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제공: 강의영씨

 

작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408일 동안 세계일주를 하고 돌아온 사진마니아 부부, 좌린씨(주하아린)와 비니씨(빈주향). 이들 부부는 세계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주말마다 인사동, 홍대에서 팔고 있다.

 

“회사 시무식하면 여름휴가고, 여름휴가 다녀오면 어느새 눈이 내리고, 이렇게 회사의 울타리 안에서 사는 것이 지겨워서 더 늦기전에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거죠”라고 좌린씨는 말했다. 웹디자이너 기획일을 하던 좌린씨와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던 비니씨는 과감하게 하던 일을 정리하고 그렇게 훌쩍 세계여행을 떠났다.

 

먼저 뉴질랜드로 날아가 3개월 동안 영어를 배운 부부는 세계일주 항공권 22장을 구입해 콜롬비아, 파나마, 코스타리카, 스페인, 요르단, 인도, 이집트 등 22곳을 15일에서 한 달간 머물며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모로코에서는 좌린씨의 여권사진에  인감도장이 찍혀있지 않아 위조여권이라는 오해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좌린씨가 한나절 동안 구치소에 갇힌 적이 있었단다. “조마조마했죠. 정말 억울하고 어쩔 줄을 몰랐죠”라며 비니씨는 아찔한 기억을 떠올렸다. 대학시절 신림동 철거민문제와 소수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비니씨는 “남미의 고산지대에는 백인들의 착취에 쫓겨온 가난한 원주민들이 살고 있어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의 미소에 왠지 가슴이 아팠죠”라며 여행에서 얻을 값진 경험을 풀어 놓는다.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고 새롭고 신기한 경험을 하며 여행한 1년이 마치 10년을 산 것과 같네요”라고 말하는 좌린씨의 얼굴에서는 삶의 여유를 엿볼 수 있다.

 

좌린씨(농촌사회교육과∙3)와 비니씨(약학과∙4)는 사진동아리 ‘영상’과 ‘선언’에서 각각 활동하다 총학생회에서 추진한 ‘사진 이야기 까페’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눈이 맞았다’고 한다. 좌린씨는 재학시절 “필름값이 공짜라는 말에 『대학신문』에서 사진부 기자로 활동했다”며 너스레를 떤다.

 

인사동과 홍대에 조그한 책상을 놓고, 인화된 사진들을 도화지에 떡하니 붙여 전시하고 판매도 하는데 구경꾼들은 이색적인 사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호주와 칠레의 길거리에서 자기가 찍은 사진을 파는 사람을 봤어요. 우리 부부도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영화 한편 값으로 팔아볼까 하고 홍대에 좌판을 벌였죠. 한 점도 안 팔릴 것 같았는데 팬까지 생기니 기분이 너무 좋네요”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좌린씨. 지난 7월에 삼청각에서 조촐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야 이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알았어요. 삶이 많이 달라졌죠”라고 말하는 비니씨는 약사 일을 하며 사진을 더 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 길거리를 걸을 때도 요즘엔 여행하는 기분”이라는 좌린씨는 당분간 좋아하는 사진을 찍고 파는 일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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