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균홍 강사(조소과)

미술대학 52동 어느 곳에선 조소과 학생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에 몰입한 작가들의 모습이 보이고, ‘한조각’ 씨도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 그 곳을 지나며 바라보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느껴진다.

‘한조각’ 씨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것은 무엇일까?

‘한조각’ 씨가 일하고 있는 현장 모습을 6하 원칙(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으로 풀어 보면 어떤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언제-어디서: ‘한조각’ 씨는 ‘지금-여기’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미술사와 박물관에서 시대-지역별로 고찰한 내용을 통해 지나간 자취를 돌아보며 시대성과 지역성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알아 볼 수 있으며, 예술, 미술, 예술가란 이름과 개념이 어느 시대, 어떤 배경에서 나타나 어떻게 쓰였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미술관과 전시를 돌아보며 동시대 작가와 함께 어떤 모습으로 전개해 나갈지 상상해 볼 수도 있다. ‘한조각’ 씨의 작품에서는 2016년-한국을, 이 시대-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까?

누가: 작업을 하는 ‘한조각’ 씨나 보는 ‘나’, 모두 사람이고, 사람을 소우주라고 한다.

사람의 본연 성품은 우주의 성품으로부터 기원하기 때문이다. ‘한마음’ ‘하느님’ ‘성령’ ‘부처’ ‘신’ ‘무극’ ‘진리’ 등으로 불리는 ‘그것’에는 만물을 낳고 기르는 창조성이 내재되어 있고,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자체도 그 창조성이 발휘되는 모습일 것이다. 사람을 비롯한 자연, 천지만물은 ‘한마음’의 창조성을 통해 ‘한마음’이 드러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성품에서 그 창조성이 강하게 발휘되고 있으며, 그 것이 다른 천지만물과 구분지어 지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한조각’ 씨는 그 창조성의 힘(생명력)으로 생각, 감정, 오감을 통해 조각을 하고, ‘한수학’ 씨라는 사람은 수학을 하고, ‘한정치’ 씨는 정치를, ‘한경영’ 씨는 장사를, ‘한소리’ 씨는 음악을... 사람은 살아 있는 한 무엇인가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 ‘한마음’에서 기원하는 창조성으로 드러내야 하는 것은 ‘한마음’의 성품이 작용한 모습이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듯이, 그 모습을 닮은 사람도 자신의 성품을 조형적으로 이뤄낸다.

‘한마음’에서 비롯된 사람들은 ‘한마음’을 공유하기 때문에, 역사적 시공과 개인적 시공을 달리해 개성 지어진 사람들의 생각, 감정, 오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드러낸 다양한 모습에 공감할 수 있고 소통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한마음’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작용할까? 사랑, 양심, 인의예지신, 정의, 아름다움, 공감 등이 아닐까? ‘한조각’ 씨의 작품에서는 그것이 어떻게 표현될까?

어떻게: ‘한조각’ 씨는 재료와 기법을 경영해서 ‘한마음’을 드러내려 한다.

자연에서 찾아지는 흙, 나무, 돌 등을 재료로 선택하기도 하고, ‘한과학’ 씨의 도움으로 이뤄진 첨단소재와 기술을 통해, 만들고, 설치하고, 짓고, 때론 자신의 몸을 써서, 때론 ‘한소리’ 씨와 함께, 온갖 재료와 방법을 조형언어화해 그것을 드려내려 노력한다.

‘한수학’ 씨가 수식을 통해 ‘진리’를 드러내듯, ‘한소리’ 씨가 음과 악기를 통해 드러내듯이.

왜: ‘한마음’에서 비롯된 ‘한조각’ 씨는 사람이라는 틀을 지니고 살면서, 본성의 하나인 창조성에 매료됐다. 창조하려는 강한 의욕은 ‘한조각’ 씨가 ‘조각’을 하도록 이끈다.

우리는 ‘한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드러내 살아가며 함께 길을 이룬다.

학교 뱃지에는 책이 펼쳐져있고, 그곳엔 라틴어로 이렇게 써있다.

 

VERITAS LUX MEA (진리는 나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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