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키움] 제39회 관악사 콜로키움: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지난 8일(화) 관악사(900동) 가온홀에서 혜민스님이 강연자로 나선 제39회 관악사 콜로키움이 열렸다. 혜민스님의 최근 저서 제목인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듣기 위해 몰린 인파가 가온홀을 가득 채웠다. 콜로키움은 30분가량의 강연과 1시간가량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 혜민스님은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혜민스님은 “행복이 인간의 궁극적 목표”라며 행복의 4가지 조건으로 △자기 확장 △연결감 △몰입 △생각으로부터의 자유를 제시했다. ‘자기 확장’은 자본이나 권력, 지식의 축적을 통한 사회적 성공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는 “스스로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많아져 선택할 수 있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자기 확장만을 추구하는 태도에 대한 경계심을 보였다. 그는 “자기 확장은 현재의 자신에 대한 불만에서 출발한다”며 “또 외부적 평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에 집착하면 인간은 외로워진다”고 설명했다.

결과에 관련된 ‘자기 확장’과 달리 행복의 두 번째 조건인 ‘연결감’은 과정에서 발견된다. 그는 “자신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된 존재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관계는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므로 베풀고 나눌 때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대상에 집중해 외부 조건의 작용을 걱정하지 않는 ‘몰입’의 상태가 세 번째 조건으로 제시됐다. 그는 “몰입이 깊어지면 마음이 평온해질 뿐 아니라 희열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혜민스님은 ‘진정한 자유는 생각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인도 명상가이자 철학자인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을 인용하며 이를 네 번째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특정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나면 더 이상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며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세상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깊은 생각을 통해 생각의 주체인 나를 발견할 때 자유와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강연이 끝나고 청중 각자가 품고 있는 개인적이면서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고민을 나누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자신이 신입생이라며 말문을 연 한 청중은 “입학 전 스스로에게 했던 기대와 달리 나태한 모습에 실망하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혜민스님은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며 “부모님이 설정해놓은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위만 보면 끊임없이 불행해진다”며 “자기 확장에서만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닌 만큼 아래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청중은 “꿈이 없어 고민”이라며 “항상 과거와 일상 속에서 쳇바퀴 돌듯 살아온 것 같다”고 털어놨다. 혜민스님은 “스스로에게 쳇바퀴에서 내려올 시간을 주라”며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을 이뤄도 그것은 무상하다”며 “몰입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회에 대응하는 개인의 태도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청중은 “강연에 따르면 주어진 모든 것에 순응해야 행복해지는 것 같다”며 “헬조선이라 불리는 현재 상황에서 청년들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혜민스님은 “사회에 대한 저항은 분노가 아닌 연민에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를 힘들게 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에서 출발한 저항은 결국 자신을 까맣게 태운다”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기: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준말로 이 세상의 존재는 반드시 그것이 생겨날 원인과 조건의 상호관계 아래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

 

사진: 김여경 기자 kimyk3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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