 튀게 한 책임이 바로 자신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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